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성장 2% 밑돌고 물가 2% 중후반 예상…“S위험 배제 못해” [Pick코노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 만료 전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연 2.5%로 7회 연속 동결됐다. 중동 전쟁 확산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추가 판단을 유보하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신중론이 반영된 결정으로 풀이된다.
다만 한국은행은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올해 성장률이 2%를 하회하고 물가 상승률은 2% 중후반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발표될 경제전망에서 성장·물가 경로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시사했다.
최근 시장의 주요 화두로 떠오른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 시점에서는 현실화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평가하면서도, 중동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배제할 수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이 총재는 10일 금통위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중동 전쟁 이후 물가의 상방 압력 및 성장의 하방 압력이 증대되고 환율 등 금융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현 금리 수준을 유지한 뒤 향후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7월 이후 다음 회의(5월 28일) 전까지 약 10개월 이상 금리가 2.50%로 고정되는 셈이다. 이번 금리 동결은 금통위원 7명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시장의 예상대로 금리는 유지했지만 한은 금통위는 올해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 조정을 시사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중동 사태 이후 경제심리가 약화되고 일부 업종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하는 등 성장의 하방 압력이 증대되는 모습”이라며 “반도체 수출 호조 및 추가경정예산에도 불구하고 올해 성장률이 2월 전망치(2.0%)를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물가에 대해서는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상방 압력이 크게 확대되겠지만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이 이를 일부 완화하면서 2%대 중후반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 전망치(2.2%)를 상당 폭 상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매년 2·5·8·11월에 수정 경제 통계를 발표하는 만큼 5월에 수치를 공식적으로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경기 위축·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이 총재는 현시점에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했다. 다만 “휴전 협상 2주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 불가능하다”며 “에너지 인프라가 파괴된다면 영향이 장기화할 수 있고 최악의 시나리오로 간다면 스태그플레이션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물가 상승이 우려된다고 기계적으로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는 전쟁 충격이 경기 둔화보다는 물가를 크게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해 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전쟁이 물가뿐 아니라 경기에도 영향을 미쳐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 충격이 장기화되면 정책 대응이 필요하지만 충격이 일시적일 경우에는 정책 시차 등을 고려할 때 금리 조정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이 총재의 발언이 시장에 금리 인상 시그널을 줬다기보다는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가 ‘금리 인상’이라는 단어를 되도록 안 쓰려고 신경을 쓴 게 느껴진다”며 “금통위 예고대로 2%를 다소 밑도는 성장률, 2% 중후반의 물가 전망이 나온다면 올해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신현송 차기 한은 총재가 지명되면 올 하반기 금리 인상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전망도 여전히 나온다.
한편 이 총재는 정부의 ‘전쟁 추경’ 편성과 관련해 “이번 추경은 부채가 아닌 초과 세수를 통해 조달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이번 추경안에 지방 교육 재정 교부금이 4조 8000억 원이 들어가 있다”며 “경기 대응을 위해 추경을 하는데 초과 세수로 초중고등학교 교육 예산으로 보내는 것이 과연 목적에 합당한가 고려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기자 hooni@sedaily.com김혜란 기자 kh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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