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치 8주 진단받고 4주만에 돌아왔던 ‘캡틴’ 정지석의 남다른 책임감, ‘역대급‘ 챔프전에서도 대한항공을 버티게 해준 원동력이었다 [남정훈의 오버 더 네트]

대한항공은 1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5차전에서 현대캐피탈을 세트 스코어 3-1(25-18 25-21 19-25 25-23)로 꺾었다. 인천 홈에서 1,2차전을 잡으며 챔피언결정전을 조기에 끝내는 드 했지만, 천안 원정에서 3,4차전을 내리 셧아웃 패배를 당하며 남자부 사상 최초의 리버스 스윕의 희생양이 되는 위기에 몰렸던 대한항공은 이날 승리로 우승에 필요한 3승을 채워냈다. 2020~2021시즌부터 4연속 이어왔던 통합우승을 지난해 현대캐피탈에게 내줬던 대한항공은 올 시즌에 다시 한 번 정규리그 1위와 챔피언결정전을 모두 집어삼키며 2020년대 V리그 남자부의 지배자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그러나 변수가 생겼다. 팀 공격과 수비의 핵심 역할을 하는 정지석이 부상으로 이탈한 것. 정지석은 지난해 12월25일 KB손해보험전을 앞두고 훈련 중 오른쪽 발목을 다쳤고, 검진 결과는 전치 8주였다. 정지석의 대체자 역할을 하던 임재영마저 다치면서 대한항공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실제로 정지석이 빠진 이후 1승5패로 성적은 곤두박질쳤고, 현대캐피탈과 선두 경쟁을 하는 처지가 됐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정지석의 존재감은 빛났다. 5경기에서 76점을 올리며 임동혁(77점)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렸다. 순도는 가장 높았다. ‘로컬룰 논란’이 일었던 역대급 승부였던 2차전 5세트 듀스에서 18-16으로 경기를 끝내는 득점을 올린 게 정지석이었다. 대한항공이 0-3으로 완패했던 4차전에서도 정지석은 19점을 올리며 완패 속에서도 홀로 팀 공격을 ‘하드캐리’했다.


흔들리던 팀을 다 잡기 위해 선수 하나하나와 대화를 나누며 주장다운 면모를 보였던 정지석과 대한항공에겐 인천 홈팬들의 응원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는 “(한)선수 형과 나를 제외하면 어린 선수가 많으니까 우리 쪽으로 분위기를 가져오는 게 너무 힘들었다.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분노’라는 키워드를 갖고 경기해서 뭉친 게 보였고, 부러웠다. 우리는 그런 부분에서 좀 부족했다. 결국 악으로 깡으로 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공식 인터뷰를 마치고 코트 뒤에서, 그리고 우승 축하연에서 우승에 대한 소회와 향후 배구계 판도, 국가대표 등 배구 관련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만큼 정지석의 머릿 속에는 배구로만 가득 차 있다.
이번 챔프전은 정지석과 허수봉의 국내 NO.1 플레이어 경쟁도 치열했다. 둘의 맞대결 결과에 대한 생각을 묻자 정지석은 “(허)수봉이는 진짜 대단한 것 같아요. 챔프전 내내 대단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그래도 제가 리시브나 이런 건 좀 더 나았으니까 비긴 걸로 하는 게 맞겠죠?”라고 웃었다.
이제 정지석의 시선은 태극마크로 향한다. 정강이쪽에 부상이 있어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8월말로 예정된 아시아선수권과 9월말에 시작하는 아시안게임 중 최소 한 대회는 꼭 나가고 싶다는 정지석이다. ‘대회를 하나만 나가야 한다면, 우승 팀에게 올림픽 직행 티켓이 주어지는 아시아선수권에 나가는 게 맞지 않냐’고 하자 정지석은 “네, 저도 거기서 어떻게든 비벼서 올림픽 티켓을 꼭 따내고 싶어요. 진짜 이번엔 제대로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인천=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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