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막자 빚투 폭발”…주식은 ‘투자’고 부동산만 ‘투기’인가[주형연의 에구MONEY]

주형연 2026. 4. 1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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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주> '돈'은 우리 삶과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똑같이 빚을 내 자산을 증식하려는 시도임에도, 부동산 레버리지는 사회악적인 '투기'로 비판받는 반면 주식 빚투는 '재테크'로 포장되는 묘한 인식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주식은 착한 투자, 부동산은 나쁜 투기'라는 단편적인 이분법에서 벗어나 가계부채의 질적 악화를 막기 위한 정부의 정교한 핀셋 관리가 시급한 시점인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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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글쓴이주> ‘돈’은 우리 삶과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편리한 도구, 거래 수단일 뿐이지만 돈에 울고 웃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마냥 어렵다고 느낄 수 있는 ‘돈’에 대한 허물이 벗겨지는 순간 경제에 대한 흥미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돈과 관련된 다양한 사례들이 쏟아지는 사회, 돈에 얽힌 각종 이야기와 함께 경제 이슈를 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봤습니다.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증시 급락을 기회로 판단하고 5000만원의 신용대출을 받아 해외 기술주에 투자했습니다. 그러나 추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증권사 반대매매가 실행됐고, 투자금 대부분을 잃은 채 대출 상환 부담만 남게 됐죠. 단기간 수익을 기대했던 ‘투자’가 순식간에 고위험 ‘투기’로 변했습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문이 굳게 닫히면서 억눌렸던 대출 수요가 신용대출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렇게 마련된 자금의 행방에요. 대출을 낀 아파트 매입이 어려워지자 신용대출을 지렛대 삼아 주식과 가상자산으로 향하는 ‘빚투(빚내서 투자)’가 다시 고개를 드는 추세입니다. 똑같이 빚을 내 자산을 증식하려는 시도임에도, 부동산 레버리지는 사회악적인 ‘투기’로 비판받는 반면 주식 빚투는 ‘재테크’로 포장되는 묘한 인식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주담대 잔액은 934조9000억원으로 한 달 사이 변동이 없었습니다. 반면 기타 대출은 237조1000억원으로 5000억원 증가했어요. 주식 투자를 위한 신용대출이 늘어난 영향이죠. 중동 지정학적 위기 고조로 국내 증시가 급락을 거듭하자, 저가 매수를 노린 개인 투자자들의 레버리지(차입)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과거에는 이 자금이 다시 부동산 자금에 보태지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미국 기술주나 가상자산 등 고수익·고위험 자산으로 흘러가는 정황이 뚜렷합니다.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과 신용융자 잔고의 증가는 빚투의 부활을 방증하고 있어요.

흥미로운 것은 빚을 내 자산을 사는 행위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입니다. 수년간 한국 사회에서 대출을 낀 부동산 매입은 집값 상승의 주범이자 근절해야 할 ‘투기’로 규정돼 왔어요. 주거라는 필수재를 볼모로 삼는다는 도덕적 비판이 더해졌기 때문이죠.

반면 주식 시장에서의 레버리지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 신용대출을 통한 주식 투자는 ‘근로소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 투자’ 혹은 ‘금융문맹 탈출’로 여겨지기도 해요. 기업의 생산 활동에 자본을 공급한다는 주식의 본원적 기능이 이러한 인식에 정당성을 부여합니다.

전문가들은 자산의 종류만 다를 뿐, 감당하기 힘든 부채를 동원해 기대 수익을 좇는 본질은 동일하다고 지적하고 있어요. 오히려 자산의 성격만 놓고 보면 주식 빚투의 위험성이 훨씬 커요.

부동산은 환금성이 떨어지지만 가격 변동성이 낮고 실물 가치가 하방을 지지합니다. 반면 주식이나 가상자산은 변동성이 극심해 반대매매(강제청산)를 당할 경우 원금을 모두 잃고 빚더미에 앉을 수 있는 명백한 ‘초고위험 투기’의 성격을 띱니다.

부동산 규제의 나비효과가 낳은 신용대출 급증과 증시 빚투. ‘주식은 착한 투자, 부동산은 나쁜 투기’라는 단편적인 이분법에서 벗어나 가계부채의 질적 악화를 막기 위한 정부의 정교한 핀셋 관리가 시급한 시점인듯합니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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