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보도 뒤 檢에 넘겨진 기자 "아동학대처벌법? 가해자보호법"
[2026년 언론 자유 안녕하십니까] 피겨 코치의 아동선수 학대 사건 보도한 조아영 셜록 기자
가해자, 기자에 아동학대처벌법·개인정보법 위반 등 고소
피해자, "기자 처벌 말아달라" 탄원서 제출… 5일 만에 1200명 연명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만일 제가 재판에 가게 돼 벌금형이 나오면 벌금 내면 된다. 그러나 JTBC와 같은 판례가 또 하나 만들어지면 (아동학대) 피해자가 성인이 돼도 자신의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하게 될 거고, 가해자들은 이 판례를 여기저기 인용할 거다.”
피겨 아동선수 시절 코치에게 학대당한 고연서(가명)씨 관련 기사를 보도한 조아영 셜록 기자가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셜록 사무실에서 진행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현행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동학대처벌법 '비밀엄수 등의 의무' 조항을 보면 아동보호사건에 관련된 아동학대행위자, 피해아동, 고소인, 고발인 또는 신고인의 주소, 성명, 나이, 직업, 용모, 그 밖에 이들을 특정해 파악할 수 있는 인적 사항이나 사진 등을 신문 등 출판물에 싣거나 방송매체를 통해 방송할 수 없다.
조아영 기자는 지난해 8월 성인이 된 연서씨가 과거 아동선수 시절 피겨 코치에게 당한 학대 사실을 용기 내 언론에 제보하자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해 보도했다. 가해자인 코치는 기사 3편이 보도된 후 조아영 기자를 향해 기사 삭제 가처분 신청과 함께 △아동학대처벌법 △개인정보보호법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기사 삭제 가처분 신청을 당한 뒤 조 기자는 '입틀막' 당했다. 세 번째 기사까지 가해자 실명을 보도했으나, 네 번째 기사부터는 익명 처리했으며 한동안 기사를 내지 못했다. 조 기자는 “너무 자존심이 상했다”고 말했다.

한차례 경찰 조사를 받은 조아영 기자는 지난 1월 기소 의견 검찰에 송치됐다. 피해자인 연서씨는 자신의 피해 사실을 보도한 기자가 검찰에 송치됐다는 소식에 탄원서를 내는 상황에 놓였다. 성인이 된 후 피해 사실을 알린 연서씨 사건의 가해자 신상을 보도하는 게 아동학대처벌법에 저촉된다고 보고 검찰로 사건을 넘긴 경찰을 향해 조아영 기자는 “법 조항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는지 기계적으로 송치한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연서씨는 검찰에 탄원서를 제출했고, 조 기자는 행동에 나섰는데 동참해준 사람만 3일 만에 1000명이 모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 보도를 어떻게 하다 시작하게 됐나.
“지난해 7월 제보가 왔다. 피해자 어머니 지인분이 제보 메일 줘서 시작하게 됐다. KBS에서도 한차례 보도가 나갔다. 연서씨가 재작년 12월 대구빙상경기연맹에 가해 코치에 대해 제보했는데 징계를 계속 뭉갰다. 재작년 12월에 고소하면서 징계요구서도 같이 냈다. 제가 취재할 때쯤이면 8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는데, 징계를 뭉개고 있었던 거다.”
-가해 코치가 스케이트화 날집으로 피멍 들게 때리고, 화장실로 끌고 가 목을 졸랐다는 피해 사실이 기사에 담겼다.
“(폭행 행위가) 상식적으로 이해 안 된다. 당시 코치가 20대 중후반이었는데, 아이들을 학대하는 게 상식적인 일인가. 답답했다. 빙상계에 폭력 사건이 좀 있었는데, 초등학생한테 (가행 행위를) 한다는 게 말이 안 되고. 훈련 당시 아이들 사진이 있다. (연서씨를 포함한) 피해자들이 정말 말랐다. 그 사진을 보면, 더 마음이 아팠던 것 같다. 그 사진을 보면 기사 쓸 때도 참 어려웠다. 다행히도 연서씨 어머니가 피해 관련 자료를 많이 갖고 계셨다. 피해자가 지금도 트라우마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저를 만났을 때도 손을 많이 떨고 눈물을 많이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컸었던 것 같다. 피해 내용이 너무 잔인하다. 그런 사람을 징계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말이 안 된다.”

-가해자 취재할 때 어땠나.
“연락처를 확보해 여러 번 전화했고 문자도 남겼고, 카톡 남겼는데 전혀 연락이 닿지 않았다. 피해 상황이 심각해 가해자 입장을 듣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주소를 입수해 찾아갔다. 아파트 입구에 있는 호출벨을 눌러 연락했더니 집에 없다는 답변이 왔다. 그날 오전에 갔다가 오후에 한 번 더 갔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그때 가해자 측에서 경찰에 저를 신고했더라. 그리고 지난해 9월 저를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면서 스토킹 처벌법 위반도 넣어놨더라.”
-가해자는 어떤 과정을 거쳐 법적으로 대응했는지.
