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판정인데, 왜 우리가 웃음거리 돼야 하나"…대한항공, 악으로 깡으로 버텼다

[스포티비뉴스=인천, 최원영 기자] 선수들이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대한항공은 1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5차전 홈경기에서 현대캐피탈을 세트스코어 3-1(25-18 25-21 19-25 25-23)로 꺾고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5번째 통합우승이자 6번째 챔프전 우승을 달성했다. 또한 KOVO컵 대회 우승과 정규리그 1위에 이어 챔프전까지 정복하며 구단 역사상 두 번째로 '트레블'을 완성했다.
챔프전은 만만치 않은 여정이었다. 안방인 인천서 1, 2차전 승리를 차지했지만 천안 원정을 떠나 3, 4차전서 모두 패했다. 마지막 5차전까지 치른 끝에 정상을 정복했다.
2차전 종료 후 장외 논란도 이어졌다. 5세트 현대캐피탈이 14-13으로 매치포인트를 선점한 뒤 주포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가 대한항공 코트 사이드 라인을 노려 서브를 넣었다. 아웃(Out) 판정이 나왔고, 비디오 판독에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2차전서 대한항공이 승리한 뒤 블랑 감독과 현대캐피탈 선수단은 그 서브가 인(In)이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특히 블랑 감독은 2차전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조원태) 총재와 심판위원장이 모두 같은 굴레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 대한항공도 부끄러운 승리임을 알고 있을 것이다"고 말하며 격노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5일 사후판독 및 소청심사위원회를 개최했다. 이후 "볼이 최대로 압박된 상황에서 사이드 라인의 안쪽선이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KOVO 운영요강 로컬룰 가이드라인 4.볼 인/아웃 '접지면을 기준, 최대로 압박된 상황을 기준으로 라인의 안쪽선이 보이면 아웃이다'에 의거해 '정독'으로 판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블랑 감독은 3~4차전서도 "우리는 승리를 도둑맞았다", "우리가 비공식 우승팀이다"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현대캐피탈 선수단은 '분노'라는 단어 아래 똘똘 뭉쳤다. 반대로 대한항공은 천안서 그 기세에 눌려 연패를 당하고 말았다.

10일 우승 후 기자회견에 임한 대한항공 주전 세터 한선수는 "2차전 종료 후 해프닝이 있었다. 어쨌든 공정한 판정을 내렸는데 그 결과에 대해 우리를 흔들려고 한 것인지"라며 "선수들이 동요되고 흔들렸던 건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5차전까지 오면서 '절대 우리가 웃음거리가 되진 말자'고 생각했다. 왜 우리가 잘하고도 웃음거리가 돼야 하나 싶었다"고 밝혔다.
한선수는 "그래서 이 악물고 했다. 힘들었지만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끝까지 해보자고 다짐했다. 그렇게 우승했다"고 덧붙였다.
한 취재진이 3~4차전 패인에 관해 물었다. 한선수는 "만약 3차전 초반 상대의 강한 서브가 들어왔을 때 그걸 방어해 (사이드 아웃을) 잘 돌렸다면 아마 시리즈가 3차전에서 끝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거기서 당했고, 이슈도 있었다"며 "그 부분을 생각하고 들어갔는데도 상대가 강하게 나오니 우리가 무너져 버렸다. 다시 올라올 분위기가 안 됐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한선수는 "이번 경기에선 기필코 웃음거리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더 소리 지르며 뛰었다. 가라앉은 분위기를 계속 끌어올리려 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챔프전 MVP를 수상한 주장 겸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석은 "다른 의미로 역대급 챔프전이었다. 너무 힘들었고, 재밌었다"며 "진짜 힘들어서 빨리 끝내고 싶었는데 이겨서 다행이다. 장외 신경전은 우리가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이라 더 힘들었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4차전까지 패한 뒤 선수들끼리 나눈 이야기가 있을까. 정지석은 "외부 이야기 신경 쓰지 말고 잘 쉬고, 잘 먹자고 했다. 지나간 일들은 잊고 다가올 일들만 생각하자는 말들을 했다"며 "나와 (한)선수 형 등을 제외하면 어린 선수들이 정말 많다. 다시 분위기를 우리 것으로 가져오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전했다.
정지석은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분노라는 키워드를 갖고 경기에 임하니 잘 뭉쳐 있는 게 보였다. 우리가 맞받아쳐야 했는데 부족했던 것 같다"며 "악으로, 깡으로 하는 수밖에 없었다. 인천 홈팬분들의 응원 덕분에 천안에서보다는 경기력이 나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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