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금의 딜레마…지정학 위기엔 왜 더 흔들리나 [e가상자산]

김효숙 기자 2026. 4. 1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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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이미지(챗GPT 생성)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라는 별칭과 달리 오히려 큰 변동성을 보인다. 전쟁과 갈등이 심화되면 금이나 달러로 자금이 이동하는 전통적 흐름과 달리, 비트코인은 위험자산처럼 매도 압력을 받는 경우가 반복되면서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이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혼합형 자산’이라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11일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에 따르면 지정학적 위기 발생 시 디지털 자산 시장은 ‘위험 회피(Risk-off)’ 흐름에 따라 주식과 함께 하락 압력을 받는 경향이 뚜렷하다. 투자자들이 현금 확보를 우선시하면서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이 아닌 유동성 확보 대상 자산으로 인식하는 영향이다.

실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비트코인은 장중 약 7.9% 하락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이 아닌 위험자산처럼 움직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기관투자자와 레버리지 자금 비중 확대도 이 같은 흐름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포트폴리오 전반의 리스크를 줄이는 과정에서 비트코인 역시 동반 매도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모든 위기가 비트코인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충격 이후 통화 불안이나 자본통제, 금융 접근 제한이 현실화될 경우 디지털 자산은 대체 가치 저장 수단으로 부각되기도 한다. 실제 일부 연구에서는 러시아 제재 국면에서 비트코인이 금과 함께 제한적 안전판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최근에는 이 같은 수요가 비트코인에만 집중되지 않고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으로 분산되는 흐름도 뚜렷하다. 송금과 결제,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 측면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보다 직접적인 대안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평가다.

결국 지정학적 위기가 비트코인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전쟁’ 자체보다 그로 인한 거시 환경 변화에 좌우된다는 분석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강달러, 긴축적 금융 여건 등이 동시에 작용할 경우 디지털 자산 시장 전반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특히 △유가 흐름 △달러 강세 여부 △통화정책 완화 기대 △자본통제 발생 가능성 등을 핵심 변수로 꼽는다. 이들 요인이 결합되면서 비트코인은 위험자산과 대안자산의 성격을 오가게 된다는 설명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은 ‘디지털 골드’ 서사를 갖고 있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글로벌 유동성과 위험선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위기 국면에서는 단기적으로 위험자산처럼 움직이되, 통화 신뢰 훼손 국면에서는 대안 자산으로 재평가되는 이중적 특성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