정부, 기본통신권 꺼냈지만…흔들리는 통신 생태계
알뜰폰 빠진 논의… “정책 목표 많지만 설계 부재” 지적

1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통신3사 대표들과 만나 2만 원대 5G 요금제 출시를 비롯해 데이터 소진 이후 저속으로 이용 가능한 서비스(QoS) 확대, 보안 체계 강화, AI 네트워크 투자 확대 등을 포함한 정책 방향을 공유했다. 통신3사 역시 투자 확대와 보안 강화 필요성에 공감하며 협력 의지를 밝혔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정책 간 정합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통신3사는 요금 인하 압박 속에서 대규모 투자까지 병행해야 하는 이중 부담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통신비 인하 정책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익 기반은 제한적인 반면 AI 시대를 대비한 네트워크 고도화와 보안 투자 요구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알뜰폰 업계가 전반적 정책 설계 과정에서 제외되면서 경쟁 구도 왜곡 가능성도 제기된다. 알뜰폰은 그간 저가 요금제를 통해 통신비 절감 역할을 해왔지만, 이번 정책에서는 QoS 제공 등 핵심 혜택이 통신3사를 중심으로 논의되면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요금·투자·경쟁 따로 노는 정책… “시장 구조 흔들릴 수도”
전문가들은 현재 정책이 ‘요금 인하’, ‘투자 확대’, ‘보안 강화’라는 개별 목표를 나열하는 데 그치고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산업 설계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각 정책이 서로 상충하는 방향으로 작용하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부담만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통신3사 입장에서는 요금 인하로 수익성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AI 인프라와 네트워크 고도화에 대한 투자까지 확대해야 하는 구조다. 특히 6G와 AI 네트워크 전환이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투자 규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어 중장기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알뜰폰 업계 역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통신3사의 도매대가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정책이 통신3사 중심으로 설계될 경우 가격 경쟁력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결과적으로 소비자 선택권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정책이 ‘기본통신권’ 확대라는 취지와 달리 시장 경쟁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요금 인하 정책이 특정 사업자 중심으로 설계될 경우, 오히려 다양한 요금제 경쟁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통신 산업 전반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요금 정책과 투자 유인, 경쟁 구조를 함께 고려한 종합적인 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요금은 낮추고 투자와 보안은 강화하라는 식의 접근은 기업 입장에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개별 정책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말고 시장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종합적인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