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중요판례분석] (6) 민사집행법

박진수 부장판사(의정부지법) 2026. 4. 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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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청구이의의 소에서 집행문부여를 위한 조건의 성취여부를 다툴 수 있는지 여부

대법원 2025. 8. 14. 선고 2023다271033 판결

□ 사안과 쟁점
원고는 피고들 소유 토지를 임차해서 태양광사업을 하기로 하였는데, 피고들과 사이에 성립된 조정조서에는 '만일 원고가 PF 대출을 위해 설정한 지상권을 양도하거나 저당권의 목적으로 제공한 경우, 임대차 계약 종료, 시설물 철거 등 허가권 양도와 함께 이 사건 토지를 인도한다'는 조정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원고가 PF 대출을 받으면서 태양광 시설 등을 목적으로 하는 지상권에 근저당권을 설정하자 피고들이 이 사건 조정조항 위반을 이유로 조정조서에 대한 집행문을 부여받았다. 원고는 집행문부여에 대한 이의 신청을 했으나 신청이 기각되자 이 사건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였다. 

원심은, 원고의 위 행위가 이 사건 조정조항에서 금지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집행력 있는 조정조서 정본에 기한 강제집행은 이 사건 조정조항 부분에 관하여 이를 불허한다'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원고가 제기한 청구이의의 소에서 집행문부여를 위한 조건의 성취여부를 다툴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다. 

□ 대상판결과 분석
가. 대상판결은, 원고가 이 사건 조정조항에서 정한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는 조정조서의 집행을 위한 조건에 해당하는데 이는 집행문부여에 대한 이의의 소에서 심리할 사항이지 청구이의의 소에서 심리할 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나. 집행문부여에 대한 이의의 소(민사집행법 제45조)는, 집행권원에 조건성취집행문 또는 승계집행문이 부여된 경우에, 집행문 부여의 조건성취 또는 승계 사실을 다투는 채무자를 위하여 마련된 구제수단이다. 청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주문 형식은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법원 ○○자 조정조서에 대하여 이 법원 사무관이 20○○.○.○. 내어준 집행문을 취소하고, 위 집행문에 기한 강제집행은 이를 불허한다'와 같은 형태가 된다. 집행문부여에 대한 이의신청이 기각되더라도 집행문부여에 대한 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제45조 단서). 

한편, 청구이의의 소(민사집행법 제44조)는 확정판결이나 그 밖의 유효한 집행권원에 표시된 청구권에 대한 실체상의 사유를 주장해서 집행권원의 집행력 배제를 목적으로 하는 소이다. 이의 사유는 특정 집행권원에 표시된 청구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소멸하게 하거나 그 집행력을 영구적, 일시적으로 실효하게 하는 사유로서 대체로 일반적 이행소송에서 항변사유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다. 대상판결은 청구이의의 소와 집행문부여에 대한 이의의 소의 관계에 관해서 기존 '소권경합설' 입장을 재확인하였다. 청구이의의 소는 집행권원 자체에 대한 집행력 배제(청구이의의 소의 주문이 집행력의 영구적인 배제를 내용으로 하는 경우 다시 그 집행권원에 기한 집행문을 부여받을 수 없게 된다)를 목적으로 하는데 반하여 집행문부여에 대한 이의의 소는 조건성취 등에 따라 부여된 집행문을 취소하고, 그에 기한 집행 불허를 목적으로 하는 등 그 목적과 이의사유를 달리한다. 

라. 원고는 제1심에서 청구이의 사유로, 조정조항에 따른 청구권의 사후적 포기, 부집행 합의, 권리남용 등을 주장하였다가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항소하면서 이의사유로 '조정조항에서 정한 조건 불성취' 주장을 추가하였다. 이와 같이 하나의 소송절차에서 청구이의의 소의 이의사유와 집행문부여에 대한 이의의 소의 이의사유를 동시에 주장할 경우, 법원은 적극적 석명을 통해서 각 소에 맞게 '청구취지를 추가'하도록 하고, 청구가 병합된 것으로 다루어야 한다. 

