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보다 짭짤한 디저트 코인…나만 빼고 다 아는 ‘00떡’ 정체”[이설의 한입 스토리]
우리가 삼키는 모든 것에는 이야기가 깃들어 있습니다. 식재료의 탄생과 변화, 맛에 얽힌 기억과 감정들을 들여다봅니다.
‘두바이 쫀득 쿠키(이하 두쫀쿠)’ 열풍의 끝자락 즈음 새로운 ‘디저트 코인주’가 등장했다. ‘상하이 버터떡’(이하 버터떡)이다. 금세 꺾일 억지 유행이란 예측과 달리, 버터떡의 인기는 은은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주간 방문한 서울 지역 디저트 카페 7곳에서는 한정 수량이 동나거나 오픈런 행렬이 이어진 모습이 눈에 띄었다.
“붕어빵 꼬리 부분 맛”, “휘낭시에의 떡 버전 느낌”, “딱딱해진 찹쌀 꽈배기 맛.” 버터떡을 맛본 이들의 반응은 천차만별이었다. 실제 손맛을 타는 엄마표 된장찌개처럼, 가게마다 모양도 맛도 제각각이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베이커스트 브라운’ 직원은 “고소함, 단맛, 버터 맛, 바삭함, 쫀득함의 비율이 레시피마다 달라 맛의 스펙트럼이 넓다”라고 설명했다. 기자의 입맛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버터와 단맛을 극대화한 떡빵’에 가까웠다.

다문화 품은 퓨전 디저트
버터떡은 상하이의 전통 간식을 변형한 디저트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래를 한 단계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세기 하와이와 만난다. 하와이로 이주한 일본인들이 가져온 찹쌀떡(모찌)은 코코넛밀크, 버터 등과 결합해 새로운 디저트로 탄생했다. 이것이 ‘하와이안 버터 모찌(Butter Mochi)’다. 호놀룰루타임즈는 “버터 모찌는 19세기 플랜테이션 시대에 일본 모찌, 필리핀 비빙카, 서구식 베이킹 문화가 결합한 퓨전 디저트”라고 설명했다.
이 레시피는 다시 중국으로 건너가 현대적으로 재해석된다. 중국 계면신문에 따르면 코코넛밀크 대신 우유를 넣고 중국 전통 떡인 ‘녠가오(年糕)’의 쫄깃한 식감을 극대화한 결과물이 상하이 버터떡의 기초를 다졌다.
다만 이를 직접적인 전파로 보기 힘들다는 시각도 있다. 일본 요리 미디어 ‘저스트원쿡북’은 “공통된 찹쌀 디저트 문화가 각 지역에서 변형된 것으로 보는 게 정확하다. 버터 모찌처럼 버터떡도 다양한 음식의 영향을 받아 독자적으로 발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에서 4년전 본격 유행
중국에서는 버터떡이 2022년 말부터 인기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중국 최대 베이커리 체인인 ‘루씨허(泸溪河)’가 버터떡을 시그니처 메뉴로 내세우며 유행에 불이 붙었다. 출시 50여 일 간 판매 기록은 3000만 개. 매장 앞에는 매일같이 오픈런 행렬이 이어졌다.
유행의 치트키는 ‘겉바속쫀(겉은 바싹하고 속은 쫀득)’ 식감이었다. 샤오홍슈(小红书)와 틱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먹방’과 ‘ASMR’ 콘텐츠가 젊은 층의 취향을 저격했다. 동음이의어로 ‘해마다 더 높이 올라간다(年年高, 녠녠가오)’는 상징성도 인기에 한몫했다. 단순한 간식을 넘어 복을 기원하는 ‘힙한 전통’으로 소비된 것이다.
3년간 이어지던 인기는 현재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중국 경제매체 신화재경은 지난해 말 “초기의 광적인 대기 행렬은 사라졌지만, 대형 베이커리 브랜드들은 버터떡을 정식 메뉴에 올렸다. 버터떡은 이제 언제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 가성비 간식이 됐다”고 전했다. 버터떡 단일 메뉴만 판매하던 개인 카페들은 폐업 사례가 적지 않다. 살아남은 가게들은 말차, 초코, 흑임자 등 응용 메뉴를 선보이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한국으로 이어진 ‘글로컬’ 열풍
버터떡 열풍은 올해 3월 한국으로 옮겨붙었다. 상하이를 방문한 여행객들의 후기를 시작으로 대형 베이커리, 개인 디저트 카페, 편의점 등이 가세했다. 구글 트렌드 데이터에 따르면 버터떡 검색량은 3월 초부터 급증해 11~15일 사이 최고치를 기록한 뒤 감소하는 흐름을 보였다. 4월 초 기준 검색량은 정점 대비 반 토막 수준으로 진정됐지만, 유통업계의 신제품 출시가 잇따르며 대중적 디저트로 안착하는 모양새다.
대부분의 디저트 카페에서는 1인 1박스로 구매를 제한하고 있다. 4~5개 기준 가격은 7000~8000원 선. 20~30박스씩 준비한 물량은 보통 오후 두세 시경 품절된다. 버터떡을 가장 먼저 선보인 서울 강남구 신사동 ‘이웃집통통이’는 제품이 나오는 시간이면 여전히 대기 줄이 길다. 부산, 대구 등 지방 대형 베이커리에서도 인기가 뜨겁다.

고객의 호불호는 갈린다. 긍정적인 이들은 “버터의 풍미와 설탕의 단맛이 오븐에서 구워져 여러 맛의 층위가 느껴진다”, “개성 강한 두쫀쿠와 달리 평소 간식으로도 손색없다”고 평가했다. 쌀가루 베이스라 소화에 부담이 없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반면 직장인 백지은(27) 씨는 “여러 디저트를 섞은 흔한 맛이라 한 번의 경험으로 충분하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버터떡 맛집을 섭렵했다는 40대 여성은 “가게별로 편차가 심하다. 촉촉한 식감과 버터 맛을 잘 살리는 곳이 있는 반면, 소금빵 수준으로 만드는 곳도 많다”고 했다.
디저트 코인주, 이번엔?
판매자 입장에서는 이번 ‘디저트 코인’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두쫀쿠로 세 달 만에 매출 5000만 원을 올렸다는 한 동네 카페 대표는 “버터떡은 두쫀쿠 정도로 파급력이 크지는 않지만 계속 음식 배달 플랫폼 상위권 검색어를 차지하고 있다. 스몰 럭셔리 디저트는 유행에 편승하는 게 맞다고 본다”라고 했다.


디저트 유행 주기는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유행의 출발점은 보통 인스타그램 릴스나 틱톡 같은 숏폼 영상이다. 짧은 영상에서 식감과 비주얼이 소비되다가 바이럴 마케팅을 타고 인기가 치솟는다. 소비자 호기심이 먼저 증폭된 뒤 공급자가 이를 뒤쫓는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버터떡은 마라탕처럼 일상 음식으로 롱런할 수 있을까. 양수진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는 “동물성 지방인 버터가 주재료라는 점에서 건강식 선호 트렌드와는 다소 동떨어진 측면이 있다. 맛과 품질이 매장마다 다르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걸림돌”이라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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