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알아 참 다행이다[박현주 아트에세이 ㉓]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2026. 4. 11.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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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화엄사.

그는 그곳에서 마음을 다루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마음으로 한 번.

"그때 마음이 출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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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사 범정 ‘꽃스님’ 이야기
[서울=뉴시스] 홍매화가 만개한 화엄사 (사진=화엄사 제공) 2026.02.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지리산 화엄사.
그는 그곳에서 마음을 다루는 법을 배웠다.
중학교 1학년, 아무 설명 없이 절에 맡겨진 아이.
아버지는 말했다.
“정원씨, 잘 지내요.”
한 달을 울었다.
버려졌다고 믿었다.
그의 출가는 두 번이었다.
몸으로 한 번,
그리고 마음으로 한 번.
스물여덟.
“그때 마음이 출가했습니다.”
울음이 많던 소년이
꽃스님이 되었다.

[서울=뉴시스] 국보 반가사유상 두 점이 전시된 국립중앙박물 '사유의 방'. 원오원아키텍스 제공. 2021.11.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용서는 상대를 향한 행위가 아니다.
나를 묶고 있던 마음을 풀어주는 일이다.
용서하지 않는 동안
우리는 상대가 아니라
미움 속에 갇힌 자기 자신과 함께 산다.
그래서 그는 말한다.
방향을 바꾸라고.
타인을 향하던 시선을 거두고
자기 마음으로 돌아오라고.
그리고 묻는다.
“지금, 내 마음은 어떤가.”

그의 얼굴을 보니
이 말이 이해된다.
감정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 어떤 상태가 머물러 있다.
잘 깎인 조각처럼,
덜어낸 만큼 또렷해진 얼굴.
그의 얼굴은 반가사유상을 닮아 있었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생각하는 상태로 머무는 얼굴.
움직이지 않지만,
가장 깊이 움직이고 있는 순간.
분노도, 슬픔도
지워진 것이 아니라
지나간 흔적처럼 남아 있다.

꽃스님. 김미경TV(MKTV)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수행은 결국
마음을 다루는 일이 아니라
형태를 바꾸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를 키운 것은 말이 아니었다.
사랑이었다.
그는 이제 자신 같은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초등학생도 있고, 고등학생도 있다.
학교를 보내고,
빨래를 넣었다가 꺼내는 일상 속에서
문득 멈춘다.
스승이 머물던 방.
그 옆에서 같은 하루를 반복하며
비로소 생각하게 된다.
얼마나 많은 말을
삼켰을까.
얼마나 오래 기다렸을까.
그제야 알게 된다.
사랑은 말이 아니라
참는 시간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그는 말한다.
반성을 많이 했다고.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그게 사랑이었습니다.”
좋은 인연은 붙잡아서 남는 것이 아니다.
놓아도 떠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인사를 이렇게 한다.
“원만합니다.”
좋음과 나쁨 사이를
둥글게 살아내는 일.
버려졌다고 믿었던 아이는
사랑을 설명하는 사람이 되었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다.
기다림이고,
관찰이며,
버티는 시간이다.
우리는 사랑을 몰라서가 아니라
감정을 다루지 못해 흔들린다.
그래서 그는 말한다.
사랑을 알아
참 다행이라고.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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