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ON- 김시탁의 전원산책] (24) 밀양 삼랑진의 딸기
우리나라 최초 재배지 밀양 삼랑진의 딸기
겨울에 자라 봄에 수확해 당도 높고 맛 좋아
비타민·엽산 등 많아 피로회복·면역력 도움
80년 역사를 잇는 다양한 체험·축제도 눈길

밀양 삼랑진 노지에서 토경재배 중인 딸기가 탐스럽게 익어 있다./김시탁 시인/

◇겨울에 익어 봄을 기다리게 하는 딸기
우리가 흔히 과일로 먹는 딸기는 식물학적으로 다소 특이한 존재다. 딸기는 장미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식물로, 나무가 아니라 땅에서 자라는 풀이다. 줄기를 뻗어 번식하며 우리가 먹는 붉은 과육은 사실 열매가 아니라 꽃받침이 부풀어 오른 것이고 그 표면에 오돌토돌 붙어있는 작은 씨앗들이 실제 열매다. 딸기는 태생부터 단순하지 않다. 북아메리카의 작은 야생종과 남아메리카 칠레의 큰 품종이 먼 길을 건너와 프랑스에서 서로를 섞으며 지금의 모습으로 태어났다. 하나의 열매 안에 이미 두 대륙의 시간이 스며 있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밀양 삼랑진 딸기.
◇우리 몸에 좋은 딸기, 현장에서 직접 따먹는 게 가장 좋다
물이 90%를 차지하는 딸기 하나에는 약 200개의 씨와 300가지 이상의 향 성분이 들어 있어 맛뿐 아니라 향도 뛰어나다. 특히 씨가 열매 바깥에 붙어있는 독특한 구조를 지닌 과일로 우리 몸에도 좋다. 비타민C를 비롯해 안토시아닌, 엽산, 식이섬유, 칼륨이 풍부해 피로 해소와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준다. 감기에 잘 걸리거나 변비 있는 사람, 고혈압과 피부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다만 과다 섭취하면 설사를 유발할 수 있고, 당뇨가 있는 경우 혈당이 상승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딸기는 비슷해 보이지만 여러 품종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설향’을 비롯해 금실, 매향, 죽향, 아라향, 하모니, 고슬, 그리고 왕딸기 킹스베리 등이 있다. 그러나 품종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맛있는 딸기를 고르는 법이다. 우선 좋은 딸기는 꼭지 바로 밑까지 빨갛게 익어야 하고 윤기와 향이 짙을수록 좋다. 너무 큰 것보다는 중간 크기로 꼭지가 싱싱하고 눌린 자국이 없어야 한다.

딸기농장을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
◇우리나라 딸기 시배지 밀양 삼랑진
우리나라 딸기의 최대 생산지는 논산이지만 경남에서는 진주, 산청, 밀양에서 딸기가 많이 생산된다. 특히 밀양 삼랑진은 우리나라 딸기의 시배지다. 1943년 이곳에서 처음 재배가 시작되었으니, 어느덧 80년이 넘는 시간을 딸기와 함께해왔다. 삼랑진 딸기는 지리적 표시 농산물로 등록된 명품으로, 당도가 높고 향이 진하며 과육이 단단해 식감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밀양강과 낙동강이 만나는 충적토의 비옥한 땅, 겨울에도 비교적 따뜻한 기후, 풍부한 일조량은 딸기 재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그래서 삼랑진에서는 흙에서 키우는 토경 재배도 많다. 이곳에서 딸기는 그저 달콤한 과일이 아니라 오랜 시간과 사람의 손길이 빚어낸 결실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오하나딸기체험농장의 고설재배장에 주렁주렁 열린 딸기.
◇오하나 딸기 수확 체험농장
오하나 딸기 체험 농장은 밀양시 삼랑진읍 용성리에 자리하고 있다. 들판과 비닐하우스가 어우러진 조용한 마을에 들어서면, 봄 햇살을 머금은 딸기 향기가 먼저 사람을 맞이한다. 이곳에서는 2월부터 5월까지 딸기 수확 체험을 운영하는데, 예약은 네이버나 전화로 가능하다. 체험 비용은 월별로 조금씩 달라진다. 체험 농장에 도착하면 입구에 모여 농장 대표에게 딸기 따는 방법과 주의사항을 듣고 하우스로 들어간다. 딸기를 따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손가락을 V자 모양으로 만들어 잘 익은 딸기 사이에 넣고 살짝 당기면 ‘똑’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딸기가 떨어진다. 그 짧은 순간에 손끝으로 전해지는 감촉과 소리가 묘한 즐거움을 준다.
이곳 딸기는 허리 높이에서 재배하는 고설재배 방식의 스마트팜에서 자란다. 물 공급과 빛 조절은 물론 환풍과 온도, 양액 비료까지 자동으로 관리되며 무농약 친환경 방식으로 재배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다만 농장 안을 날아다니는 벌은 조금 조심해야 한다. 기후 변화로 꿀벌을 구하기 어려워 딸기꽃 수정용으로 호박벌과 뒤영벌을 사용한다고 한다. 벌들은 사람을 해치기보다 딸기 열매를 맺게 해주는 고마운 일꾼들이다.