2. 가등기권리자에 대한 채권신고 최고를 등기부상 주소지로 발송송달로 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 사례 

대법원 2025. 3. 27. 선고 2024다291102 판결

□ 사안과 쟁점
A는 피고 앞으로 부동산에 매매예약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를 설정하였다. 강제경매가 개시되자 집행법원은 피고의 등기부상 주소지로 가등기담보법 제16조 제1항에서 정한 최고서를 발송송달하였다. 그러나 실제 피고는 다른 곳으로 이사해서 최고서를 받지 못했다. 이후 피고가 자신의 등기가 채권 담보를 위한 가등기라고 주장하면서 채권계산서를 제출하자 집행법원은 피고에게 우선 배당하는 내용으로 배당표를 작성하였다. 배당을 받지 못한 원고가 이 사건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였다.

집행법원이 피고의 등기부상 주소지로 발송송달한 것이 가등기담보법 제16조 제1항에서 정한 채권신고의 최고로서 유효한지가 문제되었다. 

□ 원심의 판단과 대상판결
원심은 피고의 등기부상 주소지로 발송한 것이 위법하지는 않지만 최고서 발송만으로 가등기담보법 제16조 제1항에서 정한 '최고'가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대상판결은 채권신고의 최고로서 유효하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 분석
가. 가등기담보법은, 담보가등기권리자에 대해서 우선변제권을 인정하고 그 순위는 담보가등기를 마친 때 저당권설정등기가 있었던 것으로 본다(제13조). 담보가등기를 마친 부동산에 대하여 경매가 행하여진 경우 담보가등기권리는 매각으로 소멸한다(제15조). 

나. 피고 앞으로 '매매예약'을 원인으로 하여 소유권이전에 관한 가등기가 설정되었는데, 등기형식만으로는 소유권이전청구권 보전을 위한 가등기인지, 담보가등기인지 구별할 수 없다. 

이에 가등기담보법 제16조 제1항은 소유권이전에 관한 가등기가 되어 있는 부동산에 강제경매등 개시결정이 있는 경우 집행법원은 가등기권리자에게 적당한 기간을 정해서 해당 가등기가 담보가등기인지 여부 등(담보가등기의 경우에는 그 내용이나 채권의 존부, 원인 및 금액, 담보가등기가 아닌 경우에는 그 내용)에 관해서 채권신고를 하도록 최고해야 한다고 정한다.

담보가등기권리자가 집행법원이 정한 기간 내(주로 '배당요구종기까지'로 정한다)에 채권신고를 하지 않으면 매각대금에서 배당받을 권리를 상실한다(대법원 2007다257278 판결). 대상판결도 이를 재확인하고 있다. 이는 압류등기 전 저당권자가 배당요구를 하지 않아도 당연 배당을 받는 것(민사집행법 제148조 제4호)과 다르다. 

다. 대상판결은 가등기담보법 제16조 제1항의 채권신고 최고는 민사집행절차상 최고에 해당하는데, 법에서 따로 최고의 방법을 정하지 않으므로, 민사집행규칙 제8조 제1항에 따라 상당한 방법(종래 법원실무는 등기부상 주소지에 등기우편으로 발송송달을 함)으로 할 수 있다고 하였다(대법원 2007다25278 판결도 같은 입장임). 

라. 법원은 대상판결 이후 담보가등기권리자의 권리가 실질적으로 행사될 수 있도록, '부동산등에 대한 경매절차 처리지침'(재민 2004-3) 제6조의2를 신설하였다. 법원은 필요한 경우 집행관으로 하여금 가등기권리자의 등기부상 주소지와 주민등록표(법인등기의 경우 법인등기사항증명서)상의 주소가 상이한지 여부를 조사하도록 하고, 등기부상의 주소와 주민등록표상 주소가 다른 경우에는 주민등록표상 주소에도 발송해야 하며 가등기권리자가 주소를 법원에 신고한 경우에는 그 주소에 발송해야 한다. 

3. 채권압류에 의한 시효중단의 효력 발생 시기

대법원 2025. 9. 11. 선고 2025다212338 판결

□ 판결요지
채권의 소멸시효는 압류에 의하여 중단된다(민법 제168조 제2호). 압류채권자의 권리행사는 압류를 신청한 때에 시작되므로 압류에 따른 시효중단의 효력은 채권자가 집행기관인 집행법원 또는 집행관에게 금전채권에 관한 강제집행을 신청하거나 위임한 때에 소급하여 생기는 것이 원칙이다.

