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이후 집값?…전문가 64% “3% 이상 오를 것”

배현정 2026. 4. 11.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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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따라 춤춘 부동산 정책…전문가 진단
오는 5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 종료를 앞두고, 강력한 세제 강화에도 서울 주택시장은 오히려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세 부담에 매물 감소가 가격을 자극하고, 매매와 전셋값이 동시에 오르는 ‘이중 상승’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전문가 진단에서도 이러한 시장의 불안감이 여실히 확인된다. 중앙SUNDAY가 학계와 연구기관 전문가 2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전문가 64%가 유예 종료 이후 서울 집값 3% 이상 상승을 예상했다. 하락 전망은 8%에 그쳤다. 전셋값은 모든 응답자가 상승을 전망했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실제로 시장 흐름도 정책 기대와 엇갈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0% 상승했다.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 하락세 확산에도 중저가 지역이 버티며 상승세가 이어졌다. 성북구(0.23%), 강서구(0.25%), 구로구(0.23%) 등 비강남권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만으로 보유 주택 매도를 유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서울은 이미 외곽까지 상승 흐름이 퍼진 상태”라고 말했다.

단기 규제로 시장을 누르는 방식의 한계가 점차 드러나는 모습이다. 한국주택학회에 따르면 1991년 이후 발표된 주택정책은 270건을 넘어섰지만, 집값 안정 효과는 대부분 단기에 그쳤다. 수도권 집중과 핵심 입지 공급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규제만 반복된 결과다. 진미윤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주택정책은 국가 역할의 문제지만 성찰 없이 시장 탓과 단기 대응에 머물러 왔다”며 “막연한 ‘공급’과 ‘안정’을 넘어 책임 있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35년간 270번 나온 부동산 대책, 효과는 3~6개월뿐…정권 바뀌어도 지속될 ‘장기 공급 로드맵’ 만들자
정부가 집값을 인위적으로 억누를 때마다 시장은 잠시 숨을 고를 뿐, 결국 더 높이 반등하는 흐름을 되풀이해왔다. 지난 35년간 270차례 넘게 쏟아진 부동산 대책이 만들어낸 뼈아픈 쳇바퀴다. 주거 복지의 밑그림을 그리고 실수요에 맞춘 공급 기반을 다지기보다, 눈앞의 ‘집값 안정’에 정책 역량이 과도하게 쏠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SUNDAY가 학계·연구기관 전문가 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72%가 “1990년 이후 주택정책의 가장 큰 목표는 집값 안정”이라고 답했다. 반면 공급 확대(20%)와 주거 안정성(4%) 등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가격을 직접 관리하려는 접근이 정책의 중심이 되면서 시장 구조를 유연하게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다.

정책 운용도 일관성을 잃었다. 노태우 정부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규제와 완화를 반복하는 ‘냉탕·온탕’ 기조가 이어졌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주택담보대출(LTV·DTI) 규제만 20여 차례 바뀌었고, 양도소득세 등 핵심 세제도 정권마다 손질되며 정책 신뢰성이 약화됐다. 잦은 규제는 집값 안정에 근본적 영향을 주지 못한 채, 오히려 자금이 부족한 실수요자의 시장 진입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규제 중심 정책 실효성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전문가의 56%는 “일부 효과는 있었으나 제한적이었다”고 답했고, 28%는 “시장 왜곡과 혼란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요 억제의 효과는 단기에 그친다는 평가가 많았다. 정책 효과 지속 기간에 대해 전문가의 72%가 “3~6개월”이라고 답했고, 1년 이상 이어진다는 응답은 사실상 없었다. 이는 강력한 규제 대책이 발표되더라도 시장의 방향성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한 채 잠시 속도를 늦추는 역할에 머물렀음을 보여준다.

실제 정책 이후 시장 흐름에서도 이러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를 대거 지정한 2017년 ‘8·2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3개월간 1.22%로 둔화됐지만, 6개월 후에는 6.63%로 다시 확대됐고 1년 뒤에는 15.58%까지 치솟았다.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지난해 ‘10·15 대책’ 이후에도 3개월 기준 약 2.8% 수준에 머물렀던 상승률이 6개월이 채 되지 않은 지난 3월에는 6.58%로 다시 확대됐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대출 규제로 상위 인기 지역의 수요를 억제했지만, 대출이 가능한 다른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며 가격이 상승했고, 이후 매도자들의 갈아타기까지 맞물리며 상위 지역 집값 상승이 다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특정 인기 지역이나 고가 주택을 겨냥한 수요 억제책의 한계로도 이어진다. 강남 등 고가 지역 규제 효과에 대해 48%는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답했고, 또 다른 48%는 “오히려 부작용이 더 컸다”고 평가해 정책 효과에 대한 신뢰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유세 등 세제 중심의 압박 정책에 대해서도 회의론이 컸다. 고가 주택 보유세 강화에 대해 “필요하지만 대상·범위 조정이 필요하다”(40%), “부작용이 우려된다”(32%), “효과가 제한적일 것”(20%)이라는 응답이 주를 이뤄, 세금만으로 시장 구조를 바꾸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짙었다. 정보현 NH투자증권 부동산수석연구원은 “고가주택 기준과 비거주 1주택 보유세 예외 사유를 명확하고 단순하게 정해야 한다”며 “기준이 모호할수록 혼란이 커지고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효과는 짧고 부작용은 반복되는 단기 처방이 왜 계속 이어질까. 전문가는 ‘공급 확대는 단기에 어렵기 때문’(44%)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여기에 ‘단기 효과 중심의 정책 구조’(28%), ‘정치적 부담’(24%)이 맞물린다는 분석이다. 공급은 시간이 필요한 반면, 즉각 반응을 보이는 규제에 의존하는 정책 구조가 굳어졌다는 진단이다.

