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오늘 종전 협상 시작···미군 병력은 속속 중동 집결 중
미, 항공 전력·제82 공수사단 병력 등 중동행

미국과 이란이 1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첫 종전협상을 한다. 호르무즈 해협 경색으로 국제적 에너지 위기를 촉발한 이번 전쟁에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미국은 다시 무력을 사용해야 할 가능성에 대비해 협상 중에도 중동에 병력을 계속 보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이날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JD 밴스 부통령을 단장으로 하는 미국 대표단이 이슬라마바드로 떠났지만 아직 협상이 시작되는 시간은 공지되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대표단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 등이 포함돼 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의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등으로 구성된 이란 대표단도 이슬라마마바드에 도착했다.
협상장에 앉기 전부터 미국과 이란은 우위를 점하기 위한 기싸움에 돌입했다. 밴스 부통령은 긍정적 협상을 기대한다면서도 ‘장난치지 말라’는 경고를 공개적으로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도 밴스 부통령의 출발에 맞춰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공격을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며 이란을 압박하고 있다. 갈리바프 의장은 엑스에 글을 올려 ‘레바논 휴전과 이란 동결자산 해제’를 협상 선결 조건으로 내세웠다.
이번 협상의 최대 쟁점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이다. 휴전 2주간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한다는 합의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하루 통행량을 제한하는 한편 통행료 징수를 구체화하며 통제권을 놓지 않으려 하고 있다. 유가 상승 저지가 절실한 트럼프 행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경색을 해결하지 못하면 ‘협상 실패’라는 평가를 받게될 전망이다.
이란은 협상에 앞서 ‘이란에 대한 침략 완전 종식’, ‘중동 주둔 미군 철수’, ‘대이란 제재 완전 해제’, ‘우라늄 농축도 협상과 농축권 인정’, ‘투자 펀드 조성을 통한 전쟁 피해 배상’ 등 10개항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핵보유 저지를 골자로 하는 미국의 요구와 간극이 매우 크고 미군 철수 같은 요구는 미국 입장에서 수용하기 힘들 것으로 분석된다. 휴전의 범위나 종전협상의 의제에 대해서도 확실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일각에선 이같은 상황으로 인해 자칫하면 11일에 협상이 개시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다만 미국 내 반대 여론이 높은 이번 전쟁을 속히 마무리 짓고 11월 중간선거에 집중하기를 원하는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과의 담판을 통해 전략적 입지 강화를 노리는 이란 정권이 협상판을 초반부터 엎을 가능성은 작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휴전을 연장하며 계속 협상을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은 협상 중 이란을 압박하고 다시 무력을 사용해야 할 가능성에 대비해 중동에 병력을 계속 보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항공기 추적 데이터와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미군의 제트 전투기와 공격기가 최근 중동에 도착했다”며 “며칠 내로 육군 정예 제82 공수사단 병력 1500∼2000명이 추가로 도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해군과 해병 수천명도 중동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항공모함 조지 H.W. 부시호와 동반 군함들은 지난달 말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중동으로 배치를 시작했으며 현재 대서양에 있다고 해군 당국자는 밝혔다. 강습상륙함 USS 복서호와 동반 군함들은 제11 해병원정대를 싣고 지난달 중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출발했으며 현재 태평양에 있다.
미국은 이란이 휴전 합의를 위반하거나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다시 공세에 나서겠다고 압박해왔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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