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대 1 바늘구멍에 쥐꼬리 이자, 그 돈으로 주식하는게”…청약통장 해지 봇물

박소은 기자(park.soeun@mk.co.kr) 2026. 4. 1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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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급등·대출규제 겹치며
주택 청약 매력 급속도로 약화
두 달 새 가입자 10만명 줄어
주택기금 재원 흔들릴라 ‘긴장’
챗GPT로 만든 이미지
분양가 상승과 대출규제까지 겹치며 청약이 더 이상 유리한 내 집 마련 수단이 아니라는 인식이 퍼지자 청약통장 가입 이탈이 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에 육박하는 반면 주택청약종합저축 금리는 3%대에 머물고 있는 점도 이런 현상을 부추기는 중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담대 고정형 금리는 연 4.41~7.01%로 집계됐다. 5대 은행 고정금리 상단이 7%를 웃돈 것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인상했던 2022년 10월 이후 3년5개월 만이다.

반면 청약통장 금리는 현행 최고 연 3.1%(2년 이상 가입 기준)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21년 11월(0.3%p)과 2023년 8월(0.7%p) 두 차례 인상에 이어 2024년 9월 0.3%p 인상을 단행했는데, 이후 1년6개월간 추가 조정은 없는 상태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금리 격차가 청약 수요를 흔들고 있다는 평가다. 청약은 당첨 이후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인 만큼, 대출금리 상승이 청약의 실질적인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분양가 상승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2월 기준 1년간 서울 민간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5264만원에 달한다. 현재 분양가가 15억원, 25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는 대출 한도가 각각 4억원, 2억원으로 묶인 상태다. 과거에는 청약을 통해 시세 대비 낮은 가격으로 주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컸지만, 최근에는 분양가가 상승하고 대출규제가 더해지며 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의 진입 장벽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청약통장에 대한 기대 하향은 실제 가입자 감소세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청약통장 가입자는 지난해 12월 말 2618만명에서 올해 1월 말 2613만명, 2월 말 2608만명으로 두 달 사이 약 10만명 줄었다.

최근 10년 넘게 청약통장을 유지하다 해지한 A씨(35)는 “가점을 고려해 청약을 들고 있었는데, 집을 매매하기로 결정하니 청약통장이 그렇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청약 당첨이 사실 로또인데다가, 이율도 낮다보니 저축보다는 투자로 돈을 불리는 게 더 수익이 좋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청약통장 이탈을 막기 위한 금리 인상 가능성에는 선을 긋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청약통장 금리가 시중 예·적금 금리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주담대 금리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시장에서는 청약통장을 ‘저축상품’이 아니라 ‘주택 구매 수단’으로 인식하는 만큼 체감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약통장이 단순 금리상품이 아니라 당첨 시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기회 자산’이라는 점에서 금리 요인만으로 수요 변화를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공존한다.

청약통장 가입자 감소는 정책 재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청약통장은 주택도시기금의 주요 재원으로 활용되는 만큼, 가입자 이탈이 지속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자금 여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기금의 주요 재원이던 청약통지 해지가 이어지고 정책자금 대출 집행이 늘어나며 주택도시기금의 여유자금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2021년 말 49조원에 달했으나, 2025년 10월 기준 12조 2000억원으로 75.1% 줄었다.

다만 최근 청약통장 월 납입 인정금액을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상향하며 1인당 납입 규모가 늘었고, 전체 여유자금 규모 감소는 일정 부분 완충하고 있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금리 환경 변화와 분양가 상승이 맞물리면서 청약 수요 구조 자체가 변하고 있다고 본다. 과거처럼 장기간 통장을 유지하기보다는 당첨 가능성과 자금 부담을 고려해 선택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청약은 여전히 기회라는 측면이 있지만, 기대와 현실 간 괴리가 커지고 있다”며 “청약에 대한 회의감이 일부 확산되고 있는데, 내 집 마련의 희망고문처럼 작용해선 안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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