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안 하면 1조 손해 볼 수도…진퇴양난 농협
이원호 기자 2026. 4. 11. 06:05
특례 미연장 시 농협·농업인 연 9078억원 세금
개혁 압박 속 본격적인 대관 활동 못해
농협중앙회가 약 1조원 규모의 세금 감면 혜택 연장을 올해 최우선 과제로 정했지만 당정의 개혁 압박 속에 국회 설득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개혁 압박 속 본격적인 대관 활동 못해
농협중앙회가 약 1조원 규모의 세금 감면 혜택 연장을 올해 최우선 과제로 정했지만 당정의 개혁 압박 속에 국회 설득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11일 정치·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최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업무보고에서 농업 관련 세금 특례 연장을 당면 현안 1순위로 제시했다.
올해 말이면 농협과 농업인에게 적용되던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의 법적 유효기간이 끝난다. 국세 6건, 지방세 9건 등 총 15건으로 감면 규모는 연간 9078억원에 달한다. 국회가 세금 특례 연장 법안을 처리하지 않으면 조항별로 2~3년인 일몰 시한이 끝나 내년부터는 일반 세율이 그대로 적용된다.
가장 큰 항목은 농업용 면세유다. 농기계에 쓰는 석유류에 부가가치세와 개별소비세, 교통·에너지·환경세 등을 면제해주는 제도로 연간 6568억원 규모다. 전체 감면액의 73%가 여기서 나온다. 지방세 중에서는 자경농민이 경작 목적 농지를 취득할 때 세금을 50% 깎아주는 항목이 871억원으로 가장 크다.
특례 연장 여부는 재정경제부가 7월 세제개편안을 발표할 때 대부분 결정되는데, 각 부처는 이달 말(4월 30일)까지 조세지출 건의서와 평가서를 재정경제부에 제출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이 시한까지 연장 필요성을 담은 건의서를 제출해야 연장 논의가 시작된다. 민원이 있는 기관들은 통상 상반기 중에 국회와 재정경제부를 방문해 공감대를 넓히는 작업에 나선다.
하지만 농협중앙회는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일 박서홍 부회장, 백남성 대외협력실 상무 등 경영진이 어기구 농해수위원장,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에게 건의문을 전달한 것이 현재까지 대관 활동의 전부다. 실무 대관 인력이 농해수위 의원실을 순차적으로 방문하는 단계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정이 강력한 농협 개혁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다른 민원을 요구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당정은 지난 1일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조합원 직선제로 전환하고 내부 통제 장치를 강화하는 내용의 농협 개혁안을 발표했다.
개혁안이 나오자 일선 조합장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10일 오전 전남 지역 144개 농·축협 조합장들은 담양군 담양농협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농협개혁 재검토를 촉구했다. 9일 전국 조합장 약 50명은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농협법 개정 대응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당정 개혁안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농협중앙회 입장에선 개혁을 수용하면 조합장들의 반발을 사고, 개혁에 저항하면 세제 혜택 연장이 막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진퇴양난의 구도다. 대부분의 감면액이 농민에게 직접 귀속되는 만큼 정부가 연장을 거부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현재로선 설득력이 높지 않다.
재정경제부가 지난달 확정한 2026년 조세지출 기본계획에 따르면 당국은 '관행적 일몰연장 탈피'를 목표로 내걸었다. 적용 기한을 1회 이상 연장한 제도는 '일몰 재도래 시 폐지' 원칙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지난 1986년 도입된 면세유 특례(6568억원)를 비롯해 농협이 희망하는 연장 건의 상당수는 이미 수년 주기로 연장을 반복해온 제도들이다.
이원호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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