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의 도발]대북 불법송금 사건, DJ-이재명의 평행이론
역사는 반복된다. 한번은 비극으로. 또 한번은 희극으로. 대북 불법송금도 2000년 6월 김대중(DJ) 대통령-김정일 남북정상회담 직전 존재했음이 지난번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 관련 ‘도발’을 쓰면서 뒤늦게 떠올랐다(‘김부겸이 옳다…대구가 디비져야 보수가 산다’). 그러니까 어떤 의도를 갖고 불법송금 특검을 다시 들여다보는 게 아니란 소리다.
공교롭게도 현재 이름도 비슷한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을 놓고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활동이 요란하다. 이번 송금의 진상은 아직 모르지만 과거 송금의 진실을 우리는 안다. 등장인물은 달라졌어도 권력의 속성은 거기서 거기다. 그때 그 사건이 가물가물한 바쁜 독자를 위해 간단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② DJ는 모든 걸 보고받았다.
③ 그럼에도 DJ는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2005년에도 “북한에 돈을 줬다는 것은 하나도 안 나타났다”고 했을 정도다.
● 언론과 야당은 감시와 견제-권력은 부인

세기의 회담이 돈 주고 산 것이었다니! 2002년 3월 미 의회조사국(CRS) 래리 닉시 선임연구원은 현대가 북한에 몰래 보낸 웃돈 4억 달러가 군사비로 전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월간조선이 그해 5월호에 보도했지만 많이 알려지진 않았다. 야당이 국회에서 이를 공식 제기함으로써 나라가 발칵 뒤집힌 것이다.
불리하면 일단 부인하는 것이 권력의 속성이다. 2000년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북과 접촉했던 대통령비서실장 박지원은 단 1달러도 북에 준 적 없다고 펄쩍 뛰었다. 그래도 그때는 대출 외압설을 세상에 알린 엄낙용 산업은행 총재 같은 양심적 공직자가 있었다. 야당이 양적 질적으로 지리멸렬하지 않았다는 점은 더 중요하다. 만일 지금 같았다면? 사실이 그냥 묻히고 말았을 거다.


그럼에도 특검을 공격하는 여권의 모습은 꼭 지금을 보는 듯하다. 민주당 원내총무는 특검 수사가 사법적 테러라고 했다. 이해찬 등 민주당 의원 30여 명은 “실정법 잣대로 재선 안 된다”고 비난성명을 발표했다. 노 대통령도 “특검 수사가 남북정상회담의 가치를 손상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수사 중인 특검에 정치권이 관여하는 것은 수사방해가 아닐 수 없다.” 당시 동아일보에 그렇게 지적했던 사람이 현재 국민통합위원장인 이석연 변호사였다.

그러나 이 발표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열흘 만에 드러났다. DJ는 대북송금의 불법성을 보고받고도 사실상 묵인했다는 관련 인사 진술이 나왔음을 동아일보 취재팀이 수사기록에서 확인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DJ는 어떤 조사도 받지 않았고, 기소 또한 되지 않았다.
현대아산 회장 정몽헌은 그해 8월 어마어마한 빚과 슬픔을 떠안고 이승을 떠났다. 2004년 대법원은 “통치행위를 인정한다 해도 절차를 어기고 북한에 송금한 행위 자체는 사법심사 대상이 된다”며 관련자들에게 유죄를 확정했다.
그럼에도 DJ는 특검에 대한 비난을 그치지 않았다. 2005년 2월 MBC 라디오 인터뷰에선 “대북송금(특검)은 굉장히 잘못된 것”이라며 “실제 (수사)해보니까 국민의 정부가 북한에 정상회담 하기 위해서 돈 줬다는 것은 하나도 안 나타났잖아요. 아니라는 건 특검도 인정했거든요”라는 황당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DJ는 대법원 유죄 판결이 나왔는데도 사실 자체를 인정 못했던 것이다.


과거 DJ는 모든 걸 보고받았지만 특검 발표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인정하지 않았다. 물론 이번 의혹은 그 시절 대북송금과 전혀 상관없다고 믿는다. 절대 비교하지 마시기를.

김순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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