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왜]깡패 국가·도둑 정치...트럼프의 미국에 붙은 수식어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지난달 28일)]
"이란은 47년간 중동 지역의 깡패로 불렸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지난 2일)]
"그들은 중동의 깡패였지만, 이제는 더이상 아닙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동 지역에서 이란의 폭주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이란을 '불량 국가' 혹은 '깡패 국가'라고 규정지으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이 표현은 지금 부메랑처럼 미국에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패권 국가로서의 위상은 흔들리고 있고, '피스 메이커'에서 '워 메이커'로 권위가 추락했습니다.
트럼프의 미국은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요.
◆'깡패 국가'
〈2026.01.03. 작전명 '확고한 결의' Operation Absolute Resolve〉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1월 4일)]
"미국 역사상 가장 놀랍고 효과적이며 강력한 미국 군사력과 역량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였습니다."
지난 1월, 트럼프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전격적인 군사작전을 통해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했습니다.
작전명은 '확고한 결의'.
마약범죄를 척결하는데, 베네수엘라가 그 중심에 있다는 명분이었습니다.
저항 한 번 못하고 침실에서 끌려나와 미국으로 압송된 마두로의 모습은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습니다.
〈2026.02.28. 작전명 '장대한 분노' Operation Epic Fury〉
그 충격이 가시기도 전인 2월 28일, 미국은 이란을 공습합니다.
이번 작전명은 '장대한 분노'.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2월 28일)]
"미국은 조금 전 이란에서 중대한 전투를 시작했습니다. 테러리스트 정권이 핵무기를 갖도록 둘 수 없습니다."
이란의 핵 개발능력 저지와 정권 교체라는 명분으로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정조준해 사살했고, 수많은 민간 피해를 입혔습니다.
개전 40일 만에 '2주 휴전'에 돌입했지만 종전까지는 아직 갈 길이 남았습니다.
불과 두 달 사이 두 명의 국가 지도자를 겨냥한 트럼프.
미국은 막강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마두로와 하메네이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고, 강력한 군사력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데 거침이 없었습니다.
〈2026.03. '쿠바 점령 야욕'〉
트럼프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중동전쟁 와중에도 계속해서 쿠바에 대한 야욕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지난달 16일)]
"쿠바를 점령하는 영광을 누리게 될 거라 믿습니다. 그건 정말 큰 영광일 것입니다."
트럼프는 이처럼 각종 명분을 대며 반미 성향의 국가들을 공격하고,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패턴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공습을 가한 국가는 현재까지 총 7곳입니다.
취임 직후 후티 반군 기지가 있는 예멘을 타격했고, IS의 2인자를 제거하기 위해 이라크를 쳤습니다.
또 소말리아와 시리아, 그리고 나이지리아에 대한 공습도 이어갔습니다.
계속되는 침공에 국제사회의 비판은 끊이지 않습니다.
미국 내 보수적인 인사들조차 트럼프가 '깡패식 외교'의 시대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미국이 '약탈적 패권국'이자 '불량 국가'가 됐다"고 비판하는가 하면 "미국이 깡패 초강대국인 시대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비꼬기도 합니다.
본래 '깡패국가'는 테러를 지원하고 인권을 짓밟는 등 미국이 잠재적으로 위협이 있다고 판단하는 국가를 부르는 용어였습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처음 쓰인 용어로, 2001년 911테러를 지나 현재는 시리아, 이란, 북한, 쿠바 등 4개국이 여기 해당됩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이제 누가 깡패 국가인지 되묻고 있습니다.
◆'도둑 정치'
트럼프의 미국엔 또 다른 수식어가 붙습니다.
'클렙토크라시', 우리말로 하면 '도둑 정치'입니다.
부유층이 재력으로 권력을 움직여 이권을 얻는 행태를 '금권 정치'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개념입니다.
이번 전쟁만 놓고 봐도 그렇습니다.
트럼프와 측근은 국가 기밀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한단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엔 트럼프의 두 아들이 투자한 드론 업체가 이란의 공격권에 놓인 걸프국들을 상대로 마케팅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아버지가 주도한 전쟁으로 가족 기업이 수익을 올리게 되는 구조인 겁니다.
"의회의 승인 없이 시작된 전쟁이 대통령 일가의 직접적인 이익으로 연결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구두로 증시에 개입하고 있단 지적도 이어집니다.
개장을 전후해 이란 공격과 관련된 메시지를 던지는 식입니다.
지난달 말 트럼프가 이란에 대한 공격 유예를 발표하기 직전, 뉴욕 원유 선물 시장에선 대규모의 수상한 거래가 체결됐습니다.
당시 시장에 영향을 미칠만한 공개된 정보가 없었음에도 평상시의 9배에 달하는 양의 거래가 이뤄진 겁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는 내부자 거래가 의심된다고 지적했고, 미국 민주당 인사들은 지난 6일, 증권거래위원장과 전쟁부 감사관에게 이에 관한 답변을 달라며 서한을 보내놓은 상태입니다.
트럼프의 사위인 쿠슈너 중동 특사는 핵 협상을 벌이던 도중 걸프국으로부터 자신의 사모펀드를 위해 50억 달러의 자금 조달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노골적이고 담대한 '도둑 정치'가 이어지자, 이를 감시하는 사이트도 생겨났습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연구기관은 사적 이익과 결부된 정치적인 결정을 추적해 공개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가 민주주의 규범을 훼손할 수도 있다면서 그 행보를 기록하겠다고 나선 겁니다.
◆흔들리는 패권
트럼프의 이런 행보에 미국은 패권 국가로서의 역할과 지위 모두 상실해가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우방 국가인 영국마저 이번 전쟁에 적극 참여해달라는 트럼프의 요구를 외면한 게 대표적입니다.
국제사회의 신뢰도 하락했습니다.
미국의 핵심 나토 동맹국들은 트럼프가 이끄는 미국보다 시진핑의 중국이 더 의지할만한하다고 말합니다.
이란과 협상하는 도중 선제공격을 날리고, 175명의 희생자가 나온 초등학교 오폭에 대해서도 이란의 자작극이라고 거짓 선동하는 등 전 세계를 경악하게 한 결과입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지난 6일)]
"제 선택권이 있다면 (석유를 원합니다.) 왜냐하면 전 사업가니까요. 승자에게 전리품이 돌아가야 합니다."
트럼프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승자의 전리품'이란 표현을 썼습니다.
이날은 석유를 언급했지만, 외교가는 그 너머의 '진짜 전리품', '글로벌 패권'에 주목합니다.
포성이 잠시 멈춘 지금, 트럼프는 다시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미국에 붙은 불명예스러운 수식어들을 씻어낼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트럼프의 미국은 패권국으로서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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