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시험이 공급 조절 도구인가

신재욱(서울대 로스쿨 16기) 2026. 4. 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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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면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두고 법조계는 전쟁터가 된다.

월 수임 한 건이 간절한 변호사와 수년간 학원비를 부담하며 시험에만 매달리는 학생들.

법률 AI가 변호사시험 합격점을 넘었다는 기사를 본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최신 버전의 범용 AI에 적절한 지시를 하면 거의 오류 없는 결과를 얻을 수도 있게 되었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변호사 공급을 조절하는 수단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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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관리하려면 정원 줄여야
입구 열고 출구 막는 구조라면
매년 같은 논쟁 이어질 것

매년 이맘때면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두고 법조계는 전쟁터가 된다. 변호사협회는 시장 포화를, 로스쿨은 교육의 정상화를 외치며 편향된 통계와 설문조사를 앞세운다. 월 수임 한 건이 간절한 변호사와 수년간 학원비를 부담하며 시험에만 매달리는 학생들. 누가 더 안타까운가를 다투는 사이, 정작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로스쿨 3학년,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며 AI의 성능에 깜짝 놀라곤 한다. 법률 AI가 변호사시험 합격점을 넘었다는 기사를 본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최신 버전의 범용 AI에 적절한 지시를 하면 거의 오류 없는 결과를 얻을 수도 있게 되었다. 월 3만 원 정도의 유료 버전에서 최신 판례를 확인하라고 지시하는 경우 2026년 민법 객관식 문제의 정답을 모두 맞힐 정도이다(Gemini Pro로 실험). 사례형 및 기록형 답안도 한 번의 지시만으로 합격선을 넘을 만한 답안을 작성한다. 할루시네이션으로 없는 판례를 지어내던 시기는 이제 곧 사라지고, 평균적인 변호사보다 AI가 질적으로 우수한 서면을 작성하는 날이 다가온다. 그리고 변호사 서면의 질은 더 이상 교육이 아닌 AI가 보장해 줄 것이다.
2026년 1월 제15회 변호사시험을 치르기 위해 입실하는 수험생들. 백성현 기자

법률 서비스는 흔히 신용재(Credence goods)로 분류된다.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한 뒤에도 제품의 품질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성격 때문에, 나쁜 변론을 하더라도 변호사의 책임을 묻기 어렵고, 좋은 변론을 하는 변호사가 꼭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도 않는다. 지금 당장에는 변호사의 능력에 따라 서면과 변론의 품질이 크게 좌우될 수도 있다고 하지만, 앞으로는 얼마나 더 비싸고 좋은 AI를 곁에 두는지가 법률 서비스의 품질을 좌우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에는 더 이상 법률 지식이 중요하지 않고, 최소한의 리걸 마인드를 갖춘 사람이라면 변호사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다가오는 AI 시대를 직시하며 변호사시험을 돌아보자. 3천 명이 넘는 응시 인원 중 AI를 활용할 수 있을 정도의 리걸 마인드를 갖추지 못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럼에도 매년 2천여 명이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수백만 원의 학원에 등록한다. 50%대의 합격률은 심지어 매년 모의고사 성적 부진을 이유로 졸업시험 탈락, 강제 혹은 반강제 휴학을 하는 수많은 학생들이 빠진 수치이다. 고시 낭인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로스쿨에서 상당한 등록금에 학원비까지 부담하는 변시 낭인들이 양산되고 있다. 모든 비용을 온전히 학생들에게 전가하는 가장 비싸고 가장 잔인한 제도적 폭력이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변호사 공급을 조절하는 수단이 아니다. 변호사 공급을 조절해야 한다면, 정석대로 입학 정원을 줄여야 한다. 지금처럼 입구를 열어놓고 출구를 막는 구조를 끝내지 않는 한, 이 논쟁은 매년 같은 자리를 맴돌 것이다. 나는 내년 시험장에 앉을 것이다. 그 시험이 내 자격을 검증하는 자리이길 바란다. 공급을 조절하는 자리가 아니라.

신재욱(서울대 로스쿨 16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