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편의점의 몰락?…세븐일레븐, 적도 시장도 다 잃었다 [박시진의 글로벌 픽]
세븐앤아이홀딩스, 美 시장 IPO 하반기→내년으로 연기
소비 위축에 미·이란 전쟁까지 발목…기업 가치 낮아 불가피
ACT 적대적 M&A 지켰지만…주가 하락에 주주들 불만 커
자체적인 구조 혁신 추진 중이나 IPO 연기로 계획 차질
주가 2개월 만에 17%↓…지난해 3분기 연속 매장 매출 감소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지주사인 일본 세븐앤아이홀딩스가 미국 시장에서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추진해온 기업공개(IPO)를 약 1년 연기했습니다. 국내에서는 편의점 4사가 유통업계를 견인하고 있지만, 북미 지역에서는 소비 위축에 편의점 업계가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세븐앤아이홀딩스는 지난해 적대적인 인수 시도를 방어하기 위해 턴어라운드 계획을 실행해왔으나, 이번 IPO 연기로 전략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간) 세븐앤아이가 미국 IPO 시기를 올해 하반기에서 빨라야 ‘2027 회계연도(2027년 3월~2028년 2월)’로 연기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스티븐 데이커스 세븐앤아이 최고경영자(CEO)는 “IPO 시기는 오직 기업가치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사업 턴어라운드 진행이 더디고 시장 상황도 좋지 않아 연기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습니다.
FT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소비자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할인 소매점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세븐앤아이가 북미 매장의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현재 미국 시장은 인플레이션 우려와 경기 악화의 영향으로 압박을 받고 있으며, 대형마트를 비롯한 소매업체들의 실적에도 적신호가 켜진 상태입니다.
세븐앤아이의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주가가 너무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경쟁사들이 인수·합병(M&A)을 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4년 캐나다 경쟁사 ‘알리망타시옹 쿠쉬타르(ACT)’는 세븐앤아이홀딩스의 주식 전량을 6조 엔에 취득하는 인수안을 제안했지만 세븐앤아이는 “기업가치를 현저히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사실상 거부했습니다. ACT는 서클K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이후 ACT는 9월 중순께 7조 엔 규모로 인수액을 올려 재차 제안했지만, 세븐앤아이홀딩스는 창업자인 이토 마사토시 가문 주도로 자사주를 매입해 비공개로 전환하는 경영자인수(MBO) 방식을 고려했습니다. 결국 세븐앤아이의 ‘뭉개기’ 전략으로 ACT는 인수 의사를 철회했습니다. 회사는 독자적인 기업 가치 제고 전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당시 세븐앤아이의 M&A 무산이 전해지자 세븐앤아이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세븐앤아이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 주주 달래기에 나섰습니다. △북미 사업부의 IPO △자사주 2조 엔(약 18조 원) 규모 매입 △외국인 CEO 선임 등 자체적인 구조 혁신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이 골자였습니다. 피자·스무디·차 등 신선식품과 음료 분야를 강화하고, 슈퍼마켓·잡화 부문을 분사하며, 일본의 제조·물류 시스템을 북미 지역에 이식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북미 사업부 상장은 세븐앤아이의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주환원 및 해외 확장 가속화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 꼽혀왔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인한 시장 불안이 신규 상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세븐앤아이 주가는 ACT의 철회 직후 9% 이상 하락한 데 이어 IPO 계획 연기까지 겹치며 철회 이전 수준 밑돌고 있습니다. 10일 기준 주가는 2027엔으로 두 달 만에 17% 하락했습니다. 주주들이 독자생존전략의 성과를 확신하지 못하는 가운데 업황마저 악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주들의 불만은 점차 커져가는 형국입니다. 세븐앤아이 지분을 보유한 해외 투자자들은 “경영진이 주주 가치보다 내부 보신에만 급급하고 있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실적도 뒷받침되지 않고 있습니다. 세븐앤아이는 ‘2026 회계연도’ 4개 분기 중 3개 분기에서 해외 매장 매출이 감소했고, 미국 연간 매장 매출도 전년 대비 하락했습니다. 데이커스 CEO는 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이 주유소 연계 매장 매출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이란 전쟁 이전에도 매장 매출은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여왔습니다. 세븐앤아이의 2월 마감 회계연도 매출은 전년 대비 13% 감소한 10조 4000억엔(약 100조 원)에 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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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진 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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