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 대신 염소라더니” 도축장 찾아 삼만리…염소특화거리 ‘한숨’ [염소고기 전성시대 上]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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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 최대 5일장이 열리는 성남시 모란시장.
달큰하고 눅진한 한약 냄새가 아침을 여는 곳, '모란흑염소특화거리' 모습이다.
우두커니 이 얘기를 듣고 있던 옆 가게의 업주 C씨도 "저도 충주까지 간다. 경기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염소 한두 마리 잡으려고 먼 거리까지 가면 유류비도 안 나오기 때문에 염소 가격도 안정되기 어렵다"며 "도축장이 가까이 있어야 농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보태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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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 일주일에 한번 원정 도축 비용·시간↑… ‘위생 사각’ 우려도

민속 최대 5일장이 열리는 성남시 모란시장. 13개 구획 너머 한 골목을 따라 대형 가마솥들이 길게 늘어선 채 펄펄 끓었다. 곳곳에 놓인 판매대에는 국내산·호주산 정육 고기부터 72시간 달여 완성한 진액까지 여러 상품이 손님을 기다렸다. 달큰하고 눅진한 한약 냄새가 아침을 여는 곳, ‘모란흑염소특화거리’ 모습이다.
과거 보양의 왕좌엔 ‘개’가 있었고 그 중심에 ‘모란시장’이 자리했다. 하지만 2024년 개 식용 금지법이 통과되면서 차츰차츰 시장에도, 특화거리에도 ‘염소 붐’이 불기 시작했다.
수십년째 건강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염소 캐릭터가 그려진 액기스 포장 박스를 층층이 쌓으며 “개고기가 금지된 뒤로 ‘대신 염소 먹자’는 손님이 확실히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날(4일, 9일)이 아니더라도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고, 보양철이 되면 골목 전체가 활기차진다”며 “도축장이 가까이 있으면 더 밝게 웃었을 텐데”라고 덧붙였다.
2년 전만 해도 인근에는 닭과 염소를 처리하던 간이 도축장이 있었다. 불법 도축을 막기 위해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도입했던 ‘이동식 도축장’이지만 민원과 부지 문제 등을 이유로 2024년 3월 폐쇄된 뒤 지금은 아스팔트 주차장이 됐다.

현재 경기도 내 합법적인 염소 전용 도축장은 0곳. 이곳 상인들은 일주일에 한 번, 새벽 공기를 가르며 충남 천안이나 충북 청주까지 왕복 200㎞를 달려 ‘원정’에 나선다. 충청도에 물량이 쏟아질 때면 전라도까지 넘어가야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식당과 건강원을 함께 운영하는 B씨는 “저는 천안에서 주1회 도축 작업을 하는데 왕복 이동에 작업까지 더하면 하루가 통째로 날아간다”며 “물량이 밀리면 현장에서 대기해야 하고, 요즈음 같은 상황에선 기름값과 인건비 부담이 계속 쌓이기 때문에 가까운 곳에 염소 전용 도축장이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두커니 이 얘기를 듣고 있던 옆 가게의 업주 C씨도 “저도 충주까지 간다. 경기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염소 한두 마리 잡으려고 먼 거리까지 가면 유류비도 안 나오기 때문에 염소 가격도 안정되기 어렵다”며 “도축장이 가까이 있어야 농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보태어 전했다.
이러한 ‘도축 공백’은 불법 유통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고, 위생의 사각지대를 만들기도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염소 도축장은 휴업 2개소를 포함해 총 23개소에 불과하며 경기도는 물론 인천에도 전무하다. 특히 2023년의 경우 전체 출하 물량 중 63.3%만이 이러한 전용 도축장을 거쳐, 나머지 약 40%는 암암리에 잡혀 유통되거나 수입산인 것으로 추정된다.
소비자 식탁에 오르는 보양식의 위생과 안전을 온전히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양식의 세대교체’라기엔 아직 농가도, 상인도, 소비자도 ‘글쎄’다. 모란흑염소특화거리에서 만난 수많은 상인은 똑같이 말했다.
“개 불법 도축으로 시끄러웠을 때 염소가 떠올랐잖아요. 그런데 염소와 관련된 기반도 같이 사라졌고 새로 생길 기미도 안 보여요. 이제는 그때와 상황이 다른데 많이 아쉽죠.”
●관련기사 : 염소는 억울하다… 사육·유통·가격 ‘불투명 오명’ [염소고기 전성시대 上] ②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60409580405
이연우 기자 27yw@kyeonggi.com
김소현 기자 sovivid@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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