이처럼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한 해법으로는 ‘질적 공급 기반 확충’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의 72%가 향후 주택정책의 핵심 과제로 공급 확대를 지목했다. 박합수 건국대 겸임교수는 “정권마다 바뀌는 정책으로는 공급 확대에 한계가 있다”며 “재건축 규제 개선과 3기 신도시 확대 등 일관된 공급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 ◆설문 응답해주신 분(가나다순)=고준석(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 김인만(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김제경(투미부동산컨설팅 대표) 김태현(트라움 상무) 남혁우(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 박민수(더스마트컴퍼니 대표) 박원갑(국민은행 부동산수석위원) 박지민(월용청약연구소 대표) 박합수(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 방송희(한국주택금융공사 수석연구위원) 송승현(도시와경제 대표) 양지영(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 윤수민(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윤지해(부동산R114 리서치랩장) 이동현(하나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이은형(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종현(한국부동산경영학회 부회장) 이필용(건영씨앤피 이사) 정민하(부동산지인 대표) 정보현(NH투자증권 부동산 수석연구원) 조은상(리얼투데이 이사) 진미윤(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최경희(공간지지 이사) 함영진(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홍춘욱(프리즘투자자문 대표)


조만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국내 주택정책은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라는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양상을 반복해 왔다. 1초에 수천 번 날갯짓해도 제자리에 머무는 ‘벌새’처럼, 잦은 대출 규제와 세금 대책 남발은 시장 혼란을 가중했다. 특히 집값이 오를 기미가 보이면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정책을 뒤집는 행태가 고질적인 문제다. 이제는 제자리 비행을 멈추고, 한 번의 날갯짓으로 10마일을 비행하는 ‘알바트로스’처럼 정권과 무관하게 유지되는 장기적이고 예측 가능한 주거 체제의 궤적을 그려야 할 때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0여 개국의 주택정책을 살펴보면, 정부가 직접 ‘집값 안정’을 명시적 목표로 내세우는 국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선진국은 적정하고 부담 가능한 주택의 공급과 부동산발(發) 거시경제 시스템 리스크 관리에 정책의 초점을 맞춘다. 특정 지역을 투기 지역으로 묶어 거래를 억누르려는 시도는 글로벌 스탠다드와 동떨어져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주택시장에 어떻게 개입해야 할까.

시장의 충격과 왜곡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경제 심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투자와 투기를 억지로 가르기보다는, 자산 가격 상승기에 동조하는 군중 심리(FOMO)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해하고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유연한 거시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

내 집 마련을 향한 실수요자의 자연스러운 욕구는 건전하게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초점을 옮겨야 한다. 그 핵심 해답은 ‘금융’에 있다. 지난 30년간 우리나라의 금융 자산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5배로 비약적으로 성장했지만, 이 거대한 제도권 금융이 실수요자의 자가 보유를 위해 온전히 작동하는지는 깊은 의문이다. 특히 보편적인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를 위한 금융 포용성을 획기적으로 넓혀야 한다. 해외의 장기 주거 지원 정책이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다. 생애최초주택 구매자에게 75%의 대출 한도와 2.5%의 고정 저리를 제공해 목돈 없이도 주택을 살 수 있게 설계된 싱가포르의 HDB 모델이 훌륭한 본보기다. 또한 30대에 30년 만기 고정금리 대출을 받아 집을 사고 60대 이후 지분을 활용하게 돕는 미국의 ‘3-3-6 모기지 대출’도 주목해야 한다. 실수요자가 자산 형성의 튼튼한 사다리에 오를 수 있도록 장기적이고 정교한 주택금융 체계를 이식해야 한다.

