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 공개, 법률신문이 이슈 주도해 나가길”

안재명 기자 2026. 4. 11.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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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함께 만드는 독자위원회’
왼쪽부터 이자연·조정희 위원, 고승철 위원장, 정거장·윤상원 위원.

경영학과 법률 강의 제안 어떤가
'전경예우 대책은' 기사 시의 적절
'소송에서 중재로' 돋보인 기획  
흥미 있는 콘텐츠 발굴 늘리길

법률신문 '함께 만드는 독자위원회' 아홉 번째 회의가 4월 8일 서울 서초동 법률신문사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고승철 위원장(언론인·출판인)을 비롯해 조정희(사법연수원 31기) 법무법인 디코드 대표변호사, 이자연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정거장(변호사시험 2회) 법무연수원 교수, 윤상원(변시 12회) 대검 공익법무관이 위원으로 함께했다.

고승철 위원장
지난 8차 회의(2025년 11월 10일) 이후 법률신문의 성과를 보자면 2025년 12월 창간 75주년을 맞이했다. 같은 달 법률신문 주최 LES(Law Expo Seoul) 2025가 개최됐다. 12월 9~11일 법원행정처와 법률신문 공동 주최로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가 대규모로 심도 있게 진행됐다.

저도 LES를 참관했다. 당시 법률신문이 내세운 법조 산업화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인상적이었다. 법조인이 늘어나는 만큼 법률서비스가 강화돼야 할 텐데, 산업화라는 용어가 좋은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편집의 변화도 눈에 띈다. 〈그림 소풍〉 코너에 화가의 그림과 작가 노트가 실리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내용이 다소 어렵다는 점이다. 기자 칼럼 명칭은 〈The Side Bar〉로 변경됐다. 적극적으로 운영되길 바란다.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경영인이 법률 전문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기본 지식은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 경영학과에서는 법학 교육이 부족하다. 법조 시장 확대를 위해서라도 대학 경영학과와 경영대학원에 법률 과목을 필수로 넣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법률신문이 이 문제 제기에 앞장서 주면 좋겠다. 

조정희 위원
법조가 혼란스러운 시기에 법률신문이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어 감사하다. 모성준 판사의 〈법왜곡죄가 겨눈 판사의 양심〉, 김예원 변호사의 〈보완 수사권 논쟁, 현장 목소리 반영이 먼저다〉 등이 있었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 박찬운 교수가 퇴임하며 인터뷰한 〈제도 전체를 파괴하는 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등의 기사도 보도됐다. 

이럴 때 일수록 일선에서 일하는 법조인들의 중지를 모으는 기사가 필요하다. 개인적인 소회나 비판을 담는 칼럼·인터뷰도 좋지만, 과연 법조의 중론이 무엇인지를 집약해서 보여주는 기사가 더 많이 있었다면 법률신문의 역할에 더 부합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인상 깊게 본 기사로는 〈굿바이 델라웨어… 기업들 '절세 거점' 떠난다〉를 꼽고 싶다. 기업들이 텍사스 등으로 거점을 옮기는 최신 트렌드를 잘 짚어주어, 미국 법인 설립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유익하게 읽을 만한 기사였다. 국내 법조에 국한되었던 법률신문의 시야를 해외로 넓혀준 아주 좋은 사례였다. 〈경찰 시대 '전경예우' 대책은〉 기사 또한 시의적절한 보도였다. 

