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빠지나…전기차 보조금 개편에 ‘국내기업 몰아주기 논란도’

최은총 기자 2026. 4. 11.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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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부 기업 평가 방식 발표·수입 전기차 배제 논란
산업 기여도·R&D 반영 등 국산차 중심 설계 지적
기후부 장관 “검토 통해 조치할 것”
기후부의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에 자동차 업계에선 국내 기업 몰아주기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챗GPT 생성이미지

전기차 보조금 기준이 올해 하반기부터 대폭 수정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3월 31일 발표한 '전기자동차 보급사업 수행자 선정 평가 기준'에 따르면 보조금 지급 여부가 기업의 국내 연구개발, 고용, 산업 기여도 등을 평가해 결정된다.

개정안에 따라 수입 브랜드는 보조금 대상에서 멀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업계에서는 이번 지침이 자국 기업 밀어주기식 정책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외산 업체에 시장을 지키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관련 정책이 탄력을 받을 경우 자칫 고인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시장 흔드는 변수, 보조금…기준 바뀐다

기후부가 발표한 전기차 보급사업 수행자 선정 평가 기준에 따르면 보조금 지급 여부는 기업 평가 점수에 따라 결정된다. 평가 항목은 기술 개발, 산업 기여도, 지속 가능성, 사후관리 등 7개 분야로 구성되며 국내 연구개발 투자 규모나 고용 창출, 부품 협력 및 생태계 기여 여부 등이 주요 기준으로 반영된다. 산업 기여도와 지속 가능성 항목의 비중이 높은 만큼 국내 사업 기반이 점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부는 이번 개편이 단순 보급 확대를 넘어 전기차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향이라는 입장이다. 판매량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전반적인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전기차 시장에서 보조금이 차지하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이번 개편은 제도 변경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국내 전기차 판매는 연초 보조금 집행이 시작되면 수요가 급증하고 예산이 소진되면 판매가 둔화되는 패턴이 반복돼왔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1분기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8만3529대로 전기차 비중이 20.2%까지 확대되며 하이브리드(26.4%)에 이어 주요 동력원으로 자리 잡았다. 2월과 3월에는 전기차 등록 대수가 하이브리드를 앞서며 보조금 집행 시점과 맞물린 결과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전기차 보조금 정책 변화가 수요와 시장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청사. 사진=연합뉴스

수입차 직격탄, 테슬라…이제 보조금 못 받나?

개편안의 직접적인 영향권은 수입 전기차로 좁혀진다. 보조금 지급 기준이 차량 성능에서 기업의 국내 기여도로 이동하면서 국내 생산이나 고용, 연구개발 기반이 제한적일수록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테슬라다. 테슬라는 국내 생산시설이 없고 연구개발 및 부품 생태계 역시 해외 중심으로 구축돼 있다. 차량 역시 미국과 중국 공장에서 생산돼 수입되는 구조다. 기후부가 공개한 개편안이 적용된다면 산업 기여도 항목에서 점수를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만약 테슬라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면 국내 전기차 구매자들의 상당 인원이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될 전망이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수입차 시장에서 테슬라는 2만970대를 판매하며 1위를 차지했다. 단일 모델 기준으로도 모델Y가 1만5325대 등록되며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2025년 기준으로도 모델Y는 수입차 모델별 판매 선두를 달리며 명실상부한 전기차 1강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보조금 개편이 현실화될 경우 영향은 기업을 넘어 소비자들에게 직접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테슬라처럼 국내 판매 비중이 높은 브랜드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실제 구매 부담을 떠안게 되는 것은 소비자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테슬라 스토어에 전시된 모델YL. 사진=최은총 이코노믹리뷰 기자

"산업 보호냐, 시장 개입이냐" 국내기업 몰아주기 시각도…

개편안 논의의 출발점은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보급을 넘어 산업 생태계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전기차 보급 정책이 국내 생산과 부품 산업, 연구개발 투자로 이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연이어 언급되고 있다.

8일 열린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보조금이 수입차 중심으로 지급될 경우 국내 산업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보조금 정책 역시 산업 생태계와 연계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공감대 역시 형성됐다.

다만 수입차 업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현장에서 한 수입차 관계자는 "수입 전기차 판매가 증가하는 이유를 단순히 가격 경쟁력 때문이라고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가격 경쟁력 외에도 충전 시설 확충 등 다양한 요인이 반영된 결과라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개편안이 결과적으로 국내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국내 생산과 협력사 구조, 연구개발 등 조건을 충족하는 게 사실상 국내 완성차 업체로 좁혀지기 때문이다.

정치권도 개편안 재검토 시사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확산됐다.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을 두고 직접적인 문제 제기가 이뤄졌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내 전기차 보급 5년 이상과 연구개발 500억원, 특허 20건 등 기준은 사실상 수입차는 맞출 수 없는 구조"라며 "80점 기준 역시 너무 높고 결국 국내 자동차 기업만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경쟁자를 제거해주고 국내 업체만 보호하는 구조"라며 "과도한 보호는 오히려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보조금 정책은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산업 보호와 일자리 기여, 가격 경쟁력 확보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세부 항목과 배점을 충분히 들여다보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문제 제기에 일리가 있으며 검토를 통해 오해가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보조금 구조를 바꾼다고 현재의 수입 전기차 시장 흐름을 뒤집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국내 출시된 테슬라 모델YL 구매를 위해 많은 고객이 몰렸으며 올해 출고가 어려울 정도로 대기 수요가 형성된 상황이다. 한 수입차 관계자는 "테슬라의 팬층은 이미 두껍고 수천만원대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보조금 변화가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후부가 발표한 개편안이 올해 7월 적용을 목표로 하는 만큼 향후 세부 배점과 평가 방식이 어떻게 조정될지가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기준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직접적인 만큼 업계에서는 추가 보완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이소영 의원이 김성환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이소영 의원 유튜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