수요가 집중되는 도심 내 주택 공급 역시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속해야 한다. 도심 내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은 필연적으로 단기적인 가격 상승이나 이주 수요 같은 부작용을 동반한다. 그러나 지하철 완공의 편익을 위해 공사 중의 불편을 감내하듯, 정치권은 단기 집값 등락에 흔들리지 않는 ‘정치적 인내력’을 발휘해야 한다. 나아가 선의를 앞세운 과도한 시장 개입이 도리어 서민 주거 복지를 훼손하지 않도록, 주택정책은 ‘의도’가 아닌 데이터와 증거에 입각한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장기적이고 일관된 정책만이 진정한 주거 안정을 끌어낼 수 있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지난 한 해 전월세 계약물량은 약 280만 건으로 매매거래량의 4배에 달한다. 이 시장에서 지난 몇 년간 서민은 전세금 폭등과 급격한 월세 전환, 전세 사기 피해로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이를 구제하고 예방할 근본적인 정책은 실종 상태다.

문제는 정책의 초점이 정작 국민이 체감하는 주택임대차 시장이 아니라, 전체 가구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한 강남 초고가 아파트 가격 하락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가격규제정책은 단기간의 거래 위축과 가격 불안정이라는 이중의 부작용으로 나타난다. 매매 수요 억제정책은 임대차시장에서는 전세물건의 감소와 더불어 전세난으로 이어진다.

수요규제정책이 낳은 가장 극단적인 결과가 전세 사기 사태였다. 2020년 주택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세금이 급등하자 이를 감당하지 못하게 된 청년·신혼부부가 빌라와 오피스텔로 대거 이동했고, 이 과정에서 갭투자와 결합한 전세계약의 구조적 취약성이 폭발했다. 정부가 인정한 피해자만 3만5000명을 넘었고, 이는 개별적 피해를 넘어 현행 임대차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세 사기의 구조적 원인 중 하나가 임차인의 권리 보호를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이 법에서는 임차인의 보증금을 ‘대항력’을 통해 보호하는데, 이는 다른 부채에 앞서 돈을 돌려받을 순위를 의미할 뿐이다. 임대인이 상환할 능력이 없거나 선순위가 있는 상태에서 경매로 넘어가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반면 ‘민간임대주택 특별법’은 보증금반환의무, 10년 거주와 임대료 상한을 보장하는 긍정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세제 혜택 논란과는 별개로 두 제도를 통합한 ‘통합 주택임대차법’을 구축해서 임대차제도의 난맥상을 해결해야 한다. 이를 전제로 전체 주택의 약 30%를 차지하는 민간 임대주택을 국가가 관리하는 핵심 주거체제로 편입시켜야 한다.

임대차제도만이 아니라 주거 불안을 초래하는 원인에는 도시 구조와 주택공급 방식에도 있다. 서울 외곽에 베드타운식 주택개발은 교통 부담과 장기적 도심 쇠퇴를 초래할 수 있다. 반대로 도심의 핵심 입지를 공공임대로만 채우면 부동산 가치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 세계 주요 도시는 일자리·주거·상업 기능이 결합한 ‘직주락(職住樂)’이 가능한 복합개발을 통해 ‘5분 도시’, ‘7분 도시’로 전환하고 있다. 한국 역시 획일적인 신도시 확장이나 단순한 주택공급물량을 넘어, 도심의 복합개발을 활성화해 도시의 생산성과 생활 편의를 동시에 갖춘 도시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한국은 이미 전체 주택의 10% 가까이 최고 품질의 공공임대로 공급한 공공주택 모범 국가다. 이제는 미래형 복합 도시 공간을 설계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매주 집값 변화에 일희일비하는 정책에서 벗어나, 임대차 안정과 도시 공간구조 개편을 축으로 한 장기 주거 체제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부동산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진창하 한양대 ERICA 경제학부 교수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의 주택정책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었다.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대규모 아파트 공급과 신도시 개발이 추진되며 주택의 양적 부족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 2024년 전국 기준 주택보급률은 102.9%에 이르고, 인구 1000명당 주택 수 역시 1995년 214호에서 442호로 증가했다.

이러한 주택공급의 속도와 규모가 증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주택금융의 도입과 확산이 있었다. 주택금융공사에서 2차 유동화 시장을 통해 조달한 저리의 자본을 주택시장의 주택담보대출로 공급하며 일반 주택수요자가 장기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주택을 사는 시장의 구조가 됐다.

주택시장에서는 또한 사회안전망이 강화됐다. 1989년 영구임대주택이 처음으로 도입되며 다양한 형태의 공공임대주택이 공급됐다. 2024년 현재 197만호의 공공임대주택이 공급되어 운영되고 있으며 저소득층, 청년, 고령층 등을 다양한 유형의 공공임대주택이 운영되며 핵심 사회안전망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실거래가 공개 등 시장 정보의 투명성 역시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주택정책에서 성과와 함께 향후 중장기 과제로 두고 해결해야 할 부분도 있다. 먼저 주택공급이 절대적인 총량은 증가했지만, 산업과 일자리, 공간구조의 불균형으로 결과적으로 특정 지역에 사회적 기회가 집중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즉 수도권 집중문제와 지역적 구조적 불균형 이슈이다.

