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걸그룹 활동, 첫 한류 걸그룹 제작… ‘목포의 눈물’ 가수 이난영
1965년 4월 11일 49세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며/ 삼학도 파도 깊이 스며 드는데/ 부두의 새악시 아롱 젖은 옷자락/ 이별의 눈물인가 목포의 설움’. 일세(一世)를 휩쓸었던 한국 유행가 사상 최고의 히트송 ‘목포의 눈물’로 눈물의 여왕이라 불리었고, 가요계의 ‘퀸’이 되었던 가수 이난영씨는 11일 새벽 3시경, 이별을 서러워하는 눈물도 없이 홀로 누운 침실에서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1965년 4월 13일 자 6면)
가수 이난영(1916~1965)의 부음 기사는 노래 ‘목포의 눈물’ 가사로 시작했다. 1935년 9월 발매된 ‘목포의 눈물’은 당시 19세였던 이난영이 불렀다. 그해 오케 레코드사가 주최한 ‘향토 노래 현상 모집’을 통해 탄생한 곡이었다.

“조선일보 1935년 1월 28일 자에 제1회 향토 노래 현상 모집 광고가 실렸다. 경성, 평양, 개성, 부산, 대구, 목포, 군산, 원산, 함흥, 청진의 조선 10대 도시 찬가를 모집한다는 이 광고는 ‘자기를 찾고 흙을 가까이하는 향토애의 배양’을 위해 오케 음반 회사가 기획해서 실은 것이다. 목포의 노래에서 민족을 대표하는 노래로 부상한 ‘목포의 눈물’(문일석 작사, 손목인 작곡)은 이 현상 모집에서 당선된 노래다.”(2023년 4월 13일 자 A33면)

16세 때인 1932년 문호월 곡 ‘고적’으로 데뷔한 이난영은 ‘목포의 눈물’을 부르면서 일약 스타가 됐다. 오케 레코드의 ‘비장의 가수’로 ‘남국의 카나리아’란 별칭을 얻었다. 1933년 이철이 설립한 오케 레코드는 이난영을 비롯해 고복수·남인수·백년설 등 스타 가수를 배출했다.
“목포의 눈물이란 애상적인 민요를 부른 이난영 양은 목포 출신으로 자기 고향을 노래로 불럿다. 오케에서는 이 양을 그 사(社)가 가진 비장(秘藏) 가수로 앳기고 앳겨서 엇더케 하면 인기가 감(减)하지 안흘가를 고심하고 잇다 사실 이 가수의 인기란 굉장하다. 레코드 팬으로 그가 가지고 잇는 레코드 종류를 들추어 보면 이 양의 반(盤·음반)이 팔십 퍼센트는 될 것이다.”(1937년 1월 6일 자 9면)

이난영은 1939년 결성한 저고리 시스터즈의 리더로 활동했다. ‘오빠는 풍각쟁이’를 부른 박향림, ‘연락선은 떠난다’의 장세정, ‘화류춘몽’의 이화자 등이 주요 멤버였다. 저고리 시스터즈는 우리 가요 최초의 걸그룹으로 평가된다.
1936년 결혼한 남편 김해송이 6·25전쟁 중 납북된 후 ‘이난영 악단’을 이끌었다. 이난영 악단을 광고한 1954년 신문 광고를 보면 ‘KPK 개명’이라고 적혀 있다. 김해송이 해방 직후 만든 ‘KPK 악극단’ 이름을 이난영 악단으로 바꾸었다는 뜻이다.

이난영은 제작자로서도 수완을 발휘했다. 1953년 딸 김숙자·김애자와 조카 이민자를 멤버로 김 시스터즈를 데뷔시켰다. 김 시스터즈는 1959년 미국으로 건너가 1975년까지 활동했다. 미국 인기 TV 프로그램 에드 설리번 쇼에 22차례 출연하는 등 최초 한류를 이끈 K팝 걸그룹으로 평가받는다.
김 시스터즈는 이난영의 별세 소식을 미국에서 공연 중 들었다. 딸 숙자는 처음엔 거짓말인 줄 알았다가 사실을 알고 졸도했다고 한다.

“임종을 몰랐던 집안 사람들이 고인의 운명을 발견한 것은 일요일 상오 7시께였고, 그로부터 친지들이 모여들기 시작,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미국 시카고시(市) 파마 하우스서 공연 중인 세 딸에게 우선 국제전화를 걸어 슬픈 소식을 알린 것이 같은 날 저녁때였다. “처음엔 엄마가 우릴 보고 싶어서 꾸민 연극이라고 곧이 안 듣더니 김 시스터즈의 외삼촌이 수화기를 들고, 재차 이야기하니까 그때서야 비로소… 큰애 숙자는 그 자리에서 졸도한 뒤 4시간이 지나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는군요…”(1965년 4월 13일 자 6면)

이난영은 파주시 광탄면 용미리 공원묘지에 묻혔다가 사후 41년 만인 2006년 노래 가사에 나오는 고향 목포의 삼학도로 이장했다. 41주기인 2006년 4월 11일 삼학도에 ‘이난영 공원’이 문을 열었다. 공원에 이난영이 부른 ‘목포의 눈물’ ‘목포는 항구다’ 노래비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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