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미세한 선 넘는 이들… 내면의 온기가 잘못일까

황지윤 기자 2026. 4. 11.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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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의 온기

김혜진 소설 | 창비 | 256쪽 | 1만7000원

소설가 김혜진의 네 번째 소설집. 김유정문학상 대상작 ‘푸른색 루비콘’을 비롯해 김승옥문학상·이효석문학상 우수상을 받은 ‘빈티지 엽서’, 이상문학상·현대문학상 우수상을 받은 ‘관종들’ 등이 실렸다.

단편 ‘빈티지 엽서’의 화자 ‘나’는 헬스장에서 만난 한 남자와 그가 수집한 외국의 빈티지 엽서를 읽는다. 단지 그뿐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숙덕인다. 급기야 탈의실 입구 게시판에 글귀가 적힌다. “헬스장은 운동하는 곳입니다. 운동만 하세요. 양심에 어긋나는 부적절한 관계, 몹시 불쾌합니다!”

두 사람은 엽서 읽기 활동을 그만두고 다시는 보지 않기로 한다. 일련의 사태가 마무리된 뒤 ‘나’는 “당시 스스로에게 정말 거리낄 게 하나도 없었는지 자문”한다. ‘나’는 그제야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단단히 잠가둔 감정”을 희미하게 느낀다.

책에는 선(線)을 아주 미세하게 넘는 이들이 나온다. 그런데 이를 잘못이라 하기도 애매하다. 어떤 선 넘기는 관심 또는 다정함의 징표다. 표제작 속 주인공 선희는 갓 닭장에서 꺼내 온 청란 두 알을 쥐고 온기를 느낀다. 이는 “바깥의 열기와 무관한, 내부에서 만들어져 흘러나오는 온기”다. 그 온기를 알아차리게 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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