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 시대’ 성큼…특별법, 국회 첫 문턱 넘었다[법안 돋보기]

이승령 기자 2026. 4. 11. 07:0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북극항로 특별법’ 8개 병합 심사
대안 도출하고 해수법안소위 통과
중동 바닷길 봉쇄로 대체 항로 부각
상용화시 거점항구 선점 중요 과제
부·울·경 유리한 조건·잠재력 보유
쇄빙선 아라온호 북극항해 모습. 서울경제DB

북극항로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국회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북극해 해빙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항로 개척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관련 법안 8건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해양수산법안심사소위원회 관문을 넘은 것입니다.

정치·지정학적 리스크가 아직 해소되진 않았지만, 운송 거리 단축에 따른 물류비 절감 등 경제적 효과가 큰 만큼 북극항로에 대한 전세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회에서도 북극항로 시대에 대비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향후 운항 기반 구축과 부산 등 연관 지역 산업 활성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북극항로와 북극항로 특별법, 서울경제신문이 파헤쳐봤습니다.

‘북극항로 특별법’ 첫 관문 넘어...국회 해수법안소위 통과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12·3비상계엄 1년을 맞은 지난해 12월 광주 서구 5·18기념회관을 찾아 5·18 3단체(부상자회·공로자회·유족회) 등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달 9일 국회 농해수위 해양수산법안심사소위는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북극항로 활용 촉진 및 연관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안’을 포함해 관련법안 8건을 병합심사한 뒤 위원회 대안으로 수정 가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심사에서 마련된 대안에는 ‘안전 중심의 운항 여건 조성’과 ‘지역 거점 중심의 연관산업 육성’ 등 내용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회 농해수위 해양수산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인 조 의원은 “단순히 수에즈 운하를 우회해 운송 거리를 단축한다는 경제적 논리에만 매몰돼선 안 된다”며 “위험 요소가 상존하는 북극해의 특성상 철저한 안전 담보와 생태계 보호가 최우선 전제조건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논의 테이블에 올려진 8건의 법안은 명칭과 조문 구성에서 일부 차이가 있었지만, 큰 틀에서는 유사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문대림·주철현·임미애·어기구 의원이, 국민의힘에서는 정희용·김정재·조승환·조경태 의원이 각각 관련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들 법안은 △북극항로 구축 기본계획 수립 △북극항로위원회 구성 △북극항로 관련 연구개발 △국제협력 △전문인력 양성 및 지원 등 내용이 공통적으로 포함됐습니다.

이밖에도 △거점항만 지정 △북극대학원대학 설립 △인프라 구축 지원 등 내용이 개별 법안에 포함됐습니다.

국회는 북극항로 개발을 통해 기존 해상항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대체 항로를 확보함으로써 물류 안보를 강화하는 한편, 경제적 파급효과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발생한 중동전쟁으로 대체 항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만큼 북극항로 확보는 또 다른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시간=돈’...중동發 리스크에 북극항로 주목

해상물류에서 시간은 곧 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새 바닷길로서 북극항로의 전략적 가치가 점점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북극항로를 이용할 경우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는 항로에 비해 운송 거리 측면에서 약 32%가 단축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운항일수 또한 25% 감소한다는 계산입니다.

기후 온난화 등 환경적 요인으로 북극해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현재 속도라면 2030년부터는 북극항로를 1년 내내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재는 7~10월만 가능합니다. 북극항로의 연중 이용을 위한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법적·정책적 기반 마련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이유입니다.

우리나라 해상무역의 90% 이상은 대만해협과 남중국해를 통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중동에서 수입하는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대부분이 말라카 해협, 남중국해, 동중국해를 거쳐 우리나라에 도착합니다.

최근 중동전쟁의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는 등 주요 해상 항로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해상 항로의 안정성과 함께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대체 항로 확보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습니다.

실제 남중국해의 항행이 제한될 경우 대체 항로인 롬복 해협을 이용해야 하지만, 기존 항로보다 2000㎞가량이 늘어나 경제성이 떨어집니다. 지중해와 인도양을 연결하는 수에즈 운하가 막힌다면 대서양을 지나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는 경로를 택해야 합니다. 이 경로를 이용할 경우 기존보다 7~10일 이상이 추가로 소요됩니다.

‘제2의 싱가포르’ 누가 되나…부·울·경, 북극항로 거점항 노린다

부산항 신항 전경. 부산항만공사
북극항로가 상용화될 경우 ‘거점 항구’를 둘러싼 한·중·일 간 물밑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과거 어촌 마을에 불과했던 싱가포르가 수에즈 항로의 거점 항구로 성장해 세계적인 물류 중심지로 부상한 사례처럼, 북극항로의 거점 항구가 어디로 결정되느냐에 따라 새로운 물류 질서가 재편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법·제도 정비와 함께 선제적인 인프라 투자를 통해 거점 항구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특히 부산·울산·경남 지역은 북극항로의 거점 항구로서 높은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우선 우리 조선업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쇄빙선 분야에서도 독점적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부산항은 동북아시아 지역 해상 물류의 교차로에 위치한 세계 2위의 환적항입니다. 화물의 환적, 연료의 공급, 선박 수리와 정비 등 북극항로의 거점으로서 유리한 조건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부산을 비롯한 인접 도시들도 ‘북극항로 태스크포스(TF)’를 잇따라 출범하고 있는 가운데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으로 북극항로 시대를 위한 국가 차원의 대응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북극항로 개척은 이재명 정부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올해 관련 예산만 5499억 원이 편성된 상태입니다.

북극항로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입법부와 행정부의 노력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만큼 향후 거점 항구 선점 여부와 이에 따른 산업 지형 변화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서울경제-잠자는국회 공동 입법분석

이승령 기자 yigija94@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