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휴전’ 호르무즈 해협… 이란 연관 선박 아니면 통과 어려워

박양수 2026. 4. 1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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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이 파키스탄에서 종전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세계 에너지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은 사실상 봉쇄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란이 자국 이익에 부합하는 선박만 선별적으로 통과시키며 해협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어 해상 물류의 정상화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FT는 휴전 이후 해협을 통과한 선박 14척 중 최소 9척이 이란과 연계된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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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전 10% 수준만 통과”... 사실상 멈춰 선 바닷길
‘기뢰 공포’에 갇힌 선박 900척… 이란, 통행료 징수 압박
트럼프 “통행료 징수 불허… 즉각 개방할 것” 강경 대응

미국과 이란이 파키스탄에서 종전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세계 에너지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은 사실상 봉쇄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란이 자국 이익에 부합하는 선박만 선별적으로 통과시키며 해협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어 해상 물류의 정상화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11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휴전 합의 이후에도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량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FT는 휴전 이후 해협을 통과한 선박 14척 중 최소 9척이 이란과 연계된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에는 서방의 제재를 피해 이란산 원유를 운반하는 이른바 ‘그림자 선단’ 소속 러시아 유조선 ‘아리메다’ 등이 포함됐다.

통계에 따라 구체적인 숫자는 엇갈리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정체’로 요약된다. 블룸버그는 지난 9일 오전 이후 9척만이 해협을 지났다고 보도했으며, 선박 추적 업체 케이플러(Kpler)는 지난 7일 휴전 발표 이후 통과한 원자재 운반선이 16척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전쟁 전 하루 평균 약 140척이 이 해협을 지났던 것과 비교하면 정상적인 통행이라고 보기 어려운 수치다.

케이플러의 아나 수바식 분석가는 “휴전이 유지되더라도 당분간 해협 통과 선박은 하루 최대 10~15척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해협 안쪽 페르시아만에는 약 900척의 화물선이 빠져나오지 못한 채 고립되어 있다. 선주들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해협에 기뢰를 매설했을 가능성을 우려해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부 선박 브로커들 사이에서는 혁명수비대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안전 항로 지도’가 돌고 있으나 신뢰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란은 공식적으로는 해협 개방을 선언했으나, 실질적으로는 혁명수비대를 앞세워 통행을 통제하고 있다. 특히 이란 측은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에 척당 최대 200만달러(약 30억원)에 달하는 통행료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러한 통행료 징수는 ‘선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인도나 일본 등 이란과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국가의 선박은 통행료를 면제받는 반면, 그렇지 않은 선박들은 거액의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은 이란의 이러한 행보를 강력히 비판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 개방을 휴전의 핵심 조건으로 내걸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란이 공해에서 통행료를 걷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우리는 꽤 금방 해협을 개방할 것”이라며 무력 동원 가능성까지 시사하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11일 파키스탄에서 열리는 종전 협상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의 실질적인 개방과 통행료 문제가 최대 난제가 될 전망이다. 이란이 미국을 상대로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해협을 계속 옥죄고 있어, 양측의 기 싸움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화물선. 로이터 연합뉴스


박양수 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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