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빚을 왜 주주가 갚지?”…한화 유증이 막힌 이유[위클리IB]
한화솔루션 '높은 채무 상환' 비중에 시장 의문 빗발
“이젠 유증도 현미경 검증 대상”…자구 노력·주주 설득 없인 어렵다
[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 금융감독원이 한화솔루션(009830)의 2조4000억원대 대규모 유상증자에 제동을 걸었다. 대주주가 8000억원대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나섰지만 시장 반발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국내 자본시장은 유상증자를 바라보는 검증 기준이 한층 높아졌다.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성장 투자’ 명분을 내세우고도 유상증자 완주까지 고전했음을 감안하면, 조달 자금의 상당 부분을 채무 상환에 쓰려는 한화솔루션은 시장 설득 과정이 한층 더 까다로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감원 제동에 멈춘 유증…대주주 참여도 ‘역부족’
11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한화솔루션이 제출한 유상증자 관련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 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중요사항 기재의 명확성과 충실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내려지는 조치로, 지난달 제출한 신고서는 효력이 정지됐다. 자금 조달 일정이 전면 재검토 국면에 들어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화솔루션은 앞서 지난달 26일 2조4000억원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보통주 7200만주를 발행하는 구조로, 조달 자금은 차입금 상환과 설비 투자 등에 활용한다는 내용이었다. 거액 증자 대금 외에도 정기 주주총회였던 지난달 24일 이틀 뒤에 기습적으로 증자에 나선 점에서 더욱 논란이 됐다. 지난 3일에는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해당 사안 관련 금감원과 사전 교감이 있었다는 취지로 주주간담회에서 발언했다가 대기발령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유상증자 발표 직후 주가는 단기간에 급락했고,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경영진이 자사주 매입 계획을 내놓고, 최대주주인 한화가 배정 물량을 초과해 참여하겠다고 밝히며 진화에 나섰지만 분위기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양상이다.
고전 끝에 유증 성공한 한화에어로...솔루션은 더한 '험로' 예고
한화그룹은 지난해에도 대규모 유상증자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가 3조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직후 주가가 급락했고, 주주 반발 속에 시장의 날카로운 눈초리를 한몸에 받았다.
계열사인 한화오션 지분 약 1조3000억원어치를 인수한 직후에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한 점이 특히 의구심을 샀다. 내부 거래에 투입된 자금을 시장에서 보전해보겠다는 시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금융감독원도 자금 사용 목적과 주주 설득 과정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 두 차례 정정 신고서 제출을 요구하며 제동을 걸었다.
당국과 시장의 반대에 부딪힌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시장 신뢰를 얻기 위해 구조 수정과 설명 보강을 거듭하며 고전했다. 유상증자 규모를 3조6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줄이고, 부족분인 1조3000억원은 한화에너지·한화임팩트파트너스·한화에너지싱가포르 등 계열사를 통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충당하는 방식으로 자금 조달 구조를 재편했다.
지배구조 관련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김승연 회장이 보유한 한화 지분 일부를 세 아들에게 증여하는 조치도 병행했다. 몇달 간에 거친 조정 노력 과정에서 급락했던 주가가 반등했고, 주주배정 유증에서 당초 목표를 웃도는 2조9000억원 이상을 조달하고 제3자배정까지 포함해 총 4조2000억원 규모 투자 재원을 마련했다.

한화솔루션의 유상증자는 약 2조4000억원 가운데 1조5000억원가량을 차입금 상환으로 쓰는 구조다. 나머지 약 9000억원이 설비 투자 등에 활용될 예정이지만, 전체 자금의 60% 이상이 재무구조 개선에 쓰이기에 투자 재원 확보보다 기존 부담 해소 성격이 더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한화솔루션 측은 업황 둔화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자산 매각으로 약 1조6000억원을 확보하고,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7000억원을 추가 조달하는 등 자구책을 추진했지만 추가적인 재원 마련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유상증자 자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해 재무 부담을 낮추고, 나머지 자금은 태양광 설비 투자와 차세대 기술 확보에 투입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유상증자를 두고 사실상 주주 자금에 기대 재무 부담을 완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유상증자라는 조달 방식이 최선이었는지, 거액의 규모와 시점이 불가피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무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자본을 확충하더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기보다는 일시적인 대응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NICE신용평가는 유상증자가 이뤄질 경우 부채비율은 낮아질 수 있지만, 이익 창출력이 부진한 상황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채무상환능력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자구 노력이나 대주주의 책임 있는 대응이 잘 맞물려야 시장을 설득할 수 있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며 "한화가 더 설득력 있는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 시장 검증을 통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기업들도 주주에게 손을 벌려 재무 보강 해보겠다는 목적이 주가 되는 유상증자는 쉽게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영의 (yu0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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