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명소에서 애물단지로…죽변 스카이레일에 무슨 일이?

박준우 2026. 4. 11.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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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개장한 울진 죽변해안스카이레일


경북 울진 죽변항 인근에는 바다 위를 달리는 모노레일이 있습니다. 죽변항에서 후정해수욕장까지 2.4km 길이의 '죽변해안스카이레일'인데요. 울진군에서 220여억 원을 들여 만들었고, 한 해에 많게는 42만 명이 찾았을 정도로 지역의 명물입니다. 그런데 이 스카이레일, 지금은 멈춰선 채 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울진군과 위탁 운영업체 사이에선 소송전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관광 명소였던 스카이레일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잇따른 화재에 안전 검사 '부적합'

죽변스카이레일은 개장 당시부터 문제가 생겼습니다. 2021년 7월 2일에 준공식을 했는데, 정작 가동은 8월 2일에나 시작했습니다. 준공을 앞두고 진행했던 안전 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아 시설 개보수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운행을 시작했지만, 이 또한 반쪽짜리에 그쳤습니다. 당초 스카이레일의 운행 구간은 죽변항-하트해변-봉수항-후정해수욕장을 잇는 코스. 하지만 방문객이 많고, 일부 기반 시설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울진군과 운영업체는 전체 구간의 절반가량만 운행합니다. 개장한 지 5년째, 지금까지 전체 구간을 운행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죽변스카이레일 운행 중단 현황


운행 중단도 잇따랐습니다. 2023년 4월, 선로에 불이 나면서 관광객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져 12일간 운행이 중단됐습니다. 그다음 해인 2024년 1월에도 차량에서 불이 났고, 6일간 운행을 멈췄습니다. 2025년에는 정기 안전 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서 두 달 동안이나 휴무에 들어갔고, 올해도 정기 안전 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아 무기한 휴무 중입니다.

"죽변 하면 모노레일 때문에 오는데 모노레일이 없으면 관광손님 맞이를 못 하거든요. 매출에도 엄청 지장이 많죠." - 인근 횟집 직원

무기한 휴무에 들어가면서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건 인근 상인들입니다. 취재진이 찾은 인근 횟집도 다음날 단체 손님이 예약돼 있었는데 스카이레일이 문을 닫았다는 이유로 예약이 취소됐다고 합니다.

■"시설 관리도 부실했다"?

화재와 안전 검사 부적합이 잇따랐던 죽변스카이레일. 운영업체에서 개장 당시부터 2년간 유지보수 관리 담당으로 일했다는 전직 직원을 만났습니다. 이 직원은 레일이 바다 위를 지나 부품 부식에 취약한데도 업체의 안전관리는 부실했다고 말합니다. 레일에 흐르는 전기를 얼마나 잘 차단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절연저항이 기준치보다 낮은 상태였다는 겁니다. 절연저항의 기준치는 1메가옴인데, 자신이 근무할 당시에는 1/300에도 못 미치는 0.003 메가옴 수준이었다고 말합니다. 절연저항이 낮으면 누전의 위험성이 높고, 결국 이는 화재 가능성도 높입니다.

전직 직원이 찍어놓은 2022년 2월 당시 사진.

"오픈 때부터 절연저항이 안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그런 (보수) 조치는 없었습니다. 오로지 관심은 차량 빨리 돌리고 그런 거에만 있었습니다." - 전직 직원

하지만 운영 업체는 화재나 안전 점검 부적합마다 사고 원인이 모두 달랐다며 단순히 절연저항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반박합니다. 또, 자체 점검과 함께 부품도 정기적으로 교체하는 등 안전 관리를 꼼꼼하게 했다고 대답했습니다.

■횡령에 뇌물까지…. 비리 복마전

하지만 운영 업체를 둘러싼 논란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죽변스카이레일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운영 업체도 한 해 34억 원이나 되는 매출을 올렸는데요. 그런데 운영업체는 유지보수 명목으로 또 다른 업체와 계약을 맺고 월 1억 4천만 원, 연 매출의 절반에 가까운 16억 원가량을 지급합니다. 알고보니 이 유지보수 업체, 운영업체 대표 A 씨가 소유한 또 다른 회사였습니다.

