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배드민턴도 부자 스포츠?" 깃털 값 폭등에 결국 꺼낸 승부수, 합성 셔틀콕의 시험대

김종석 기자 2026. 4. 1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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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리·거위 깃털 부족에 가격 급등…흔들리는 공급망.
 BWF, 그레이드3·주니어 국제대회서 합성 셔틀콕 시험 승인
 문제는 대체가 아니라 감각…엘리트 무대 문을 열 수 있느냐가 관건
천연 깃털 셔틀콕 가격 급등에 따라 합성 셔틀콕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자단식 세계 랭킹 1위 안세영. AI 생성 이미지

중국에서는 "배드민턴도 부자들의 스포츠가 돼 가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말이 나왔습니다. 셔틀콕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인기 제품 가격이 한 달 새 20% 넘게 오른 사례가 전해졌고, 주요 업체들도 잇따라 가격 인상에 나섰습니다. 한 셔틀콕 공장 운영자는 저가 깃털 가격은 3배, 중·고급 깃털 가격은 최소 2배 올랐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은 전세계 깃털 셔틀콕의 90%를 공급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연간 생산량은 약 1억2000만 개나 됩니다.  

  배드민턴 동호회에서 열심히 뛰는 필자의 후배 역시 "셔틀콕 값이 너무 비싸서 부담된다"라고 하소연하더군요. 대한배드민턴협회(회장 김동문)에 따르면 생활체육에서 사용하는 셔틀콕이 지난 몇 년 사이에 1만5000 원에서 2만7000원으로 껑충 뛰었다고 전했습니다. 선수용 최상급 제품은 3만4000원에서 6만 원을 돌파했습니다. 환율도 국내 제품 가격 인상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배드민턴은 의외로 아주 아날로그적인 스포츠입니다. 코트는 현대화됐고 라켓은 첨단 소재로 진화했지만, 정작 승부의 결을 좌우하는 셔틀콕은 여전히 오리와 거위의 깃털에 기대 왔습니다. 그 고전적인 구조가 지금 흔들리고 있습니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이 제한적으로 국제대회에서 합성 셔틀콕 사용을 승인한 배경에는 단순한 용품 실험 이상의 사정이 깔려 있습니다. 전통을 바꾸고 싶어서가 아니라, 전통을 더는 당연하게 유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문제의 시작은 공급입니다. 중국축산협회에 따르면 2024년 오리와 거위 생산량은 2019년보다 10% 감소했습니다. 조류인플루엔자 여파가 있었고, 2018년 아프리카돼지열병 이후 줄었던 돼지고기 소비가 다시 살아나면서 가금류 생산 기반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돼지고기를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오리와 거위 사육 농가가 줄어든 겁니다. 옥수수를 주식으로 삼는 오리와 거위의 사료 가격상승도 영향을 줬습니다.

  중국에서 배드민턴은 탁구와 함께 최고 인기 스포츠로 꼽힙니다. 덩달아 셔틀콕 수요까지 더 커졌습니다. 세계 셔틀콕 생산의 중심축인 중국에서 원재료는 줄고, 수요는 늘고, 가격은 뛰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제 셔틀콕 문제는 단순한 소모품 가격 인상이 아니라 종목 운영의 지속가능성을 묻는 문제로 번졌습니다. 지나치게 중국에 집중된 공급망 재편의 의도도 있어 보입니다. 

  이화우 처장은 "배드민턴 용품업체에서 셔틀콕은 큰 수입원은 아니다. 오히려 라켓, 의류의 매출 비중이 훨씬 크다. 하지만 셔틀콕이 비싸져 진입 장벽이라도 된다면 일반 동호인들은 다른 종목을 택하게 된다. 배드민턴 저변이 축소돼 전반전인 관련 사업이 위축될 수 있다. 업체들이 앞다투어 합성 셔틀콕 개발과 양산에 뛰어든 이유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남자 복식 세계 랭킹 1위 서승재와 김원호. 대한배드민턴협회 제공

체육관 안에서는 불과 5g 안팎의 가벼운 흰 셔틀콕 하나로 보이지만, 그 뒤에는 공급망 불안과 소비 구조 변화, 생활체육 비용 상승이 한꺼번에 매달려 있었던 셈입니다. BWF의 이번 결정이 단순한 기술 실험이 아니라 종목의 출구를 찾으려는 움직임으로 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배드민턴 셔틀콕은 공장에서 대충 찍어내는 제품이 아닙니다. 전통적인 셔틀콕은 오리나 거위 깃털 16개로 만들어집니다. 업계 설명에 따르면 셔틀콕에 적합한 깃털은 한 마리에서 많지 않게 나오고, 회전 방향을 일정하게 하려면 같은 쪽 날개의 깃털만 써야 합니다. 결국 셔틀콕 한 개를 만들기 위해 네 마리의 오리나 거위가 필요합니다. 깃털 단계에서 완제품이 나오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고, 공정도 수십 단계에 이릅니다.

  거위와 오리는 일정 기간 이상 사육한 뒤 털을 확보해 도축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죽은 뒤 채취한 털은 탄력과 속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깃털은 상태에 따라 여러 등급으로 나뉘고, 이를 일일이 끼워서 맞추는 수작업 비중이 높아 숙련공의 역할도 절대적입니다.

