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구경인지 사람구경인지…"그냥 벚꽃명소 안 갈란다"

신용현 2026. 4. 11.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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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에 사는 3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올해 벚꽃 나들이를 집 근처 호수공원에서 했다.

지난해 이른바 벚꽃 명소에 갔다가 인파에 치여 사진도 제대로 찍지 못하고 돌아왔기 때문이다.

올해 서울 벚꽃은 평년(4월8일)보다 열흘, 작년(4월4일)보다는 엿새 일찍 만개했다.

벚꽃 명소인 여의도 윤중로도 지난해보다 닷새 빠르게 개화를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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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파 피하는 '선택적 나들이' 확산
기후변화에 짧아진 봄이 만든 변화
호텔·리조트 봄 상품 다각화
체험 체류형 vs 근거리 강점 앞세워
봄비가 그친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윤중로에 벚꽃이 떨어져 있다. 사진=문경덕 기자


충남 아산에 사는 3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올해 벚꽃 나들이를 집 근처 호수공원에서 했다. 지난해 이른바 벚꽃 명소에 갔다가 인파에 치여 사진도 제대로 찍지 못하고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 씨는 "꼭 명소가 아니어도 꽃구경은 할 수 있으니 굳이 멀리 갈 이유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예년보다 빠르게 찾아온 벚꽃이 4월 초 절정을 찍고 빠르게 저물면서 봄철 여행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길어야 몇 주에 불과한 '벚꽃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움직이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짧아진 시즌에 맞춰 여행 방식 자체를 바꾸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달라진 건 벚꽃이 아니라 여행자다.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앰아이(PMI)가 전국 19~39세 1021명을 조사한 결과, '혼잡은 피하면서 벚꽃은 즐기겠다'는 응답이 40.6%에 달한 반면 전통 명소를 적극적으로 찾겠다는 응답은 8.9%에 그쳤다. 목적지보다 방식을 바꾸는 여행자가 주를 이루는 것이다.

올해 서울 벚꽃은 평년(4월8일)보다 열흘, 작년(4월4일)보다는 엿새 일찍 만개했다. 벚꽃 명소인 여의도 윤중로도 지난해보다 닷새 빠르게 개화를 알렸다. 개화에서 만개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이틀이었다.

기온 상승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서울의 3월 평균 기온은 2015년 6.3도에서 2025년 8도로 올랐고, 올해는 8.2도로 역대 3위를 기록했다. 2020년대 들어서만 네 차례 이상 3월 개화가 관측되는 등 지구 온난화로 인해 3월 벚꽃 개화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북부 등 일부 지역은 4월 중순 만개가 예상되는 등 지역별 편차도 있지만, 전국 단위로 보면 '짧고 빠른 벚꽃'이 찾아오는 봄으로 바뀌고 있다.

 "혼잡은 피하고, 꽃은 본다"… 선택적 나들이의 확산

사진=독자 제공


벚꽃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지자 여행자들은 목적지가 아니라 방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PMI 조사에서 드러난 '혼잡 회피형'(40.6%)은 명소 자체를 포기한 게 아니다. 방문 시점과 동선을 조정해 인파와 비용 부담을 동시에 줄이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사람 많은 명소를 찾겠다는 응답이 한 자릿수에 머문 것은 벚꽃 여행 자체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된 결과로도 풀이된다. 짧아진 시즌은 '어차피 놓칠 바에는 무리하지 말자'는 심리 위축도 반영됐다.

여행 수요 분산에 맞춰 업계 전략도 두 갈래로 나뉘고 있다.

대명소노그룹 소노인터내셔널은 전국 지점을 거점으로 '봄꽃 여행 코스'를 제안하고 있다. 홍천 비발디파크 벚꽃길, 경주 보문호수 벚꽃 산책로, 삼척 맹방 유채꽃밭 등 사업장 인근 봄꽃 명소를 지도 형태로 묶어 여행 동선을 설계할 수 있도록 했다. 자연경관과 체험을 결합한 '체류형 여행' 수요를 겨냥한 전략이다.

반면 도심 호텔은 '근거리, 저이동' 트렌드에 집중하고 있다. 켄싱턴호텔 여의도는 윤중로와 한강공원을 도보 5분으로 이동할 수 있는 입지를 기반으로 '서울 벚꽃 여행' 패키지를 선보였다. 인파가 몰리는 명소지만 이른 아침이나 늦은 시간대를 활용해 혼잡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랜드파크 관계자는 "조식 후 산책이 가능한 아침 시간대나 평일 출근 시간대 등 비교적 한산한 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거리적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구조적 변화… "앞으로 더 짧아질 것"

짧아진 벚꽃 시즌은 올해만의 현상이 아니다. 기온 상승이 멈추지 않는 한 개화 시기는 계속 앞당겨지고, 만개 후 낙화 속도 역시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호텔, 여행 업계도 이를 전제로 상품 구조를 바꾸고 있다. '벚꽃 시즌'이라는 단일 피크에 의존하는 대신 봄 전체를 아우르는 콘텐츠 다각화가 불가피해졌다는 판단에서다. 호텔 업계 관계자는 "벚꽃 하나만을 주제로 놓지 않고, 5~6월까지 제철음식, 봄꽃과 함께할 수 있는 패키지로 차별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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