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반 뽑아”…트럼프, 헝가리 총선 노골적 입김

황건강 2026. 4. 11.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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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오른쪽)가 지난해 11월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회담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나가서 오르반에 투표하라.”

12일(이하 현지시간) 헝가리 총선 결과가 국제 정세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다시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를 향한 공개 지지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그는 진정한 친구이자 투사이자 승자다. 그리고 총리 재선을 위해 나의 완전하고 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오르반은 위대한 헝가리 국민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에도 트루스소셜을 통해 헝가리 국민에게 오르반 총리 지지를 촉구한 바 있다. 지난 2월 16일엔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을, 지난 7일엔 JD 밴스 미 부통령을 잇따라 헝가리로 보내 지원 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밴스 부통령은 오르반 총리에 대해 “유럽의 유일하고 진정한 정치가 중 한 명”이라며 헝가리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촉구했다. 미국 대통령과 부통령 등이 공개적으로 동맹국의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인 지지 행보가 계속되는 건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오르반 총리는 결코 놓칠 수 없는 ‘우군’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유럽의 트럼프’로 불리는 오르반 총리는 기독교 보수주의 이념과 반이민, 반유럽연합(EU) 성향이 강한 강경 보수 정치인으로 꼽힌다.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의 첫 대선 ㅈ도전 당시엔 EU 회원국 지도자들 가운데 최초이자 유일하게 트럼프를 지원하고 나섰다. 재선에 실패한 트럼프 대통령이 2023년 형사 기소됐을 때는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계속 싸워달라. 우리는 당신과 함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헝가리 현지에선 총리 교체 가능성이 공공연하게 거론되고 있다. 머저르 페테르 대표가 이끄는 야당 ‘티서’의 지지율이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 ‘피데스’의 지지율을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난 1일 피데스의 지지율은 42%로 티서의 지지율(47%)에 5%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인 티서가 헝가리 의회 의석의 과반을 차지할 경우 오르반 총리는 2010년 이후 16년 만에 총리직에서 내려오게 된다.

그런 가운데 오르반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도 반우크라이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헝가리가 석유 등 에너지 자원을 사실상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긴밀한 관계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피데스의 선거 광고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과 함께 부정적인 내용이 담긴 슬로건이 실리기도 했다.

실제로 헝가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EU의 지원 계획을 번번이 중단시키는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달 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900억 유로(약 156조원) 지원안이 헝가리와 슬로바키아의 반대로 승인되지 못했다. 이 지원안은 한 달 전인 지난 2월에도 헝가리의 반대로 불발된 바 있다.

반면 머저르 대표는 친EU 성향으로 꼽힌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발언엔 신중한 편이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EU와의 관계 개선은 적극 지지해 왔다. 최근엔 “정권을 잡으면 EU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EU에서 헝가리의 존재감을 회복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도 지지하는 입장으로 향후 러시아와의 관계도 재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 현지 언론들은 이번 헝가리 총선이 EU와 미국·러시아의 대리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페테르 크레코 헝가리 정치자본연구소장은 “미국과 러시아 양쪽이 공개적으로 같은 후보를 지지하는 모습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헝가리가 지정학적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외교정책 싱크탱크 ‘아틀란틱 카운슬’의 마크 구더만스 연구원은 “오르반 총리가 총선에서 패할 경우 푸틴은 가장 긴밀한 EU 동맹국을 잃게 되고 트럼프 또한 중요한 유럽 파트너를 잃게 될 것”이라며 “반면 EU와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 큰 장애물이 제거되는 결과로 받아들일 것”이라 전망했다.

황건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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