  이 정교한 구조 덕분에 배드민턴 특유의 감각이 살아납니다. 네트 앞에 떨어지는 순간에 미세한 떨림, 스매시 이후 속도가 급격히 죽는 궤적, 수비와 공격의 템포 전환 모두 셔틀콕의 물성에서 시작됩니다. 그래서 이 종목에서 셔틀콕 교체는 야구공이나 축구공의 소재를 일부 바꾸는 것과는 무게가 다릅니다. 경기의 문법을 건드리는 일에 가깝습니다.

  그렇기에 BWF도 전면 도입이 아니라 신중한 시험을 택했습니다. 합성 셔틀콕은 우선 BWF 주관 그레이드3 대회(챌린지 이하 등급)나 주니어 국제대회에서 시범적으로 사용됩니다. BWF는 제조업체의 성능 데이터와 함께 선수, 기술 관계자, 대회 주최 측의 피드백을 수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엘리트 무대에서의 사용 가능성을 검토하는 사전 단계라는 뜻입니다. 해당 모델은 요넥스 '크로스윈드 70'과 빅터의 '뉴 카본소닉 맥스'입니다. 

  아시아배드민턴연맹(회장 김중수)도 일부 주니어 대회에서 합성 셔틀콕을 채택했습니다. 대한배드민턴협회 이화우 처장은 "아시아 주니어 대회에 대비하기 위해 합성 셔틀콕을 장만해 대표팀에 제공했다. 대회 사용구인 빅터 제품이었는데 아직은 천연 깃털에 비해 퀄리티가 떨어졌지만, 조만간 기술개발로 개선을 기대한다"라고 전했습니다.

셔틀콕 공장에서 거위털을 가공하고 있다. 신화망 캡쳐. 

천연 깃털 셔틀은 여전히 배드민턴 경기력의 기준입니다. 오리 또는 거위 깃털로 만든 전통 셔틀은 비행 궤적과 회전, 타구 직후 감속 구간까지 가장 정교한 감각을 구현해 엘리트 선수들이 표준처럼 받아들여 왔습니다. 반면 새롭게 시험대에 오른 합성 셔틀은 다공성 나일론 구조와 카본 보강 설계를 앞세워 천연 셔틀에 가까운 비행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내구성과 공급 안정성을 높이려는 시도를 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천연 깃털 셔틀이 '현재의 기준'이라면, 합성 셔틀은 '미래의 기준'이 될 수 있을지를 시험받는 제품입니다.

  관건은 결국 하나입니다. 합성 셔틀콕이 깃털 셔틀콕을 얼마나 닮았느냐가 아닙니다. 선수들이 승부의 공정성을 믿을 수 있을 만큼 비슷하냐는 점입니다. 배드민턴은 손끝의 스포츠입니다. 미세한 차이 하나가 타이밍을 바꾸고, 타점 하나가 결과를 바꿉니다. 생활체육에서는 충분히 대체재가 될 수 있어도, 엘리트 스포츠에서는 전혀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실험은 기술 혁신의 문제가 아니라 경기 신뢰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요넥스 합성 셔틀콕 '크로스윈드 70' 제원, 요넥스 홈페이지

요넥스코리아(대표 김세준)는 최근 일본 본사로부터 합성 소재의 인조 셔틀콕을 전달받아 요넥스 남자 배드민턴팀 등을 통해 자체 테스트에 나섰습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용대를 비롯한 요넥스 선수들과 직원들은 "기본 천연 소재 셔틀콕과 타구감은 거의 흡사하다. 동호인 레벨에서는 차이를 못 느낄 것 같다. 엘리트 선수에게는 타격 때 힘이 더 실리고 속도가 올라가는 느낌이다. 공격적인 선수에게 더 유리할 것 같다"라고 평가했습니다.

  BWF가 대회에서 시범 사용할 합성 제품 가운데 하나인 요넥스 '크로스윈드 70'은 나일론과 카본 그래파이트 합성 소재에 천연 코르크를 사용합니다. 일본 요넥스 홈페이지에 따르면 판매가격은 6개 들이 한 한 튜브에 4만2000원 정도로, 개당 7000원 수준입니다. 요넥스의 국제경기 선수용 거위 털 제품인 'AS-50'은 12개입 한 타에 6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아직은 합성 제품이 대량 생산 이전 단계라 가격 차이가 크지 않지만, 양산에 들어가면 가격이 낮아질 전망입니다. 여기에 합성 제품의 내구성까지 참작하면 오히려 경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합성 셔틀콕의 수명은 기존 셔틀콕보다 3~5배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크로스윈드'라는 이름처럼 바람의 영향도 천연 셔틀콕보다 덜 받는다고 합니다.

  이번 도입은 혁명이 아닙니다. 그러나 작은 시험이라고 가볍게 볼 일도 아닙니다. 셔틀콕 하나를 바꾼다는 것은 배드민턴의 손맛과 리듬, 그리고 승부의 문법을 다시 묻는 일과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종목이 맞닥뜨린 질문은 분명합니다. 전통을 붙들다가 미래를 잃을 것인가, 미래를 준비하며 전통의 본질을 지킬 것인가. 배드민턴은 지금 깃털의 끝에서 흔들리고 있지만, 어쩌면 바로 그 자리에서 다음 시대의 첫 서브를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김종석 채널에이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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