□ 분석
가. 대상판결은 채권압류 사안에서 위와 같은 법리를 제시한 다음 이 사건 압류명령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됨으로써 그로 인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그 신청일로 소급해서 발생한다고 보아, 시효중단의 효력이 제3채무자에게 압류명령이 송달된 시점에 발생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채권압류로 인한 시효중단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압류 신청일이 언제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나. 그런데 대상판결은, 채권압류 사안에서, 부동산압류나 유체동산 압류의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는 일반 법리를 선언하고 있다. 

유체동산에 대한 압류의 경우, 이에 대한 가압류의 경우(가압류명령을 신청해서 법원으로부터 가압류명령을 받아야 함)와 달리, 별도의 압류명령 없이 집행권원을 가진 채권자가 집행관에게 집행을 위임함으로써 집행이 시작된다. 따라서 대상판결이 '유체동산 압류에 따른 시효중단의 효력은 채권자가 집행기관인 집행관에게 금전채권에 관한 강제집행을 위임한 때(집행신청 시) 소급해서 생긴다'고 한 것에 문제는 없다. 

그러나 대상판결로 인해서 유체동산 가압류에 따른 시효중단의 효력이 생기는 시점을 '가압류 명령 신청시'가 아닌 '가압류 집행 신청시'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대상판결이 참조판결로 인용하고 있는 대법원 2017. 4. 7. 선고 2016다35451 판결은 시효중단 사유로서 민법 제168조 제2호에서 정한 '가압류'가 가압류명령을 얻기 위한 재판절차와 가압류명령의 집행절차를 포괄하는 것임을 전제로, 그로 인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가압류명령을 얻기 위한 신청(민사집행법 제279조) 시점'에 생긴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4. 장래의 예금채권에 대한 압류명령의 효력과 그에 따른 시효중단 효력의 종료시점이 문제된 사례

대법원 2025. 5. 15. 선고 2024다310980 판결

□ 사안과 쟁점
장래의 예금채권에 대한 압류집행 당시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예금계좌가 개설되어 있었지만 예금 잔고가 '0'원이었고, 압류 및 추심명령 송달을 전후로 오랜 기간 입출금 내역이 없었던 경우, 장래의 채권에 대한 압류의 효력이 있는지가 문제되었다. 

□ 대상판결과 분석
가. 원심은,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될 당시 채무자가 예금계좌를 개설해 둔 경우에는 수시로 입출금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장래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한 정도로 확실하므로, 그 잔액이 '0'이라도 압류로서 유효하고, 그 효력이 존속하는 한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이 계속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나.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은 사정(①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송달 당시 계좌가 개설되어 있었지만 이미 약 7개월 전 계좌의 잔액이 모두 출금되었다. 당시 잔액은 1,549원 내지 110,000원으로 소액이었다. ② 해당 기간 입출금 내역이 없거나 채무자의 의사에 기한 출금으로 볼 만한 사정이 없었다)을 들어 가까운 장래에 예금채권이 발생할 것이 상당한 정도로 기대된다고 볼 수 없었던 상황이므로, 이 사건 압류 및 추심명령은 무효라고 볼 여지가 크다고 보았다. 나아가 이 경우 압류명령의 송달로써 개시된 집행절차는 곧바로 종료되고, 이로써 시효중단사유도 종료되어 집행채권의 소멸시효는 그때부터 새로이 진행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다. 대상판결은 가까운 장래에 예금채권이 발생할 것이 상당한 정도로 기대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① 예금계약의 내용, ② 예금계좌의 잔액, 입출금 내역 등 거래 실태, ③ 채무자가 해당 예금계좌를 사용한 목적 또는 용도, ④ 이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정도 등을 들었다. 

라. 대법원은, 장래의 (예금)채권에 대한 압류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현재 그 권리의 특정이 가능하고 가까운 장래에 발생할 것임이 상당 정도 기대되어야 한다고 한다(대법원 82다카508 판결 등). 대상판결은 가까운 장래에 채권 발생이 상당한 정도로 기대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 판단 기준으로 제시한 요소 중 '예금계약의 성격(내용)'과 '예금계좌를 둘러싼 거래 실태'가 주된 고려요소가 될 것이다. 그 효력을 판단하는데, 압류명령 이전의 사정들을 주로 고려하겠지만 압류명령 이후의 사정도 부차적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5. 추심명령이 있는 경우 추심채무자의 당사자적격 상실 여부