여기에 A 씨가 뇌물과 향응을 제공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습니다. A 씨는 2024년 시설 재계약 과정에서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울진군의원 2명에게 수천만 원의 금품과 식비 대납 등의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해당 의원들은 금품 수수 여부나 대가성 여부를 부인하고 있지만, A 씨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금품을 준 건 맞다는 입장입니다.

"총알(돈)을 좀 쏘는 것이 어떠냐고 저한테 그러는 거예요. 저는 이 지역에 대해서 그때만 해도 잘 모르고 사람들도 모르잖아요. 그렇게 권유를 해서 '그럼 그러자' 그래서 줬는데…." - 운영업체 대표 A 씨

결국 A 씨는 지난 3일, 뇌물 공여와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울진군은 뭐했나?

애초에 이 모든 일이 발생한 건 울진군과 운영업체가 맺은 계약이 허술했기 때문입니다. 위탁 계약서 상 조건은 ▲기간은 2021년 8월부터 2024년 7월까지 3년간, 2년 계약 연장 가능 ▲운영업체가 시설 이용비로 울진군에 연 2억 5천만 원 납부 ▲운영업체가 연 3억 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리면 초과분의 20%를 지역사회에 환원 ▲3백만 원이 넘는 수리비는 울진군이 부담이었습니다. 운영업체는 시설 관리에 큰돈을 투입하지 않아도 되면서 매출의 대부분은 가져가는 구조였습니다. 이용객이 아무리 많이 온다고 해도 울진군은 연 2억 5천만 원만 회수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울진군은 결산 검사 외에 계약 안전장치는 마련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처럼 각종 운영 부실, 비리가 잇따르는데도 시설 소유주인 울진군을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울진군은 2023년 운영업체 결산 검사를 진행하면서 스카이레일 매출의 절반이 또 다른 업체로 빠져나간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업체에 자제 요청 공문만 보냈습니다.

또, 1년에 16억 원이라는 돈이 유지보수비로 사용되는데도 안전사고는 이어졌던 상황. 하지만 울진군은 업체가 유지보수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고쳤는지 내역조차 받아보지 못했습니다. 운영업체와 유지보수업체가 서로 계약을 맺었을 뿐, 울진군에는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유지보수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지출하고 어떤 걸 어떻게 바꿨냐고 요청했을 때 문서를 주지 않았죠. (운영 업체가) '우리는 울진군에다가 문서를 줄 의무가 없다.'고 한 거죠. 그걸 이제 저희도 자문 변호사님이 있고 여쭤보니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하다' 이런 거죠." - 울진군 관계자

결국 울진군은 계약 해지까지도 검토했으나, 이조차 운영업체가 소송을 걸 수 있다는 이유로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이어지는 소송에 기약 없는 해결

울진군은 2024년 7월, 운영업체와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종료합니다. 그리고 업체를 횡령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합니다. 하지만, 업체는 계약이 종료된 뒤에도 계속해서 시설을 운영합니다. 울진군이 계약 종료를 위한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고, 계약은 2년 연장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는 겁니다. 결국 울진군은 업체에 시설물을 돌려달라는 인도 소송을 냈습니다. 1심에서는 울진군이 이겼는데 업체가 항소하면서 현재는 2심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스카이레일은 당초 220여억 원이 투입된 데다, 개장 이후에만 40억 원이 더 들어가면서 지금까지 투자된 예산만 260억 원이 넘습니다. 하지만 바다 위를 달려야 할 스카이레일은 멈췄고, 남은 건 소송전입니다. 주민들은 스카이레일이 돌아와 지역 경제를 살리는 효자 노릇을 하기만을 바라고 있는데요. 하지만 언제쯤 시원한 바다 위를 다시 달릴 수 있을지, 죽변스카이레일의 운영 재개는 기약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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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우 기자 (joonwo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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