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성씨면 결혼해도 바꿀 필요 없으니까”… 일본 ‘동성(同姓)’ 매칭 파티 화제

이유진 기자 2026. 4. 11.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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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면 같은 성씨를 써야 한다’ 일본의 오랜 민법에 반기를 드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위한 방편으로 같은 성씨끼리 만남을 주선하는 파티가 열리기도 한다. IBJ Matching 홈페이지 갈무리

“이토(伊藤) 할 때 ‘등나무 등(藤)’ 자 쓰시는 분이죠?”

“네, 맞아요. 그쪽은 혹시 ‘동녘 동(東)’ 자인가요?”

“아니요, 저도 ‘등나무 등’ 자예요.”

지난 1일 일본의 한 매칭 파티 현장. 남녀 참가자들이 서로의 성씨를 확인한 뒤, 같은 한자를 쓰는 성씨임을 확인하며 인사를 나눈다. 일본 TBS 뉴스는 최근 이색적인 남녀 매칭 파티의 한 장면을 보도했다.

이 행사는 일본 결혼정보회사 IBJ Matching이 주선한 것으로, 참가자 전원이 동일한 성씨를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보도에 따르면 기획자는 “이미 같은 성을 사용하는 두 사람이라면 결혼 이후 어느 쪽 성을 택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핵심 콘셉트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민법에 따라 부부가 동일한 성을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9세기부터 이어져온 이 제도는 성 선택에 대한 법적 제한은 없지만, 현실적으로는 약 95%가 남편의 성을 따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일본 여성은 결혼 이후 주민등록증과 은행 계좌, 여권 등 각종 공적·금융 문서에 기재된 이름을 남편의 성으로 변경해야 한다.

<같은 성씨를 가진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결혼 매칭 파티> 현장 이미지. TBS 뉴스 갈무리

이 문제는 일본 사회에서 남녀 차별문제를 포함한 주요 정치·사회적 쟁점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진보 진영은 해당 제도가 여성의 경력 단절과 저출산 문제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는 반면, 보수 진영은 제도 변경이 전통적인 가족 질서를 흔들고 자녀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결혼 이후에도 각자의 성을 유지하려면 사실상 동일한 성씨를 가진 상대와 결혼하는 방편이 유일한 선택지로 거론된다.

이에 따라 파티 주최 측은 일본에서 흔한 성씨인 ‘스즈키(鈴木)’, ‘다나카(田中)’, ‘사토(佐藤)’, ‘이토(伊藤)’를 중심으로 총 네 차례의 오프라인 모임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방식이 주목받는 배경도 분명하다. 도쿄 소재 시민단체 아스니와와 데이팅 앱 ‘페어즈’가 20~30대 2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36%, 남성의 46%가 성을 변경하는 데 거부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상대방이 성을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일정 비율이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응답자의 약 7%는 서로 성을 바꾸지 않겠다면 관계를 끝내겠다 밝혔으며, 약 6%는 ‘부부 별성 제도’가 법적으로 허용될 때까지 결혼을 미루겠다고 답했다.

지난달 다카이치 일본 총리는 “현재도 옛 성(결혼 전 성)을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이들의 편의성을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보완적 조치에 그치기보다, 결혼 전 성씨 사용을 둘러싼 제약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부부가 각자의 성을 유지할 수 있는 ‘부부 별성 제도’를 법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제기되고 있다.

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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