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65세·스웨덴 67세... 韓 65~69세는 어디로

홍성민 2026. 4. 1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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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초고령사회 진입, ‘65세 노인’ 기준 흔들
복지지출 70조 시대, 재정 부담이 논의 촉발
정년·연금 연계로 생애 주기 구조 재편 시도
빈곤·세대갈등 완화가 향후 정책 성패 좌우
[지데일리] 한국 사회가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수십 년간 고정돼 있던 ‘노인연령 65세’ 기준이 재검토되고 있다. 평균수명과 건강수명이 동시에 늘어나면서 65세 이후에도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이어가는 ‘액티브 시니어’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 조정 논쟁을 넘어 세대 간 공정성과 복지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며 65세 노인 기준을 재검토하고 있다. 평균수명 증가와 재정 부담 확대로 정부는 노인연령을 70세로 단계 상향해 복지 재원을 청년·가족 지원으로 재배분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세대 공정과 지속가능한 복지체계 구축이 핵심 목표다. ⓒ픽사베이

지난해부터 정부가 노인연령 상향 논의에 공식 착수하기로 하면서 관련 논의는 속도를 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5월 열린 전문가 간담회에서 노인연령을 단계적으로 70세로 상향하고, 절감되는 11조 원의 복지 예산을 청년·가족 지원 예산으로 재배분하는 방향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에 따라 65~69세를 ‘예비노인’으로 분류하고, 70세부터 본격적인 노인복지를 적용하는 이른바 ‘2단계 모델’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초고령사회, 복지 구조 흔든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이미 2024년 기준 20%를 넘어섰고, 2025년에는 21% 이상으로 추정된다. 불과 40여 년 전인 1981년 노인복지법 제정 당시 국민 기대수명은 65세 남짓이었지만, 2026년 현재는 83세를 돌파했다. 건강수명 또한 74세를 넘어서면서, 65세를 ‘노인’으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재정 압박이 자리한다. 기초연금·노인일자리 등 복지지출은 매년 크게 불어나 2025년 기준 70조 원을 넘길 전망이다. 정부는 노인연령을 70세로 상향한다면 연간 6조8000억 원, 일자리지원 기준까지 조정하면 최대 8700억 원의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렇게 절약된 재원을 청년층 일자리나 출산지원, 가족 돌봄으로 재투자함으로써 세대 간 균형을 맞추는 구상이 제시됐다.

나이보다 ‘역량’으로 평가한다

전문가들은 노인연령 조정이 예산 절감책에서 나아가 사회적 기준의 재정립이라고 강조한다. 65세 이후에도 경제활동을 이어가는 인구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법적 기준이 오히려 ‘낙인 효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정년 연장을 노인연령 상향과 연결할 경우 고령자 고용률이 오르고 인구부양비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가능인구 대비 비생산인구 비율을 의미하는 인구부양비는 이미 2025년에 50%를 웃돌았다. 은퇴 시기를 늦추면 국가연금의 고갈 시기를 4~5년 늦출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인복지 기준 조정 논의와 병행해 정년 65세 연장, 임금피크제 보완 등 고령자 고용 환경 개선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고령층이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구조적 기반이 마련돼야 연령 상향 정책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복지 사각지대, 새로운 과제

문제는 노인빈곤이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OECD 평균의 두 배를 넘는 40% 수준으로, 복지 기준을 단순히 상향하면 저소득 고령자의 생활안정이 더 흔들릴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소득하위 20% 노인을 대상으로 한 ‘전환기 지원금’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복지 사각지대의 고령층을 보호하기 위한 맞춤형 정책 설계가 필수 과제로 꼽힌다.

해외 사례 역시 참고 대상이다. 일본은 여전히 65세 기준을 유지하며 고령자 일자리 정책을 확대하고 있고, 스웨덴은 67세로 상향하면서 연금수령 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정했다. 한국은 두 흐름을 종합해 ‘건강수명 중심의 복지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입장이다.

생산적 고령화로의 전환

전문가들은 이번 논의가 복지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끌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지출을 줄이는 것에서 나아가 평생학습·재취업 지원으로 65~70세 구간을 ‘은퇴 후 생산기간’으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가 사회의 일원으로 지속적으로 참여할 때, 고령화는 부담이 아니라 성장 동력으로 전환될 수 있다.

무엇보다 국민적 공감대 확보가 과제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지역별 공청회와 노인활동센터 시범사업을 진행해 정책의 실효성을 검증하기로 했다. 체계적인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고령화를 재정 위기가 아닌 생산적 기회로 바꾸기 위한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