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실손보험, 몇 세대인지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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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주치의
실손보험 있으니 병원비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동안 많은 사람이 이렇게 생각해왔다. 한국은 건강보험 제도가 잘 갖춰져 있고, 여기에 실손보험까지 더해지면 대부분의 의료비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에는 이 말이 크게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 전제가 앞으로도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 실손보험 제도 개편 논의, 이른바 ‘5세대 실손보험’ 도입 방향이 언급되면서 상황은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 핵심은 단순하다. 실손보험은 여전히 중요한 안전장치이지만, 그 보장 방식은 점점 개인 부담을 늘리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당연히 보험료는 더 저렴해진다.
실손보험은 겉으로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가입 시기에 따라 세부 조건이 다르다. 이른바 ‘세대’에 따라 자기부담금 수준, 면책기간, 갱신방식, 재가입형 여부 등이 달라진다. 초기 1세대는 자기부담금이 없는 30일 통원 횟수 제한이나 긴 면책 기간(180일) 등의 제약이 있었다. 이후 2세대에서는 표준화가 이루어지면서 자기부담금 10%가 생겼고, 3세대부터는 일부 비급여 항목(비급여 MRI, 도수치료, 주사치료)이 분리되며 자기부담금이 30%가 됐다. 현재 판매 중인 4세대 실손보험은 전체 비급여가 특약으로 분리되고 자기부담금이 30%로 확대된 구조다. 그리고 5세대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한 단계 더 강화될 전망이다.
5세대 실손의 핵심 변화는 ‘비중증 비급여’에 있다. 중증산정 특례에 해당하는 비급여 항목은 기존 4세대 보장의 기조를 이어간다. 일상적으로 자주 발생하는 비중증 비급여 치료에 대해서는 보장 한도를 줄이거나 자기부담금을 높이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우선 한도가 줄어든다. 입원 한도가 연간 5000만원에서 연간 1000만원으로, 입원 회당 300만원까지 보장한다. 둘째 자기부담금이 50%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외래진료 시 최저 자기부담금은 5만원으로 올라간다. 셋째 비급여 도수치료, 주사치료 등은 보장하지 않는다. 미래에 심평원에서 ‘관리급여’라는 항목을 만들어 수가관리를 한다면 건강보험의 급여 보장률만큼을 보장해준다고는 하나, 현재는 면책사항이다.

보유한 실손에 따른 보장액을 비교해보자. 1세대 실손은 자기부담금이 없기 때문에 286만원 전액을 받는다. 자기부담금 10%인 2세대 실손은 10%를 제외한 257만원, 3세대의 경우 급여 10%, 비급여 20%의 자기부담금이 있기 때문에 총 244만원, 4세대의 경우 215만원을 받게 된다. 만일 현재 논의되는 5세대 실손은 비중증 비급여 자기부담금이 50%로 보장액은 187만원이 된다. 동일한 치료를 받더라도 실손 세대에 따라 실제 수령하는 보험금에 상당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흔히 “암과 같은 중증질환은 국가 지원이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건강보험의 산정 특례제도를 통해 일정 기간 본인 부담률이 낮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중요한 전제가 있다. 급여 항목에 한해서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문제는 최신 치료일수록 비급여 비중이 높다는 데 있다. 또한 과거와 달리 입원보다 통원 치료가 증가하면서, 체감하는 의료비 부담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
결국 5세대 실손보험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중증질환에 대한 기본적인 보장은 유지하되, 일상적으로 자주 발생하는 비중증 비급여 치료에 대해서는 개인의 부담을 늘리는 방향이다. 이는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변화이기도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체감 보장이 줄어드는 것으로 느껴질 수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필요한 것은 ‘점검’이다. 우선 자신이 가입한 실손보험이 몇 세대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가입 시기, 자기부담금 구조, 갱신 및 재가입 조건에 따라 향후 보장 내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재가입형 상품의 경우, 일정 시점 이후 새로운 세대의 조건으로 변경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비급여 공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관절 수술, 척추 질환, 백내장, 각종 로봇 수술 등은 중증질환은 아니지만 실제로 발생 가능성이 높고 비용 부담도 큰 영역이다. 실손보험의 보장이 축소되는 흐름 속에서 이러한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중증질환에 대한 대비 역시 별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실손보험만으로 모든 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손보험은 여전히 중요한 의료비 대비의 수단이다. 그러나 그 역할과 구조는 계속 변화하고 있다. “실손이 있으니 괜찮다”는 단순한 인식에서 벗어나, 현재의 보장 수준을 정확히 이해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대비하는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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