삼랑진 딸기축제장을 찾은 시민들.

축제장 부스에 설치된 밀양 삼랑진 딸기의 역사.
◇삼랑진 딸기는 사랑의 열매
낙동강과 밀양강이 만나는 물목, 강에서 피어오른 안개가 들판으로 걸어 나오는 아침이면 삼랑진의 하루는 비닐하우스에서 먼저 밝아 온다. 해가 산을 넘기 전이지만 하우스 안에서는 이미 봄이 자라고 있다. 들판의 겨울은 고요하지만 비닐하우스 속 겨울은 한순간도 쉬지 않는다. 밤에는 온도를 지키고 새벽에는 문을 열어 습기를 내보내고 낮에는 햇빛을 모아들인다.
사람의 손과 물과 햇빛이 차례로 다녀가며 딸기를 키운다. 그래서 딸기는 어느 날 갑자기 붉어지지 않는다. 겨울을 견디고 꽃이 피고 그 꽃이 초록 열매가 되고 그 열매가 시간을 먹으며 조용히 빛을 바꾸어 간다. 연분홍에서 붉은빛으로 건너가는 그 짧은 순간 속에는 한 철의 햇빛과 몇 달의 기다림과 농부의 긴 겨울이 들어 있다. 삼랑진 딸기는 향이 먼저 익는다. 붉어지기 전에 이미 봄 냄새를 품고 차분히 제 차례를 기다린다. 잘 익은 딸기 한 알을 입에 넣으면 햇빛이 녹은 물처럼 달고 막 피어난 봄처럼 상큼하다. 그러니 사람들은 딸기를 먹으면서 계절을 삼킨다. 해가 기울 무렵 하우스 문을 닫고 나오면 강 쪽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낮 동안 햇빛을 먹고 자란 딸기들은 어둠 속에서 다시 익을 준비를 하고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 내일 붉어질 열매를 생각하며 잠이 들고 붉은 꿈을 꾼다.
강이 흐르고 계절이 흐르고 사람의 시간도 함께 흐른다. 그 흐르는 시간 속에서 삼랑진의 딸기는 햇빛만으로 익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기다림과 정성까지 함께 익어 가는 사랑의 열매인지도 모른다.
◇사람의 가슴에도 꽃이 핀다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똥 밭에 있어도 달다. 입맛보다 생각이 먼저 단맛을 내면 씀바귀를 씹어도 달기 때문이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하는 이 봄날 딸기 향이 가득한 농장에서 붉은 열매를 따 먹으며 마음의 꽃을 피워보는 건 어떨까.
봄이라지만 가슴은 여전히 찬 바람이 부는 겨울이 남아있다면 잠시 일상을 내려놓고 떠나 보길 권한다. 현대전의 빠른 속도에 지친 삶을 벗어나 자신만의 호흡과 속도를 유지하며 햇빛을 오래 바라보고 향기를 천천히 들이마시는 일, 그 느린 시간 속에서 봄 햇살로 예열되어 따스하게 익어 가는 자신을 만날 수 있다. 딸기처럼 시간도 기억도 추억도 사랑도 그렇게 흐르고 그렇게 붉어지며 익는다. 그렇게 붉게 익은 것들은 모두 꽃이다. 사람의 가슴에도 치유와 희망이란 꽃이 피는데 그 꽃이야말로 시들지 않고 오래 가며 향기도 진하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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