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농장'에 70억 뭉칫돈이…송아지에 '금융' 입히는 전략 통했다
[편집자주] 벤처·스타트업 투자흐름을 쫓아가면 미래산업과 기업들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한 주간 발생한 벤처·스타트업 투자건수 중 가장 주목받은 사례를 집중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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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우 산업은 22조원 규모에 달하지만 생산과 유통, 판매가 분절된 구조로 인해 오랜 기간 비효율이 누적돼 왔다. 농가와 중간 유통상, 판매 채널이 각각 분리돼 가격 왜곡과 수익 배분의 불균형이 발생하고 산업 전반의 생산성도 떨어지는 문제가 지속됐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생산부터 유통, 판매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통합 밸류체인'을 구축한 스타트업이 있어 주목된다. 특히 한우라는 '실물 자산'에 대한 투자와 회수라는 금융 모델을 결합함으로써 기존 축산업의 자금 조달 방식을 혁신하는 동시에, 일반 투자자까지 한우 생산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했다.

이는 비교적 안정적인 자산으로 평가받는 미국 채권 금리(연 5~6% 수준)보다 높은 수익률이다. 뱅카우는 투자자가 소를 소유하고 농가는 이를 위탁받아 사육하는 구조다. 현재 협업 중인 농가는 30곳으로 총 3000마리를 키우고 있다.
농가에는 한 마리당 약 3만~3만2000원 수준의 월 사육관리비가 지급된다. 예를 들어 100마리를 위탁해 사육할 경우 월 300만원 수준의 사육 관리비를 지급받게 된다. 연간으로는 약 3600만원 규모다.
반면 기존처럼 농가에서 자체적으로 30마리만 사육할 경우 수익률이 약 10% 수준이라고 가정하면, 2년(사육기간) 기준 약 3000만원 수준의 수익에 그친다. 농가가 뱅카우를 선택하는 이유는 보유한 축사 대비 실제 사육 규모가 작아 비효율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100~120마리 사육 가능한 시설을 갖췄음에도 자금 부담으로 실제로는 약 30마리만 키우는 경우가 많다. 나머지 70마리 규모의 공간은 활용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뱅카우를 활용하면 자금 조달 어려움 없이 사육 규모를 확대할 수 있고 보유 시설 효율화도 가능하다.

스탁키퍼는 사업모델의 혁신성을 인정받아 최근 7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에는 산업은행, 롯데벤처스, 인라이트벤처스, 제이커브인베스트먼트 등이 참여했다.
이준혁 롯데벤처스 책임심사역은 "스탁키퍼를 주목한 가장 큰 이유는 '파편화된 시장의 수직계열화' 가능성"이라며 "현재 국내 한우 산업은 약 8만개의 소규모 농가로 분산돼 있다. 생산부터 유통, 판매에 이르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준혁 심사역은 "한우는 닭이나 돼지와 달리 수직계열화된 대형 기업이 전무한 유일한 축종"이라며 "하림이 닭, 도드람이 돼지 시장에서 생산부터 유통까지 통합해 성장한 것처럼 스탁키퍼는 22조원 한우 시장에서 그 역할을 처음으로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선점 효과가 곧 스탁키퍼만의 강력한 해자(Moat)가 될 것이란 판단이다. 그는 "또 다른 강점은 높은 규제 진입장벽을 뚫고 금융 제도권 내에 안착했다는 점"이라며 "금융위원회로부터 국내 최초로 가축투자계약증권 발행 승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안재현 스탁키퍼 대표가 유년 시절 부모님의 젖소 농장 운영을 지켜보며 자랐고, 성인이 된 후에는 한화종합상사 축산팀에서 실무를 익힌 축산 전문가라는 점도 투자 요인이 됐다.
이 심사역은 "창업자의 도메인 깊이는 사업의 지속성을 판가름하는 핵심 변수"라며 "한우 산업 전반을 현장에서 체득한 경험과 오너십, 전문성의 조합은 쉽게 복제되지 않는 역량"이라고 했다.
그는 "이러한 배경은 농가들이 겪는 자금난을 정확히 파악하고 투자자와 농가가 상생할 수 있는 뱅카우 모델을 고안하는 밑거름이 됐다"며 "밸류체인 통합을 통해 전후방 산업에 진출함으로써 독보적인 시장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롯데벤처스의 투자는 롯데그룹 차원의 전략적 협력을 염두에 둔 딜(Deal)이다. 이 심사역은 "단순한 재무적 투자가 아니라 롯데 생태계 내 공급망 내재화 차원에서도 전략적 가치가 분명한 딜"이라고 했다.
그는 "롯데마트와 엘그로(롯데상사 축산 자회사) 등 롯데그룹 계열사는 이미 연간 수천억원 규모의 축산물을 매입하고 있다"며 "스탁키퍼가 1만두 이상 안정적 한우 공급 체계를 갖추는 순간 마트 전용 상품 개발이나 B2B 직납 계약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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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범 기자 bum_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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