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의 매력은 ‘테토스러움’... 목표는 세계 챔피언”

천안=박경훈 기자 2026. 4. 11. 07:3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서려경 순천향대 천안병원 교수
2023년 한국챔피언, 올해 3월 아시아챔피언 등극
강한 펀치력 앞세워 14전 10승 중 7KO 승 거둬
“남들 쉴 때 못 쉬지만 즐거워... 도전 이어갈 것”
복싱 매력 알려 대중화 희망...복싱계 활성화 기대
의사로서 수도권 집중·저출산 현상 여파 실감해
“의사는 평생 직업, 복싱은 일상의 활력...계속 도전”
서려경 순천향대 천안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10일 충청남도 천안시 쌍용동 천안BEAT손정오복싱클럽에서 서울경제신문 인터뷰에 앞서 복싱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천안=오승현 기자

“30대에 프로복서가 돼 남들 쉴 때에도 못 쉬었지만 복싱을 하면 도파민이 넘치는 것 같습니다. 요가, 필라테스에서 찾을 수 없는 가장 큰 매력은 ‘테토스러움’이에요.”

서려경(사진) 순천향대 천안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10일 충남 천안시 쌍용동 천안BEAT손정오복싱클럽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 인터뷰에서 복싱에 빠진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서 교수는 현직 전문의이면서 프로복서로 활약하는 소위 ‘의사 복서’이다. 그는 지난달 21일 충남 계룡시민체육관에서 열린 WBA(세계복싱협회) 여자 미니멈급(47.6㎏) 아시아챔피언 타이틀전에서 승리해 아시아챔피언이 됐다. 2020년 프로 복서로 데뷔해 3년 만인 2023년 7월 한국복싱커미션(KBM) 여자 라이트플라이급(49㎏) 타이틀전 승리로 한국챔피언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 의사로서는 2023년부터 순천향대 천안병원 신생아 전문의로 근무하고 있다.

서 교수는 27세였던 2018년 복싱에 처음 입문했다. 일반적인 프로 복싱 선수 경력이 이르면 10대 후반부터 시작되는 것과 비교하면 늦은 출발이다. 그러나 강한 펀치력을 앞세워 14전 중 KO로 거둔 7승을 포함해 10승 1패 3무의 전적을 기록했다. 그는 “의대 졸업 후 레지던트(전공의)에 이어 펠로우(전임의) 과정까지 마친 30대에도 남들이 쉴 때 못 쉬지만 즐겁기 때문에 복싱 선수로서의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며 “경기에서 승리를 거둘 때의 행복감으로 그동안 긴장하면서 힘들게 준비한 과정에 대한 보상을 얻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복서 인생은 순탄하지 않았다. 2022년 삼성서울병원에서 전임의로 근무할 당시에는 제대로 쉴 시간조차 없었다. 그는 “매일 새벽 출근해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일하고 퇴근하면 체육관에서 운동하고 집으로 돌아가 잠을 자기만 하는 일상이었다”며 “햇빛이 들지 않는 공간에서 하루종일 일하다 모처럼 휴일을 맞아 점심 약속 장소로 이동하는 길에 햇빛이 비치니 영화의 한 장면처럼 감옥에서 출소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중증 환자가 많고 당직 등으로 근무 강도가 높아 퇴근할 때 걷기도 힘들 정도였지만 체육관에서 남은 힘을 다 짜냈다”며 “힘들다고 운동을 하지 않으면 기량이 떨어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바람은 국내 여성 복싱 저변이 확대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복싱 전도사’가 되겠다는 각오다. 서 교수는 “현재 국내에서 저와 체급 등 경기 조건이 맞는 여자 프로 복서는 10명 정도에 불과하다”며 “취미로 복싱을 즐기는 생활체육인이 더 많아져야 그중에서 프로 선수 진출이 늘어나면서 국내 복싱계 활성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복서로서 그의 다음 목표는 세계 챔피언이다. 그는 2024년 3월 여성국제복싱협회(WIBA) 타이틀전 무승부, 지난해 1월 세계복싱협회(WBA) 타이틀전 판정패로 잇달아 목표 달성이 무산됐다. 서 교수는 “예전 경기들을 되돌아보면 기술, 자세, 중심 이동 등 여러 면에서 부족했다”면서 “부족한 점을 알기 때문에 보완이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복싱 글러브를 벗으면 그는 4년 경력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 돌아간다. 지방 대학병원 소속으로 국내 의료 체계의 문제점을 실감하고 있다. 그는 “지역의 산부인과나 소아 관련 진료 과목들의 교수들이 줄고 남은 교수들은 은퇴를 앞두고 있는데 그 뒤를 이을 전공의들이 끊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저출산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소아청소년과는 전문의 수련 과목(진료 과목)을 선택하는 의대 졸업생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낮은 분야로 꼽힌다. 상담 중심의 진료가 이뤄지기 때문에 검사·시술·수술이 많은 다른 과보다 건강보험 수가가 낮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서 교수는 이와 관련 “소아과, 흉부외과 등 선호도가 낮은 분야의 의사가 충분히 있어야 비수도권의 의료 인프라 확충이 가능할 것”이라며 “지역 불균형 해소도 중요하지만 진료 과목 간 불균형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도 의사이자 복서인 ‘이중생활’에 충실할 계획이다. 그는 “의사는 평생 직업으로 이어나갈 일이고, 복싱은 일상의 활력소이기 때문에 계속 도전하고 싶다”고 웃었다.

서려경 순천향대 천안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10일 충청남도 천안시 쌍용동 천안BEAT손정오복싱클럽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 인터뷰에서 복싱의 매력을 설명하고 있다. 천안=오승현 기자

천안=박경훈 기자 socool@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