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더 잘 돌보려다 지쳤다… 개, 고양이 양육자 3명 중 1명 '정서 소진'

최은서 2026. 4. 11.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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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 1년도 채 안 된 고양이를 살리겠다고 삶을 다해 매달렸던 조씨에게서 무엇이 보이는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자식, 애틋한 부모 혹은 형제·자매를 위해 어떤 것도 아까워하지 않는 '가족'의 모습이 확연하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3월 전국 반려동물 양육 가구 주 보호자 2,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설문조사단은 반려동물 주 양육자의 유형을 크게 △행복한 보호자(정서 안정형) △책임형 보호자(신체적 부담형) △지친 보호자(정서 소진형)로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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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리서치-서울대학교 수의대학교
'반려동물 양육 가구 실태 조사' 발표
'지친 보호자', 잘 돌보려다 부담 커져
반려동물, 모든 세대·가구에 걸친 일
게티이미지뱅크

"길에서 데려온 지 몇 개월 안 된 고양이가 복막염 진단을 받았어요. 불치병이나 다름없다지만 허망하게 보내기 싫었어요. '스리잡'을 뛰어서 6㎖에 11만 원짜리 약물을 구해 매일 주사를 맞혔어요. 다 나을 때까지 6개월 동안 자취방에 고양이랑 틀어박혀 살았어요." (5세 고양이 점순이를 키우는 30세 조모씨)

태어난 지 1년도 채 안 된 고양이를 살리겠다고 삶을 다해 매달렸던 조씨에게서 무엇이 보이는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자식, 애틋한 부모 혹은 형제·자매를 위해 어떤 것도 아까워하지 않는 '가족'의 모습이 확연하다.

어떤 이들에게는 반려동물이 가족임은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가족을 돌볼 때 생기는 어려움을 개, 고양이를 키우면서 똑같이 겪는 이들도 생겼다. 반려동물을 돌보다 번아웃 증후군(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정신적 피로로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호소하는 반려인이 대표적이다.

한국리서치와 서울대학교 수의대가 '반려동물 양육 실태조사'를 한 결과 반려동물 양육자 3명 중 1명꼴로 정서적 소진을 호소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3월 전국 반려동물 양육 가구 주 보호자 2,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잘 돌보려다 지친 보호자들 35.3%

그래픽=박종범 기자

설문조사단은 반려동물 주 양육자의 유형을 크게 △행복한 보호자(정서 안정형) △책임형 보호자(신체적 부담형) △지친 보호자(정서 소진형)로 나눴다. 군집 분석 결과, 행복한 보호자가 전체의 36.8%로 가장 많았지만 지친 보호자 비율도 35.3%로 거의 비슷한 비율이었다.

지친 보호자들은 다른 군집과 비교해 월평균 건강 관리비(14만4,000원)와 일평균 산책 시간(1시간 12분), 일평균 놀이시간(1시간 24분)이 가장 높았다. 동시에 돌봄 부담 척도(ZBI)도 가장 높았다. 잘 돌보려는 의지가 강하고 그에 따른 투자가 많을수록 번아웃 증후군에 취약해지는 역설이 숨어 있다는 뜻이다.

조모(30)씨의 반려동물인 고양이 점순이와 강아지 미오가 집에서 쉬고 있다. 고양이에게 치명적인 복막염을 앓았던 점순이는 건강해졌다. 조씨 제공

복막염을 앓던 고양이 점순이를 살려낸 조씨 역시 "이제 와서 생각하면 당시 번아웃 증후군의 끄트머리에 있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는 "환묘(아프거나 치료가 필요한 고양이) 커뮤니티에서 복막염 치료법을 독학하고 진료해 줄 병원을 홀로 찾아다녔다"며 "중간에 재발까지 해 막막한 심정이었지만 그저 버텼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이제는 모든 세대·가구의 문제

반려동물을 가족같이 돌보는 건 더 이상 특정 세대나 성별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이번 조사 결과 반려동물 주 양육자 연령대는 40대와 50대가 각각 25%, 30%로 가장 많았고 이외에도 30대 18%, 60대 21%로 고르게 분포됐다. 1인 가구 비율(31%)이 가장 높을 것 같지만 오히려 배우자가 있는 가구 비율(59%)이 훨씬 높았다.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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