〈소송에서 중재로〉 기획 시리즈 역시 매우 시의적절했다. 재판소원 도입이라는 흐름 속에서 대안적 분쟁 해결 수단인 중재를 조명한 것은 법률신문의 뛰어난 기획력이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한 가지 더 말하자면, 법조 산업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데이터의 공유이다. 하지만 법원에서 하급심 판결문조차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은 매우 오래된 심각한 문제이다. 법원이 비식별화 조치를 거쳐 하급심 판결까지 전부 국민에게 공개하기만 해도, 국내 법률 산업은 굉장히 성장할 것이다. 법률신문이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화두를 선점하고 강력하게 이슈를 주도해 갔으면 좋겠다. 판결문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판결에 대한 국민의 사법적 통제가 가능해진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이자연 위원
〈거인의 유산: 정주영 회의록〉 연재는 언론 입장에서 큰 성과이다. 하지만 "법률 내용이 담긴 것도 아닌데, 왜 법률신문에 실리는지 모르겠다"라는 반응도 있었다. 언론인 입장에서는 단독 입수 기사이므로 크게 다루는 게 당연하지만, 법률신문의 타깃 독자를 고려한다면 이 기사가 독자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연결해 주는 설명이 필요해 보였다.

임재성 변호사의 법신논단 〈범죄자 신상공개, 독일의 원칙과 인내〉를 통해 범죄자 신상 공개에 관한 고민도 깊게 해 볼 수 있었다. 조영관 변호사의 〈르네 니콜 굿을 추모하며〉라는 글도 인상적이었다. 미국 ICE(이민세관단속국) 사례를 대구에서 있었던 사건과 비교해 연결한 지점이 흥미로웠고 새로운 인사이트를 주었다. 경찰 출신이 뜨는 트렌드나, 로펌들의 네이밍 트렌드 기사가 흥미로웠다. 종합지에서 놓치기 쉬운 세밀한 기획이 법률신문이 잘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또 미국 트럼프 정권에서 불거진 여러 법적·윤리적 이슈들이 우리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고 생각한다. 법률신문이 국내 소식을 중점적으로 다루고는 있지만, 해외의 사례를 참고해 우리도 미리 대비하고 논의해 볼 만한 주제들을 소개하는 것도 좋겠다.

정거장 위원
일선 수사 보직에서 잠시 물러나 로스쿨 실무 교수로 부임하여 검찰 실무 수업을 담당하게 됐다. 본의 아니게 더 공부해야 할 시기가 와서 매일 연구 중인데, 요즘 법률신문이 아주 좋은 교재가 되고 있다. 

법률신문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매일 쏟아지는 주요 판례와 공보된 판례, 그리고 공보되지 않았지만 중요한 판례들을 신속하게 소개해 준다는 점이다. 특히 핵심만 짚어서 눈에 띄게 정리해 주는 구성이 훌륭하다.

최근 학생들에게 소개했던 재미있는판결 기사로는 〈'X맨' 표현, 모욕 아니다〉가 있었다. 〈전합, "변론 분리된 공범이 증인으로 나와 모해하려고 위증"… "모해위증죄 해당"〉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대법원의 다수 의견뿐만 아니라 반대 의견까지 상세히 실어주어 생각할 거리를 제공했다. 〈"피고인·변호인 통화녹음 압수 위법"〉 역시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검찰이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피고인과 변호인 간의 자백 내용이 담긴 통화 녹음을 확보해 증거로 제출했으나, 대법원이 이를 변호인 조력권과 비밀유지권 침해로 보아 증거 능력을 부정했다는 내용이다. 이 논지를 확장하면 이메일이나 메모 압수 등 변호인의 비밀유지권 전반과 연결되는 문제여서 상당히 시사하는 바가 컸다. 

저 역시 판결문 공개 이슈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판결문 공개가 현실화되면 그 후속 작업으로 검사의 불기소 결정문이나 경찰의 송치 결정서까지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논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윤상원 위원
인상 깊게 읽었던 기사 중 하나는 〈헌재, 재판소원 사전심사 '각하' 누적 120건〉이라는 통계 기사였다. 재판소원이 올해 처음 도입된 이후 관련 통계들을 소개한 것이 법조인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에게도 재판소원이 법조에 어떻게 정착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도입 전에는 재판소원이 사실상 4심제로 운용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컸는데, 아직 이르긴 하지만 현재까지는 헌법재판소가 나름대로 자정 작용을 거쳐 잘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이러한 흐름을 계속 관찰하며 관련 통계를 지속적으로 기사화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리=안재명 기자   jman@law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