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0원 소주 왜 내놨냐고?”…60대 소주 회장님 ‘통 큰’ 결단 이유는 [신수현의 남돈남산]
“솔직히 1병 팔 때마다 손해, 즉 적자가 납니다. 그런데도 왜 소주를 990원에 판매하냐고요? 물가는 오르지만 월급은 별로 안 올라서 서민들이 소주도 마음 편히 못 마실 만큼 서민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경제 침체로 위기상황에 처한 소상공인들도 넘쳐요. 서민과 소상공인 모두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한 끝에 1병에 990원에 판매하는 소주를 내놓게 됐어요.”
이달 초 ‘착한소주 990’을 세상에 내놓으며 주류 업계를 발칵 뒤집은 선양소주의 조웅래 회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990원 소주 출시 배경을 이같이 밝혔다.
조 회장은 “국내 소주 시장은 거대 기업 2곳이 합쳐서 시장 전체 점유율 80% 이상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 기업은 유명 연예인 등을 제품 모델로 쓰면서 1년에 광고·마케팅 비용만 최소 수십억 원, 많으면 100억원 이상 집행한다”며 “990원 소주를 판매할 때마다 손해가 나지만, 광고·마케팅 비용 썼다고 생각하기로 했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선양소주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한국수퍼체인유통사업협동조합(KVC)이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한 동네 슈퍼 한정 착한소주 공급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총 990만병만 한정 판매될 예정이다. KVC 소속 전국 약 1만개 중소슈퍼 회원사를 통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순차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조 회장은 “990원 소주가 불티나게 팔리고 화제가 되면서 편의점, 대형 할인점 등 여러 유통 회사에서 공급해달라는 문의가 오고 있다”며 “소상공인을 돕기 위한 취지에서 탄생한 소주이기 때문에 중소슈퍼 등 소상공인에게만 공급할 것”이라며 의지를 드러냈다.
2023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100년 기업을 향해 소주 회사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국내에서 소주를 가장 잘 만드는 회사가 되겠다는 의지를 담아 2024년 선양소주로 사명을 다시 변경했다.
선양소주는 맥키스컴퍼니였던 2018년 ‘이제우린’을 새롭게 바꾼 제품을 출시하고 변신하기 시작했다. 이후 2020년 보리소주 ‘린21’, 2023년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제로슈거’ 소주인 ‘선양소주’를 각각 출시하며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 2023년 3월 출시된 신제품 ‘선양소주’는 출시 두 달 만에 총 100만병 판매되며 주류 업계에 반향을 일으켰다.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등 두 기업이 점령한 국내 소주시장에서 선양소주는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지난해 매출 525억원, 영업이익은 67억원 달성했다. 선양소주의 소주는 현재 호주, 미국, 베트남, 홍콩, 대만, 멕시코, 싱가포르 등 1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SNS 통해 젊은이들과 소통하며 ‘셀럽’ 회장님으로
조 회장은 4남3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부모님은 무학에, 그가 어렸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어머니가 홀로 일곱 명의 자식을 키웠다. 소위 ‘흙수저’였지만, 주어진 환경을 탓하는 대신 도전과 열정으로 극복하는 길을 택해 자수성가한 기업인이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후 삼성전자, LG전자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1992년 2000만원을 갖고 오늘의 운세를 알려주는 서비스 제공회사를 설립하며 사업가로 변신했다. 자동응답기 부품 개발업, 전화로 음악을 제공하는 서비스업 등 여러 사업을 하다가 2004년 선양주조를 인수하고 주류업에 뛰어들었다.
조 회장은 18년째 외출할 때 항상 모자를 쓴다. 청바지를 즐겨 입으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씨·계절에 관계없이 일주일에 3~4일씩 총 40㎞가량 산·들 같은 자연에서 달리기를 한다. 달리는 모습을 자신의 유튜브에 올리면서 달리는 사람들(러너) 사이에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조 회장은 2023년 60대 중반의 나이에 대한민국 국토 한 바퀴, 5228㎞를 완주하기도 했다. 2001년부터 마라톤을 시작해 풀코스만 86번 완주했다. 조 회장은 2021년 12월 3일 ‘대한민국 국토 경계 한 바퀴’ 달리기 도전에 착수해 2023년 1월 26일 총 5228㎞ 완주에 성공했다. 동해안 해변길(713.87㎞), 남해안 해변길과 주변 섬(1987.6㎞), 서해안 해변길과 주변 섬( 1770.83㎞), 제주도 둘레길과 울릉도 한 바퀴(286.42㎞), 비무장지대(DMZ) 길(469.61㎞)을 두 다리로 정복한 것이다. 이는 서울역에서 부산역까지(399㎞) 13번 이상 달린 셈이다.
조 회장은 국토 한 바퀴 질주에 도전했을 당시 날씨·계절 상관없이 총 116번 뛰어 한국기록원으로부터 기록 인증도 받았다. 조 회장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경영에 매진했고, 매주 금·토요일에만 달렸으며, 한 번 달릴 때 보통 45㎞씩 달렸다”고 말했다.

언제 어디서나 모자를 착용하고 다니는 이유에 대해서는 “솔직히 제 인물이 좀 빠져서 모자를 써보게 됐는데, 모자를 착용했더니 부족한 외모가 보완돼서 그때부터 항상 쓰고 다닌다”며 “모자 선물도 많이 받아서 50개 정도 갖고 있는데, 대부분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곳에서 산 1만원대 모자”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대한민국에서 걷기 좋은 길을 뽑을 때 꼭 포함되는 길이 있는데 바로 대전 ‘계족산’ 황톳길이다. 이 길을 만든 사람이 조 회장으로, 조 회장은 2006년부터 대전 ‘계족산’에 매년 10억원 이상 투자해 황토를 깔아 시민들이 맨발로 걷거나 달릴 수 있도록 황톳길을 조성하고 가꿔오고 있다. 지역사회와 주민들을 위해 이곳에서 클래식 공연 등 문화행사도 열어오고 있다.
선양소주는 올해 준공을 목표로 미얀마에 공장도 짓고 있다. 아시아 주류 시장 먼저 공략한 후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도 타진하기 위한 전략이다.
조 회장은 끝으로 선양소주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도 공개했다.
“선양소주는 산소 함유량이 많아 목 넘김이 매우 부드러워서 어떤 음식과 먹어도 궁합이 잘 맞습니다. 일반적인 소주는 자극적인 안주랑 잘 어울리지만, 선양소주는 치즈, 과일 같은 가벼운 안주랑 같이 먹으면 특히 맛있어요. 사실 최고의 안주는 사람 안주랍니다. 만났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과 소주를 마실 때, 그 소주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소주가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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