“세 번째 보도까지 나간 뒤 가해자가 지난해 9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가해자 얼굴과 신상을 공개한 걸 두고 기사 삭제를 요청한다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기자 개인을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스토킹 처벌법 위반 등으로도 고소했다. 이후 대구경찰서에 한차례 출석해 제가 조사받았고, 경찰이 저를 아동학대처벌법 개인정보보법 위반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거다.”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으로 고소당할 거라는 걸 예상을 조금이라도 했는지.
“취재에 앞서서 비슷한 사례를 찾아봤는데, JTBC 사례가 있었다. JTBC 보도 관련 판결문 등을 다 살펴봤다. 연서씨는 더 이상 아동이 아닌 성인이다. 아동 보호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검찰 송치까지는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재판에 가더라도 헌법소원까지 내려고 마음먹고 시작했다. 제 사건은 구성요건 해당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법조인들에게 자문받았을 때도 아동사건이 아니기에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받았다. 경찰이 법 조항에 대해 이해가 좀 부족했는지 기계적으로 송치한 것 같다. 법 조항 자체에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피해자가 원해도 가해자 신상보도를 하면 안 된다고 되어있다.”
-아동학대처벌법 35조2항 문제다.
“법 조항 악용 사례가 이미 JTBC 보도와 관련해 한차례 나왔고, 저까지 두 번째다. 가해자들이 피해자들의 증언을 막기 위해 악용하는 게 이 법 취지와 너무나도 배치되는 거다. 피해 아동 보호사건이라고 명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성인이 된 피해자조차 자신의 피해를 공개하고 가해자에게 사과받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아동학대처벌법이라고 명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애초에 가해자 보호법인 거다. 법안 자체에도 문제가 있고 악용하는 걸 수사기관이 받아주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피해자가 저를 걱정해서 탄원서를 낸다는 거 자체가 아이러니한 상황인 것 같다. 피해자 탄원서를 받아서 검찰에 제출한 상황이다. 피해자가 저한테 미안해 한다. 그런 상황을 만든 게 법안이고 경찰인 거다. 양문석 의원실에서 지난해 12월에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사를 썼는데 가해자와 함께 기자가 송치된 기괴한 상황이다.
“검찰에서 1월에 연락이 왔다. 당황스러웠다. 기소 됐다는 사실을 피해자 쪽에도 알려야 한다. 피해자 측에 알리는 게 힘들었다. 공익 신고 사건을 취재하다 보면, 기자들도 명예훼손으로 많이 걸린다. 그럴 때 공익신고자는 가해자 측에 분노하기도 하지만 자신을 도와주다가 주변 인물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걸 보면 더 힘들어 한다. 피해자가 우리 이야기 들어주고 이야기 써준 사람들이 힘들어지니까 폐를 끼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는 거다.”
-기소된 후 탄원서에 연명해달라는 직접 행동에 나섰다.
“3일 만에 1000명 넘게 연명했다. 셜록은 다른 언론사와 다르게 '액션'을 하는 곳이다. 불기소 탄원을 내는 게 저를 위한 일이 아니라, 피해자들도 같이 싸운다는 점을 생각했으면 좋겠다. 이 사건의 본질은 피해자 입막음을 위한 거라 생각이 돼서 가해자의 문제를 계속 널리 알리고 싶다. '칼날 위의 아이들' 프로젝트가 기사를 쓴지 꽤 오래됐다. 원래 준비된 다른 기사들이 있었는데, 기사 삭제 가처분이 걸리면서 저희 페이지에서도 보이지 않게 되니까 피해 사실을 널리 알리는 '끌올'(끌어올리는) 마음으로도 액션이 시작이 된 거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피해자는 잠을 자는 동안 온 방을 피투성이로 만들었지만, 정작 자신은 기억을 못 할 정도로 상황이 안 좋다. 자기 인생을 걸고 언론에 제보한 거다. 피해자는 기사가 보도된 뒤, 그동안 연맹도 무시한 사건을 사람들이 알게 되고 믿어 주니 치유가 됐다고 말했다. 앞서 익명으로 보도가 나갔을 땐 사람들이 피해자의 의도를 캐묻고 싶어 하더라. 익명 보도 이후에 커뮤니티 댓글에 2차 가해성 댓글이 많았다. 그거 때문에 피해자가 상처를 많 받았다. 초점이 가해자로 가야 한다. 많은 고민 끝에 가해자 실명 보도를 결심하게 됐다. 명분이 있고, 공익성을 가진다고 생각했다. 실명 보도야말로 피해자 보호와 직결되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피해자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탄원서에도 적었다.”
“이렇게 진행된 보도에 아동학대 처벌법으로 고소한 건 이해가 안 된다. 송치된 것도 앞뒤도 안 맞고 맥락이 삭제된 채 기계적으로 송치된 것 같아서 유감스럽다. 그래서 수사기관에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과연 언론이 법 조항 문자 그대로 해석해서 처벌받는 게 맞는지 피해자가 처벌하지 말라고 탄원서를 낸 상황이 정상적인 상황인지. 가해자가 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나왔으면 법 개정해야 하는 게 맞다. 만일 제가 재판 가서 벌금형 나오면 저 벌금 내면 된다. 저 같은 판례가 또 하나 만들어지면 피해자가 성인이 돼도 자기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하게 될 거고. (아동학대) 가해자들은 검색해서 (이 판례를) 인용할 거다. 헌법소원 대법원 판결까지 끌고 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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