또한 주택금융확대를 통해 실수요자의 주택구매능력을 확대했지만, 주택금융확대의 주택공급이 제한된 지역에서 대출을 통한 레버리지 투자 확대가 실수요자와 경합적인 시장 구도를 형성하며 주택가격 상승을 가속하는 요인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동시에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져 금융시스템 전반 미치는 위험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또한 임대시장 구조 역시 여전히 미완이다. 공공임대주택이 확대됐음에도 민간임대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민간 임대주택공급자에 대한 정책은 경기 상황에 따라 완화와 규제정책을 취하며 큰 방향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민간임대주택시장을 긴 호흡으로 바라보며 전문성을 갖추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준공공 성격의 사회 후생이 높은 임대시장 구축을 확대 추진했다면 임차 가구의 주거 안정성은 한층 높아질 수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의 주택정책은 거시적 관점에서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주택시장, 그리고 국가 공간구조의 포용성을 높이는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 비록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교육 기회의 접근성, 지역 인프라, 일자리 기반을 구축하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이러한 담대한 전환이 현재 심화하고 있는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의 흐름 속에서 서울·수도권의 주택가격 상승과 지방 주택시장의 침체라는 양극화 현상을 해결하고 수도권과 지방이 상호 보완적이고 포용적인 성장을 이루는 시작점이라 생각한다.


천현숙 전 SH도시연구원장
2018년 서울 집값은 기록적인 폭등세를 보였다. 당시 주택공급방식을 두고 ‘보존’의 서울시와 ‘개발’의 국토교통부가 정면충돌했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그린벨트 해제를 요구했으나 서울시는 미래세대를 위한 보루라며 맞섰고 갈등은 도심 외곽의 3시 신도시 지정으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3기 신도시 입주 물량은 전무하다. 당시의 갈등이 현재의 주택시장 불안으로 이어진 이유는 ‘입지 부조화’와 ‘공급 시차의 극대화’에 있다. 그사이 서울은 인구 1000만명 시대가 저물고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집값 상승과 주거 불안으로 ‘탈서울’이 가속화되고 있고 시민의 주거 사다리마저 위태로워지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주택정책의 주도권은 여전히 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다. 지방정부가 지역 주택정책을 수립하긴 하지만 기금과 재정 사용 권한이 중앙정부에 있다 보니 지자체 역할은 제한적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책임의 부재’다. 정책이 실패하거나 공급이 지연되어도 지자체와 중앙정부는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할 뿐,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구조가 없다. 협조해도 인센티브가 없고, 방관해도 페널티가 없는 구조에서는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주택 행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제는 주택정책의 권한을 역량 있는 지방정부에 과감히 이양하고,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앙-지방 주택정책 성과 협약’ 도입을 제안한다. 지방정부는 3∼5년 단위로 지역 실정에 맞는 공급 목표와 주거 복지 지표를 설정하면 중앙정부가 이를 심의·평가한다. 성과가 우수한 지자체에는 그린벨트 해제총량권을 확대해주고 사전 협의 절차를 간소화하여 실질적인 정책 결정권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경제적 유인도 필수적이다. 목표 달성률에 따라 교부세 산정 시 가산점을 부여하거나, 도시재생 예산을 우선 배정해야 한다. 특히 주택 공급으로 지방 세수가 늘면 교부세가 삭감되는 구조를 개선하여 세수증가분이 지역의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가는 재정적 장치도 필요하다.

이러한 분권화 모델은 선진국에서 이미 검증됐다. 프랑스는 1980년대부터 ‘국가-지역 계획 계약(CPER)’을 통해 중앙과 지방이 공급 목표를 공동 설정하고 예산을 매칭하고 있다. 지자체는 집행 권한을 갖되 성과에 따라 차기 예산 규모가 결정되므로 책임감을 갖고 정책을 추진한다. 영국 또한 2011년부터 지자체가 주택을 공급하면 지방세 증가분만큼 중앙정부가 보전해주는 ‘신규주택 보너스’를 시행하고 있다. 지방정부는 보너스를 주민편의시설 확충에 사용한다.

중앙정부는 전국적인 수급 밸런스를 조절하는 ‘그랜드 디자이너’이자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조정자’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주택시장 안정은 권한과 책임이 일치하는 행정 구조 안에서만 가능하다. 지방정부가 지역 주민의 요구에 응답하며 책임 있게 정책을 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는 것, 그것이 주택시장 불안을 잠재울 근본적인 해법이다.

배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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