대법원 2025. 10. 23. 선고 2021다252977 전원합의체 판결

□ 판결요지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채권에 관하여 추심명령이 있더라도 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피압류채권에 관한 이행의 소를 제기할 당사자적격을 상실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국가가 국세징수법에 의한 체납처분으로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채권을 압류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6. 추심채권자가 제기한 추심의 소의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추심채무자에게 미치는지와 추심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동일한 소를 제기하는 것이 적법한지 여부

대법원 2025. 12. 4. 선고 2022다299829 판결

□ 판결요지
추심명령을 받은 채권자가 일종의 추심기관으로서 채무자를 위하여 추심소송에서 받은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소송 결과에 관계없이 채무자에게 미친다(민사소송법 제218조 제3항). 승소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미치는 자가 전소의 상대방을 상대로 다시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전소와 동일한 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 후소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 대상판결 5, 6의 취지
가. 종래 대법원은 채권에 대한 압류, 추심명령이 있으면 제3채무자에 대한 이행의 소는 추심채권자만이 제기할 수 있고 채무자는 당사자적격을 상실한다는 입장이었다(대법원 99다23888 판결 등, 갈음형 법정소송담당). 

이후 대법원 2022. 11. 24. 선고 2018두67 전원합의체판결은, 토지소유자의 사업시행자에 대한 손실보상금 채권에 관하여 압류, 추심명령이 있는 경우, 토지소유자(채무자)가 보상금 증액을 구하는 소의 당사자적격을 가진다고 판단하였다. 일반 민사소송에서도 판례가 변경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었는데, 대상판결 5는 기존 판례를 변경하면서 추심명령에도 불구하고 채무자는 당사자적격을 상실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병행형 법정소송담당). 

나. 대상판결 6은 전원합의체판결의 후속판결이다. 대상판결 6은 추심명령을 받은 채권자가 제기한 추심의 소의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소송결과와 관계없이 채무자에게 미치고, 이 경우 기판력이 미치는 추심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동일한 소를 제기하는 것은 권리보호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향후 재판 실무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 분석
​​​​​​​가. 대상판결 5(전합판결)가 추심명령에도 불구하고 채무자가 피압류채권에 관한 이행의 소를 제기할 당사자적격을 상실하지 않는다고 한 결론에는 찬성한다. 다만, 대상판결 6이 추심채권자가 제기한 추심의 소의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소송의 승패와 관계없이 채무자에게 미치고, 이를 전제로 기판력의 적용을 받는 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동일한 소를 제기하는 것이 부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에는 의문이 있다. 향후 추심소송을 둘러싸고 많은 사회적 혼란과 왜곡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특히, 기판력은 획일적이고 통일적인 해결을 가능하게 하지만 구체적 사안에서 타당성을 무시하는 결론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조심해야 하는 문제이다. 판결의 증명효를 통해서 구체적인 타당성을 도모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어야 하지 않을까.

나. 대상판결은 추심채권자의 추심기관으로서의 성격과 선관주의 의무를 강조하면서 압류채무자와의 이상적인 관계에 기초해서 추심의 소의 본질을 '병행형 법정소송담당'으로 본 다음 중복제소, 기판력 문제 등을 다루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추심채권자와 압류채무자는 제3채무자에 대하여 상호 공통의 이익을 가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상적인 경우만을 전제로 소송의 구조를 정할 수는 없다. 

추심채권자는 자신의 집행채권에 대한 만족을 얻기 위해서 피압류채권에 대한 추심권을 부여받은 것이고, 자기 채권에 대한 만족을 최우선의 과제로 삼아 행동한다. 추심채권자의 입장에서 언제나 추심의 소를 성실히 수행할 유인이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추심채권자는 신속히 추심신고(민사집행법 제236조)를 마침으로써 다른 채권자의 배당 진입을 막고 독점적인 만족을 얻고자 할 유인이 크다. 추심채권자는 추심의 소에서 피압류채권의 존재가 손쉽게 인정되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한 소송수행을 태만히 하거나, 종국적인 지출액을 줄이고 싶어 하는 제3채무자와 사이에 '일부 자백, 나머지 증명 포기'와 같은 딜(deal)을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압류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나머지 채권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면 추심소송의 기판력에 따른 제약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 

다. 민사집행법 제249조에 따르면, 참가명령도 받지 않고 추심소송에 참가하지도 않은 압류채권자에 대해서는 추심금소송의 확정판결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제249조 제2, 3, 4항의 반대해석). 이는 이러한 판결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채권자는 개별적으로 추심의 소를 제기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한 것이다.  

