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지는 웃겼고 보육교사는 울었다…300만이 본 'K-보육' 민낯

정민경 기자 2026. 4. 11. 06:1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수지가 쏘아 올린 '보육교사 처우' 문제…유튜브 코미디 폭발적 반응
저출생·경력단절·보육의 질까지…보육 교사 처우는 모두의 문제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이수지의 유튜브 '핫이슈지'에 지난 7일 올라온 '유치원 교사 이민지 씨의 끝나지 않는 24시간 - 휴먼 다큐 진짜 극한 직업' 영상 갈무리. 사진출처=핫이슈지 유튜브 갈무리.

“선생님, 우리 아이 MBTI가 I 거든요. I 성향 친구들로만 반 배정 해주세요.” 수많은 댓글에서 현직 유치원 교사들은 '이 대사 앞에서 웃지 못하고 눈물이 난다'고 쓴다. 트라우마가 올라온다고 했다.

이수지의 유튜브 '핫이슈지'에 지난 7일 올라온 <유치원 교사 이민지 씨의 끝나지 않는 24시간 [휴먼 다큐 진짜 극한 직업]>은 업로드 3일 만에 300만 조회수를 가뿐히 넘고 8만 개 가량의 '좋아요'가 눌리고, 2만 개에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폭발적인 반응이다.

최근 한 사립유치원에서 근무하던 교사 A씨가 독감으로 인해 고열과 통증 속에서도 업무를 지속하다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교사의 처우 개선이 사회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코미디언 이수지가 올린 유치원 교사의 일상은 웃음보다는 눈물이 난다는 평과 함께 뜨거운 화제를 일으켰다. 이수지의 영상은 코미디가 사회적 의제를 여는 공론장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이수지의 유튜브 '핫이슈지'에 지난 7일 올라온 '유치원 교사 이민지 씨의 끝나지 않는 24시간 - 휴먼 다큐 진짜 극한 직업' 영상 갈무리. 사진출처=핫이슈지 유튜브 갈무리.

이 영상은 새벽 4시부터 '꼭두새벽 돌봄'을 하는 유치원 교사 이민지씨의 일상을 전달한다. 아이들의 초상권 때문에 아이들은 촬영이 안된다며 강조하는 부분부터 시작해 아이의 MBTI가 I성향이기에 E성향의 아이들이 아닌 I 성향의 아이들과 반 배정을 해달라는 '어머님' 민원, 응가를 하고 난 후 '유칼립투스 성분이 함유된 물티슈'로 닦아달라는 민원, 유치원 교사의 사생활과 관련해 과도하게 점검하는 질의, 점심 시간이지만 점심을 먹을 수 없는 현장, 휴게 시간에는 각종 교구를 만드는 모습, '키즈노트'에 올릴 사진을 위해 지속적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 야간 돌봄 이후 청소와 키즈노트 발송까지 이뤄져야 하루가 끝나는 모습을 담았다.

“트라우마가 올라온다”…웃음이 꺼낸 보육 교사의 현실

물론 코미디 영상이기 때문에 현실보다는 더 과장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2만 개에 가까운 댓글에는 더욱 처절한 현실이 담겨있다. 실제로 유치원 교사들은 각자가 겪은 황당한 민원과, 그를 넘어 폭력이나 폭행에 시달린 경험을 털어놓았다. “이 영상을 보고 웃지 못한다”, “트라우마가 올라와서 심장이 뛰고 속이 울렁거린다”라는 고통 호소와 함께 “업계에서 엄청난 이슈였다. 수면 위로 끌어올려 준 이수지에게 고맙다”는 댓글도 눈에 띄었다.

보육 교사의 처우 개선은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요한 축이다. 맞벌이가 필수인 시대, 아이를 믿고 맡길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질이 저출생 문제와 직결된다. 보육 교사의 처우가 개선되어야 아이들이 보내는 시간의 질이 향상될 것이고, 수많은 '맞벌이 부모' 역시 보육기관을 믿고 아이를 맡길 수 있다. 이는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와도 긴밀하게 연결됐다.

지난해 11월 프레시안에 한 현직 유치원 교사가 쓴 <첫 선생님 보육교사, 의무는 무겁고 권리는 보이지 않는 현실> 기고에 따르면 △연차를 제대로 쓸 수 없는 근무환경 △악성 민원 △열악한 교사 인권 등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 기고에는 이수지의 영상이 코미디로 느껴지지 않는 사례가 담겨져 있다. 원장이 교사를 질책하는데 아이들이 모두 보고 있었다는 사연, 교사들이 나와서 무상으로 김치를 만들었다는 사연, 황당한 부모의 민원 등은 너무도 현실적이다. 저임금과 경직된 근무 환경, 1년 단위의 근로계약이 만연한 고용 불안정 등은 교사의 처우 개선에서 언제나 꼽히는 의제들이다.

이수지의 코미디는 보육 교사의 처우 개선을 위한 불쏘시개가 됐다. 다만 이 같은 영상을 보고 '진상 학부모'를 비판하면서 '엄마 혐오' 정서로 이어지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이수지의 코미디 영상 가운데 '제이미맘'과 같은 소재는 대치동에 사는 아이 키우는 여성을 조롱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대두된 바 있다. 보육 교사의 열악한 처우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인 만큼, 비판의 화살이 특정 집단을 향한 혐오로 소비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교사도, 부모도, 아이도 모두 '제대로 된 보육 환경'이라는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