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릉에 두통약, 제갈량 사당엔 북벌 기차표…중국 Z세대가 역사를 즐기는 법

한국에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보고 세조릉에 분노의 댓글을 남기는 누리꾼들이 있다면 중국에는 조조릉에 가서 두통약을 공물로 바치는 젊은이들이 있다. 청명절 연휴를 지나면서 중국 Z세대의 독특한 역사를 즐기는 법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4~6일 청명절 연휴를 거치면서 중국 온라인에서는 허난성 뤄양시의 조조릉에 두통약 이부프로펜이 제약사별로 쌓여 있는 모습의 사진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이 약만 있었어도 그렇게 고생하지 않았을 텐데”라고 적힌 손편지도 있었다. <삼국지연의>에 따르면 조조가 생전에 두통을 앓았다는 점에 착안해 연휴에 조조릉을 다녀간 방문객들이 ‘공물’로 남겨 놓은 것이다.
삼국시대 촉나라 땅이었던 쓰촨성 곳곳에 있는 제갈량 사당 무후사에는 산시성 시안행 기차표를 두고 간 젊은 관광객들이 많아 화제가 됐다. 시안은 삼국시대 위나라 땅으로 제갈량이 촉나라 승상으로서 5차례나 북벌을 시도했으나 끝내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위로다.
중국신문사는 유명한 역사적 인물의 묘소를 참배하며 기발한 공물을 바치는 것이 젊은 층의 청명절 새로운 여행 트렌드가 됐다고 소개했다.

생전 달콤한 간식을 좋아한 것으로 알려진 조비의 능에는 사탕수수를, 병석에 누워 신 음식을 갈망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당 고종의 능에는 매실 음료를 두고 오는 식이다. 치질을 앓았다고 스스에게 편지를 보낸 적이 있는 명나라 재상 장거정의 묘에서는 치질약이 발견됐다.
양력 4월 5일인 청명절은 예로부터 조상 묘를 참배하는 전통 명절이다. 공휴일인 청명절 전후 사흘 동안 조상 묘를 찾는 대신 여행길에 오르는 것은 달라진 세태를 반영하지만 성묘라는 전통은 지켜지는 셈이다.
공물이 역사적 인물들의 좌절, 실패, 결핍과 연관돼 있다는 점도 주목을 받고 있다. 미디어 전문가인 허윈은 신경보에 실린 칼럼에서 “젊은이들은 마침내 역사를 대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은 것 같다”며 “역사적 인물을 교과서나 연습 문제에 그치는 존재가 아니라, 감정, 경험, 후회, 그리고 삶의 주요 사건들을 가진 ‘인간’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짚었다.
코로나19 봉쇄가 끝난 2023년 이후 중국의 젊은 층 사이에 여행 붐이 불면서 새로운 여행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우선 젊은 층은 여행에 적극적이다. 매 공휴일마다 전 연령대 가운데 20대의 항공권·고속철도 구매율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게 증가한다. 이들은 한적한 자연에서의 ‘힐링 여행’을 추구하거나 적은 비용으로 자신만의 감성적 만족을 추구하는 경향이 높다고 평가된다.
유적지에서는 새로운 유행을 반영한 ‘능묘투어’ 전문 가이드와 차량 서비스도 생겨나고 있다. 홍콩 성도일보는 시대를 초월한 ‘스타 숭배’가 주변 문화 및 관광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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