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당에서 지옥으로”…잘 나가던 코스닥 발목 잡은 ‘삼천당 쇼크’[경제뭔데]

김상범 기자 2026. 4. 11. 07: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들이 쓰는 [경제뭔데] 코너입니다. 한 주간 일어난 경제 관련 뉴스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전해드립니다.

‘주사로만 맞는 위고비, 간편하게 입에 털어넣을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

이 단순한 기대감은 80년 넘은 중견 제약사 삼천당제약을 올해 1분기 코스닥 시장을 주도한 황제주로 만들었다. 그러나 추락은 순식간이었다. 먹는 비만약 핵심기술에 대한 의혹과 대주주가 수천억원 규모의 지분을 팔아치우려 했다는 논란이 겹치면서 주가는 급락했다. 4월에만 40% 하락했고 올해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코스닥’ 열풍에 편승에 투자한 ‘개미’ 투자자들의 피해는 컸다.

삼천당제약 사태는 한 제약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과도한 거품과 정보비대칭에서 비롯된 국내 제약·바이오 주식의 고질적인 문제를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다.

이번주 ‘경제뭔데’ 코너에선 국내 증시에서 반복된 ‘바이오주 급락 패턴의 최신판’인 삼천당제약 사태를 되짚어 본다.

전인석 삼천당제약 대표가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삼천당제약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주가 최고점에서 ‘계약 부풀리기’ 논란

올해 삼천당제약의 주가는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올해 1월 2일(종가기준) 24만4500원이었던 삼천당제약 주가는 석달만에 5배 이상 올라 코스닥 시가총액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30일 장중 123만3000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10일 이 회사의 주가는 50만5000원으로 급락했다. 최고점에선 반토막이 난 상황이다.

급락의 배경에는 ‘먹는 비만약’이 있다. 1943년 설립된 삼천당제약은 원래 인공눈물 등 안구용 약품을 주로 개발해온 회사였다. 2019년 경구용 인슐린 관련 기술을 외부에서 도입하면서 사업 방향을 크게 틀었다. 이후 주사형 약물을 먹는 형태로 전환하는 독자 플랫폼 기술 ‘S-PASS’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2021년부터 2024년까지 23차례에 걸쳐 경구용 인슐린 관련 ‘미확정’ 공시를 반복했다. 이후 경구용 인슐린 개발 기대가 더해지며 올 초부터 주가는 상승궤도를 탔다.

기대감이 한껏 고양된 시점에 추락의 순간이 다가왔다. 계약 부풀리기 논란이 그 발단이었다.

지난달 30일 삼천당제약은 미국 파트너사와 경구용 당뇨·비만 치료제 세마글루타이드의 제네릭(복제약)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을 발표했다. 10년간 15조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그 순이익의 90%를 가져가는 계약이라고 했다.

그러나 계약 상대방은 비공개였고, 매출규모 역시 미래 추정치인 데다가 초기 기술료(마일스톤)는 1억달러(약 1500억원)에 불과해 숫자를 부풀렸다는 의혹이 나왔다. 순이익의 90%를 받는다는 조건도 업계에서 이례적으로 파격적인 조건이라 의심을 샀다.

삼천당제약이 보유하고 있다는 ‘핵심 기술’의 실체가 모호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회사의 약물 전달 플랫폼 기술 ‘S-PASS’는 고분자 주사 의약품을 경구용으로 전환하는 핵심 기술로, 회사 측은 이를 기반으로 노보노디스크의 당뇨약 ‘리벨서스’와 비만약 ‘위고비’의 경구용 제네릭(복제약)을 만들겠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핵심 임상 데이터는 기술 노출 방지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고, 특허의 구체적 내용도 공개된 것이 없었다.

심지어 최대주주인 전인석 대표이사는 주가가 오르던 와중인 지난달 24일 보유 중인 보통주 26만5700주(약 2500억원 규모)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하겠다고 공시하기까지 했다. 전 대표는 “증여세 납부를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투자심리는 급격히 냉각됐다. 이후 전 대표는 지분 매각을 철회한다며 한 발 물러섰다.

삼천당제약을 ‘작전주’로 지목한 블로그 글까지 퍼졌다. 지난달 30일 한 블로거는 실적 과대계상과 주가조작·선행매매 의혹을 제기하며 “삼천당제약은 200% 작전주”라고 주장했다. 삼천당제약은 해당 블로거를 명예훼손·업무방해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블로그 글에 대한 삼천당제약 입장문. 삼천당제약 갈무리
해명 기자회견에도…주가는 곤두박질

주가가 급락하자 삼천당제약은 지난 6일 해명 기자회견을 열었다.

의혹의 핵심은 삼천당제약이 만들고 있는 복제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기준을 충족한 제네릭으로 인정받을 수 있느냐다. 전인석 대표이사는 이 자리에서 “FDA가 삼천당제약의 ANDA(제네릭 허가 신청) 사전 미팅을 수락했다”며 이것만으로도 삼천당제약의 먹는 비만약을 제네릭으로 인정한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그러면서 FDA와 주고받은 이메일·문서 일부를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제네릭 허가를 위해 삼천당제약이 FDA 측에 검토를 요청했고, FDA가 ‘향후 논의해보겠다’라고 회신한 정도이기 때문에 의혹을 소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심지어 이날 기자회견에서 S-PASS 특허와 계약 구조 등 핵심 쟁점에 대한 답변은 전 대표가 아닌 다른 제 3의 인물이라는 점도 논란이었다. 이 사람은 기자들의 신원 확인 요청에도 끝내 답하지 않았고, 삼천당제약 소속도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해명 기자회견에서조차 불투명한 상황이 계속 연출되자 이후 주가는 20% 넘게 추가 하락했다.

삼천당제약이 증시에 입힌 피해는 광범위하다. 삼천당제약이 코스닥 시가총액 1위에 올라 있던 만큼 각종 코스닥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와 바이오 섹터 ETF 등에 편입돼 있었는데 주가 급락과 함께 해당 ETF 수익률이 곤두박질쳤다. 개별 종목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ETF에 투자한 이들도 삼천당제약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된 셈이다.

반복되는 ‘바이오 잔혹사’

삼천당제약 사태는 국내 증시에서 되풀이돼온 바이오주 급락 패턴의 최신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9년 신라젠은 항암 신약 ‘펙사벡’의 임상 3상 중단 권고로 3거래일 만에 주가가 3분의 1 토막 났고, 에이치엘비는 2021년 항암제 임상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허위 공시한 의혹에 주가가 폭락했다. 알테오젠은 올해 초 기술이전 계약의 로열티 비율이 예상보다 낮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주가 하락을 겪었다.

금융당국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은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바이오 기업 공시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오는 6월까지 구체적인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보도자료를 통해 호재성 정보를 흘리는 방식으로 공시 의무를 회피하는 관행을 차단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바이오 종목은 상방에 대한 기대감은 큰데 ‘과연 실현 가능하냐’에 대한 정보는 상대적으로 잘 공개돼 있지 않다”라며 “실제 임상까지 가는 성공률이나 평균적으로 필요한 투자 규모, 향후 기대이익 규모 등이 공개가 되면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라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