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수정헌법 25조’ 따라 강제 직무 정지 가능할까
헌정사상 강제 정지 전례 없어

미국-이란 전쟁 국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를 둘러싸고 미국 정치권에서는 전쟁범죄라는 비판과 함께 헌법에 따른 대통령 직무 정지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오늘 밤 한 문명 전체가 사라져 다시는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발언은 이란의 군사와 산업 시설에 대한 공격을 넘어, 이란 전체 국민과 문화를 초토화하겠다는 위협으로 받아들여졌다.

수정헌법 제25조 제4항은 부통령과 행정부 각 부서의 주요 공직자 과반수, 또는 법률로 의회가 정하는 다른 기관의 과반수가 대통령이 그 직무의 권한과 의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내용의 서면 선언을 상원 임시의장과 하원의장에게 전달하는 경우, 부통령은 즉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그 직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수정헌법의 다른 조항들을 살펴보면, 제1항은 대통령 궐위 시 부통령의 승계를, 제2항은 부통령직 공석 시 대통령의 후임자 지명 및 의회 승인을 다룬다. 제3항은 의료 시술 등의 사유로 대통령이 일시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부통령이 권한을 대행하도록 정하고 있다.
실제로 수정헌법 제25조의 일부 조항은 과거에도 발동된 바 있다. 제2항에 따라 1973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부통령 자리가 비게 되자 제럴드 포드를 지명해 의회의 승인을 받았다. 제3항의 경우, 가장 최근인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장 내시경 검사로 전신 마취를 받는 동안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약 1시간 25분간 권한을 위임한 사례가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2002년, 2007년)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1985년) 역시 수술이나 검사 중 마취로 이 조항을 통해 권한을 일시 이양한 바 있다.
하지만 부통령과 내각이 강제로 대통령을 부적합자로 선언해 권한을 박탈하는 '제4항'은 역사상 단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다.
한 미국 변호사는 "발언 하나만으로 전쟁 범죄를 성립시키기는 어렵고, 탄핵 역시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나 현실적인 장벽이 높다"고 지적했다. 수정헌법 제25조 발동은 엄밀히 말해 의회 고유 권한인 '탄핵'과는 다르지만, 직무를 정지시킨다는 점에서는 사실상 동일한 효과를 낸다는 분석도 내놨다.
대통령이 신체적·정신적 문제로 직무 불능 상태임을 선언할 수 없거나 선언하기를 거부할 때 대비한 최종 비상 안전장치인 제4항을 발동하려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우선 △부통령과 내각 15명 중 과반수(8명 이상) 또는 법률로 정한 다른 기구가 서면 선언서를 의회에 제출해야 하며 △제출 즉시 부통령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다. 이후 △대통령이 이에 불복하는 선언을 보내 직무 복귀를 시도할 수 있으나 △부통령과 내각이 4일 이내에 다시 반박할 경우, 최종 결정권은 의회로 넘어간다. 이 경우 의회는 48시간 이내에 소집돼야 하며, 상·하 양원 모두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만 대통령의 직무 불능 상태가 유지된다. 부결될 경우나 21일 이내에 표결하지 않는 경우 대통령은 즉시 직무에 복귀한다.
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상원의원 일부를 포함한 약 70명 이상의 민주당 의원들은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트럼프 내각이 수정헌법 제25조를 발동하거나 의회가 탄핵 후 유죄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에드 마키 상원의원(매사추세츠 주)은 X(옛 트위터)를 통해 "하원과 상원은 즉시 회기를 재개해야 한다. 하원은 탄핵안을 통과시키고 상원은 표결을 통해 해임해야 하며, 그렇지 않다면 내각과 부통령이 의회의 동의를 얻어 제25조를 발동해 트럼프를 해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코네티컷 주) 역시 "제정신인 대통령이라면 문명 전체를 근절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하지 않을 것"이라며 뜻을 같이했다. 로 칸나 하원의원(캘리포니아 주)도 "'전쟁 범죄'를 저지르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헌법과 제네바 협약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라고 썼다.
그러나 사실상 트럼프가 지명한 인사들이 대다수인 현 내각이 트럼프를 배신하기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미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 미국 변호사는 "트럼프가 직접 임명한 다수의 공직자가 제25조를 발동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정치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며 "트럼프가 심각한 치매 증상 등 명백한 건강 이상을 보이지 않는 한 당장 직무가 정지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