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만 뒤처질까봐…4세 고시, 정말 효과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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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는 스스로 하고 싶다고 해서 보내는 거예요"란 말, 유독 학원을 많이 가는 아이 부모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아이가 원하면 괜찮다, 빨리 시작할수록 기초가 탄탄해진다, 뇌 발달을 위해 자극은 많을수록 좋다. 많은 부모들이 '상식'처럼 여기는 믿음은 사실 근거 없는 통념일 수 있다.
심리학자 마크 레퍼(Mark Lepper)와 동료들이 밝힌 '과잉정당화 효과'에 따르면 외부 보상이 개입되는 순간 아이가 본래 가지고 있던 내재적 호기심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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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기 사교육, 학업 성적과 상관 낮아
모국어 기반 탄탄해야 외국어 학습 효과
외부 보상 개입하면 ‘배우는 즐거움’ 훼손
유아 뇌에 좋은 자극은 양이 아니라 ‘질’

“우리 애는 스스로 하고 싶다고 해서 보내는 거예요”란 말, 유독 학원을 많이 가는 아이 부모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아이가 원하면 괜찮다, 빨리 시작할수록 기초가 탄탄해진다, 뇌 발달을 위해 자극은 많을수록 좋다…. 많은 부모들이 ‘상식’처럼 여기는 믿음은 사실 근거 없는 통념일 수 있다. 교육부 자료를 토대로 이같은 통념에 반하는 연구 결과들을 정리해봤다.
조기 교육의 대표적인 연구로 알려진 ‘페리 프리스쿨 프로그램(Perry Preschool Program)’ 연구는 조기 학업의 장기 효과는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연구 보고서는 “조기 교육은 단순히 글자와 수학을 앞당겨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놀이 중심과 사람 간의 상호작용 등 ‘교육의 질과 환경’이 중요하다”고 전한다. 연구에서 참여 아동을 40세까지 추적한 결과, 유아기에는 빠른 학습보다 발달에 적합한 교육 경험을 하는 것이 훗날 학업과 사회성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입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육아정책연구소가 2024년 발표한 ‘영유아기 사교육 경험과 발달에 관한 연구’도 사교육과 학업 성적의 상관관계는 전반적으로 낮고, 사교육의 효과 자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키면 오르겠지’라는 기대와 달리, 어린 시절의 선행학습이 학업 성취로 이어진다는 근거는 희박하다는 것이다.
조기 영어 교육에 대한 통념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언어학자 짐 커민스(Jim Cummins)의 ‘언어 상호의존 가설’은 학문적 영어 능력은 모국어 기반이 탄탄할수록 더 잘 발달한다고 설명한다. 모국어 발달을 충분히 다지지 않은 채 외국어 학습을 서두르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뜻이다.

‘아이가 원해서 보내는 학원’도 안심할 수 없다. 심리학자 마크 레퍼(Mark Lepper)와 동료들이 밝힌 ‘과잉정당화 효과’에 따르면 외부 보상이 개입되는 순간 아이가 본래 가지고 있던 내재적 호기심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
심리학자 에드워드 데시(Edward Deci)와 리차드 라이언(Richard Ryan)의 ‘자기결정성 이론’ 역시 같은 맥락이다. 진짜 배움의 즐거움에서 비롯된 동기가 아니라면 지속되기 어렵고 오히려 학습에 대한 흥미를 갉아먹는다.

그렇다면 무엇이 아이의 발달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까.
하버드대학교 아동발달센터는 2014년 연구를 통해 뇌에 좋은 자극은 양이 아니라 ‘질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아이가 보내는 신호를 어른이 민감하게 받아주고 적절히 응답하는 ‘주고받기 상호작용(serve & return)’이 가장 효과적인 자극이라는 것이다.
주고받기 상호작용 효과와 일맥상통하는 근거는 또 나왔다.
미국소아과학회가 2018년 발표한 연구는 ‘ 놀이 기반 학습’이 훗날의 학업 성취도와 사회성을 예측하는 가장 강력한 변수라고 밝혔다. 친구와 놀며 순서를 기다리고 블록을 쌓으면서 계획을 다시 세워보는 것 등의 경험이 유아들에게 충동 억제력과 작업 기억, 인지적 유연성을 키워준다는 것이다.
‘4세 고시’ ‘7세 고시’란 말이 나올 만큼 과열된 사교육 시장. 최근 교육부가 영유아 주입식 수업을 금지하고 불법행위 신고포상금을 대폭 올리는 등 사교육 열풍을 잠재우기 위해 나섰지만, 그럼에도 학부모는 학원에 보내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은 불안을 지울 수 없다. 그 불안이 근거가 있는 걱정인지 아니면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착각인지 한번쯤 물어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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