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축제서 지갑 털렸다, 귀여운 너에게

이윤정 기자 2026. 4. 1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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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역 효자템 나야, 나 지역 캐릭터 열전
논산 딸기를 본뜬 요정 캐릭터 ‘스윗벨’ 인형(왼쪽). 조선시대 상상 속 동물 ‘해태’에서 모티브를 딴 서울시 캐릭터 ‘해치’와 이를 중심으로 확장된 청룡·백호·주작·현무 캐릭터 인형. 논산문화관광재단·서울관광재단 제공

최근 굿즈 열풍 속에서 새로운 강자가 부상하고 있다. 바로 지역의 개성을 담아낸 캐릭터 굿즈다. 과거에는 단순한 홍보 수단에 머물렀던 지자체 캐릭터가 이제는 소비를 이끄는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관광객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동시에 도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역할까지 수행하면서, 지역 경제를 움직이는 새로운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제발 온라인에서 팔아주세요.”

최근 열린 논산 딸기축제에서 딸기 캐릭터 ‘스윗벨과 친구들’ 굿즈를 두고 애정 어린 요구가 쏟아졌다. 논산 딸기 브랜드명을 바탕으로 탄생한 요정 캐릭터 스윗벨, 킹스벨, 비타벨은 ‘반려딸기’로 불리며, 준비된 1000개가 순식간에 완판됐다. 1인당 구매 수량을 2개로 제한하고 예약을 통해 2000개 이상이 추가로 판매됐지만, 이마저도 구매에 실패한 사람들이 온라인 추가 판매를 요청하고 나섰다. 논산 딸기를 표현한 귀여운 디자인에 축제장에서만 구할 수 있는 희귀성까지 더해지면서 축제 굿즈는 단순한 기념품을 넘어 ‘못 구하면 아쉬운’ 인기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굿즈 열풍 합류한 지역 캐릭터

캐릭터와 상품의 결합은 소비 열풍을 이끄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포켓몬빵은 ‘띠부띠부씰’이라는 수집 요소를 앞세워 출시와 동시에 품귀 현상을 빚었고, 이는 곧 매출 급증으로 이어졌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빵이 아니라 ‘경험’과 ‘기억’을 구매했다. 이 같은 흐름은 지자체 굿즈로도 확산되고 있다. 지역 캐릭터는 도시의 상징을 친근하게 풀어내며 브랜드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각인시키고, 여기에 굿즈가 더해지면 효과는 커진다. 관광객은 지역에서의 경험과 기억을 손에 쥘 수 있는 형태로 가져가게 된다. 변자영 한국콘텐츠진흥원 과장은 “각 지역의 특색을 가진 캐릭터를 만들면 지식재산권(IP)이 생기고 이를 활용해 다양한 제품으로 만드는 등 협업이 가능하다”며 “결국 고유의 IP가 경제적 흥행 요소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꿈돌이

지역 캐릭터 원조 성공 사례는 대전의 ‘꿈돌이’다. 1993년 대전엑스포 마스코트로 탄생한 꿈돌이는 한때 존재감이 옅어졌지만, 2020년 리브랜딩을 통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과거 신비로운 이미지 대신 동글동글한 형태와 귀여움을 강조한 디자인으로 변신하면서 젊은 세대 취향을 저격했다.

윤설민 대전연구소 경제사회연구실 실장은 “기존 디자인 그대로였다면 추억의 대상에 머물렀을 것”이라며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면서 ‘소장하고 싶은 캐릭터’로 바뀐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분석했다. 꿈돌이 관련 굿즈는 피규어, 키링, 식품까지 확장되며 매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꿈돌이 IP를 활용한 굿즈로 연 8억~9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소상공 업체들도 생겨났다. 윤 실장은 “빵지순례객이 대전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꿈돌이 라면·호두과자 등을 함께 구매해가면서 지역 한정 판매 전략 효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실용적 굿즈들, 완판 행렬