대상판결 5의 반대의견이 지적한 것과 같이, 대상판결 6에 따르면 어느 한 채권자가 제기한 추심금소송의 확정판결 기판력이 채무자를 통해서 다른 채권자에게도 제한 없이 미치게 된다. 기판력과 참가적 효력은 구별되지만 기판력이 소송물에 관한 판단에 대하여 다른 판단을 할 수 없도록 하기 때문에 대상판결 6은 민사집행법 제249조 제3, 4항과 상충되는 것이다. 대상판결 6의 기판력 확장으로 향후 제3채무자는 법원에 참가명령을 신청할 별다른 유인을 갖지 못하게 되어, 그 제도가 유명무실하게 될 우려가 있다

라. 대상판결 6에 따라 기판력이 추심채권자, 압류채무자, 다른 추심채권자에게 제한 없이 미친다고 할 경우, 압류의 처분금지효와 관계에서 상호 모순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압류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패소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압류채무자가 피압류채권을 처분했다고 볼 수 있는 경우), 압류의 처분금지효에 따라 채무자와 제3채무자는 이를 들어 추심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그렇다면 추심채권자는 제3채무자를 상대로 추심의 소를 제기해서 승소판결을 받을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압류채무자가 받은 패소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추심채권자에게 제한 없이 미치면, 추심채권자가 이후 제3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소에서 법원은 다시 그 청구를 기각할 수밖에 없다. 대상판결 6에 따를 때, 처분금지효에도 불구하고 압류채무자가 받은 패소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추심채권자에게 미쳐 추심채권자는 제3채무자를 상대로 추심의 소를 제기해서 승소판결을 받을 수 없게 되는 문제가 있다. 

마. 기존 추심채권자가 받은 제1추심금 판결의 효력과 참가명령도 받지 않고 추심소송에 참가하지도 않아서 제1심 추심금 판결의 존재를 모른 채 다른 추심채권자가 받은 제2추심금 판결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예를 들면 제1추심금 판결은 원고 패소판결이지만 제2추심금 판결은 원고 승소판결인 경우). 다른 결론의 판결에 대한 기판력이 집행채무자에게 중첩적으로 미치게 되는데, 대상판결 6은 그 모순적 상황을 해결하기 곤란하다. 

대상판결 6은 이러한 모순이 발생할 수 있는 여지를 가급적 없애기 위해서 압류채무자가 제기한 소와 변론 종결 전, 후를 불문하고 추심명령을 받은 채권자의 추심의 소는 모두 중복제소에 해당한다는 입장에 있다. 나아가 대상판결 5의 보충의견은, 민사집행법 제237조 제1항 제3호가 '압류채권자는 제3채무자로 하여금 압류명령을 송달받은 날부터 1주 이내에 서면으로 채권에 대하여 다른 사람으로부터 청구가 있는지의 여부 및 청구가 있다면 그 종류를 진술하게 하도록 법원에 신청할 수 있다'고 정하므로, 그 제도를 이용해서 모순 저촉 등을 방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실무상 제3채무자로부터 회신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나아가 현실적으로는 여전히 결론이 다른 제1추심금 판결과 제2추심금 판결이 확정될 수 있다. 특히 다수의 채권자가 채무자가 제3채무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 중 일부에 대해서 압류, 추심명령을 받아 압류가 중복되는 경우가 빈번하고, 이 경우 최종 중복제소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채권의 존부와 그 범위에 관한 판단이 이루어진 다음에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바. 추심명령을 얻는 압류채권자는 피압류채권에 대한 추심권을 취득하는데(민사집행법 제229조 제2항), 추심권의 취득은 추심명령에 따라 채권자가 창설적으로 취득한 것이지 채무자로부터 승계한 것이 아니다. 추심의 소에서 소송물은 법정소송담당설이 말하는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이행청구권(피압류채권)의 존부와 범위에 관한 판단'이 아니라 '추심채권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이행청구권의 존부와 범위에 관한 판단'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이는 추심의 소에서 공탁이행을 명하는 판결을 할 경우 더욱 두드러지게 된다. 추심금소송에서 추심채권자를 법정소송담당으로 보는 것이 맞는지 근본적으로 재검토했어야 하지 않을까. 향후 다양한 사례에서 압류채무자, 추심채권자, 제3채무자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규율할 수 있도록 법리를 잘 조정해 갈 필요가 있다.

박진수 부장판사(의정부지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