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세월의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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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지 25년이 되었다.
처음 출발했을 때는 모두가 비슷했는데 지금은 많이 차이가 난다.
그런데 그 수재들 중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 것 같다.
적어도 법조인에게는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과 그것을 지키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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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지 25년이 되었다. 젊었을 때 만난 연수원 동기들 중 몇몇은 국회의원이 되어 있고, 몇몇은 법원과 검찰의 고위직에 있으며, 몇몇은 법무법인의 대표가 되어 있다. 이렇게 잘 나가는 친구들도 많지만 그동안 안 좋은 일을 겪고 뉴스에 오르내리며 부침이 많았던 친구들도 있다. 처음 출발했을 때는 모두가 비슷했는데 지금은 많이 차이가 난다.
누가 잘되고 못되고 하는 것보다 더 큰 변화는 생각의 변화다. 물론 오랫동안 못 보고 지냈으니 그 사이에 각자 어떤 일을 겪었는지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한 때 정의롭다고 생각한 친구들의 그렇지 못한 모습을 접하니 여러 가지 착잡한 마음에 사로잡히는 기분은 어쩔 수가 없다. 그저 내가 모르는 사연들이 있을 거라고 위안을 삼을 수밖에 없다.
법조인은 출발할 때는 누구나 정의감 있는 법조인이 되기를 꿈꾼다. 그리고 모두 그 능력을 갖춘 수재들이다. 그런데 그 수재들 중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 것 같다. 나는 사회생활을 해보니 통상 3가지 다른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을 잘하는 능력, 상사의 의중을 잘 파악하는 능력, 자신이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이다. 이 능력들이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역할이 달라진다.
일만 잘하면 처음에는 칭찬을 받지만 올라갈수록 융통성이 없다는 말을 듣게 된다. 여기에 상사의 의중을 잘 파악하는 능력이 가미되어야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 있다. 스스로 사안을 판단하는 능력은 매우 애매한 능력이다. 꼭 갖추어야 할 능력이긴 하지만 상사와 부딪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약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한다.
나는 법조인에게는 옳고 그름을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법조인의 본질이기도 하니까. 이로 인해 부딪히는 일들은 법조인으로서 당연히 겪어야 할 숙명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그 각각의 능력들을 어떻게 발현해왔는지에 따라 지금의 각자의 위치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나보다 잘 되었다고 부럽지도 않고 나보다 못 되었다고 우월감을 가지지도 않는다. 각자에게는 그저 각자의 길이 있는 것이니까. 그저 스스로에게 충실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나는 가장 부럽다. 적어도 법조인에게는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과 그것을 지키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다른 직업은 잘 모르겠지만.
이현곤 대표변호사(새올법률사무소)·전 서울가정법원 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