성공 사례는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 마이 소울’ 브랜드를 중심으로 굿즈 사업을 본격화했다. 그동안 관광지에서 판매되던 일부 기념품이 국적을 가늠하기 어려운 디자인이나 낮은 완성도로 서울의 이미지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혜진 서울관광재단 관광브랜드팀장은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라 서울의 라이프스타일과 감성을 담은 트렌디한 상품을 통해 관광객들이 ‘이게 서울을 대표하는 굿즈구나’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후드티, 텀블러, 마그넷 등 실용성을 갖춘 제품군은 출시 직후부터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해치

특히 서울시 상징 캐릭터인 ‘해치’는 리뉴얼을 거치며 핵심 IP로 떠올랐다. 해치는 조선시대 궁궐을 지키던 상상 속 동물 ‘해태’에서 모티브를 따온 캐릭터로, 밝은 색감과 친근한 이미지로 재탄생됐다. 이후 해치를 중심으로 청룡·백호·주작·현무 등 캐릭터를 더한 ‘해치 앤 소울 프렌즈’로 확장해 글로벌한 인기를 얻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호랑이 캐릭터와 닮은 ‘백호’ 굿즈는 품절 사태를 빚기도 했다.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경기도 용인의 ‘조아용’은 지명 ‘용 용(龍)’에서 착안해 만든 캐릭터로, 친근한 이름과 감성적인 디자인을 앞세워 인기를 끌고 있다. 관련 굿즈는 판매 개시 5일 만에 전량 매진됐고, 수개월 만에 수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천연기념물부터 특산물까지…각양각색

매돌이

다른 지자체들도 지역 특산물과 스토리를 결합한 캐릭터를 앞세워 경쟁에 뛰어들었다. 직업과 서사를 부여하거나, 특산물과 결합하고, 콘텐츠로 확장하는 전략이 더해지면서 지역 캐릭터는 단순한 기념품을 넘어 ‘경험하고 소비하는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충주의 ‘충주씨’는 천연기념물 수달을 모티브로 ‘공무원’이라는 설정을 더해 SNS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진주의 ‘하모’ 역시 남강과 진양호에 서식하는 수달에서 착안해 관광홍보대사로 활동한다. 전남 광양의 ‘매돌이’는 매실을, 세종 조치원의 ‘조달복’은 복숭아를, 대구의 ‘뽀기’는 떡볶이를 소재로 내세워 축제 현장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김해 망덕리 고분군에서 출토된 가야시대 오리 모양 토기(위)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 토더기 . 김해시 제공

캐릭터 활용 방식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인천시는 점박이물범과 등대 캐릭터를 통해 생태 메시지를 전달하고, 김포시는 보드게임 형태의 굿즈 ‘김포마블’을 선보이며 지역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 추억의 보드게임 ‘부루마불’을 응용해 김포의 관광지와 행정구역을 게임판에 담아 자연스럽게 지역 명소를 접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최근에는 지역 문화유산을 활용한 캐릭터도 등장했다. 김해시는 김해 주촌 망덕리 고분군에서 출토된 가야시대 유물 오리 모양 토기를 모티브로 한 ‘토더기’를 내세웠다. 김해 청년 디자이너 식스먼스 베를리너가 가야 토기에 현대적 감각을 입혀 디자인했다. 박다영 김해시 정책기획과 주무관은 “기존 캐릭터가 시대와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지역에 있던 토더기 조형물을 보고 시민들이 애정을 표하면서 공식 새 캐릭터로 선정하게 됐다”며 “토더기는 오는 30일부터 김해시 일원에서 열리는 ‘가야문화축제’에서 귀여운 외모로 방문객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속적 브랜딩 & 축제 완성도 관건

그러나 모든 캐릭터가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유행이 지난 디자인이나 차별성 부족, 정책 단절 등은 대표적인 실패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 캐릭터는 시장 교체와 함께 사라지거나, 시민의 관심을 얻지 못한 채 존재감이 희미해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지속 가능한 운영’을 강조한다. 캐릭터를 단기 이벤트가 아닌 장기적인 브랜드 자산으로 보고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획일적인 디자인에서 벗어나, 지역만의 이야기와 연결된 차별화 전략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실장은 “많은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캐릭터를 만들지만, 지자체장이 바뀌면 캐릭터가 사라지거나 흐지부지되면서 금세 잊히기도 한다”며 “지속적인 브랜딩과 함께 지역 축제의 완성도를 높여 관광객에게 좋은 기억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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