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한 날엔, 할 일을 ‘살라미’처럼 쪼개세요

2026. 4. 11.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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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연의 즐거운 건강
우울감·무기력감과 정서적 에너지 수준의 기복을 경험할 때 가장 힘든 점 중의 하나는 자기 자신을 돌보는 것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마음의 부담감을 무릅쓰고 여러 가지 책임을 다하려 하는 발버둥이 때로는 상황에 대한 비관과 자신의 역량에 대한 자책으로 이어져 더욱 우울해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외부 자극에 대한 예민성, 사람들이 온통 나에게만 책임을 요구하고 도와주는 사람은 없다는 불만과 분노가 커지기도 한다. 정서적으로 방전되고 지칠수록 문제 해결에 필요한 인지적 효율성과 유연성이 함께 저하될 수 있으며 이럴 때는 마음속에서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는 생각이 들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거라는 절망과 적극적인 삶의 지속에 대한 의지의 저하가 진행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과도하게 무리하거나 부담감에 짓눌리지 않으면서 한정된 나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투자하여 오늘 하루를 잘 운용해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픽=이윤채 기자
소분된 과제에 ‘쉬운 정도’ 점수 매겨보기
우선, 지금의 내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 일상생활 중 반복해서 수행해야 하는 일들, 내가 속한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수행해야 하는 책임들, 미루어 두었던 사람들과의 교류나 모임 약속 등, 미루어 두었던 일들의 과제 목록을 적어 본다. 다음으로는, 너무 거대하고 부담스럽게 여겨져 압도되는 과제를 보다 쉽게 접근하고 완료할 수 있는 작은 단위로 소분(小分)한다. 소분한 과제들 각각을 수행하기 위한 과정을 단계별로 적어 본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는 생각에 어느 정도 압도되어 있는지, 그리고 내가 느끼는 무기력감과 에너지의 수준이 어떠한지를 고려하여 큰 과제를 어느 정도 작은 단계들로 소분할지를 정하면 좋다. 예를 들어, 충분한 정서적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주방을 정리한다’는 문구 하나로 오늘 할 일 한 가지를 확정할 수 있다. 좀 더 우울하고 지치고 무기력한 상태일 경우에는 ① 접시를 닦는다, ② 세척한 접시들의 물기를 수건으로 닦는다, ③ 수건으로 물기를 닦은 접시들을 찬장의 접시 칸에 옮긴다, ④ 청소기를 이용하여 부엌 바닥의 먼지와 이물질을 청소한다, 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린다, ⑥ 물기와 이물질이 남아있는 주방 작업대를 닦는다와 같이 더 소분해 이동 경로를 설정하는 것이 실천하기에 보다 낫다.

두 번째로, 우선순위상 오늘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 1~3가지를 선정한다. 우울하고 무기력할 때에는 “이 많은 일을 어떻게 다 하지”라는 부담감에 압도되어 아무런 활동도 시작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늘 나의 시간과 에너지가 제한돼 있음을 받아들이고 다른 일들을 하기에 앞서 우선적으로 수행할 일정을 선정하는 것이다. 에너지와 의욕이 증가하여 무리해서 일하다 지쳐버릴 가능성이 있을 경우에도 최우선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과제 1~3가지를 선정하고 이 일부터 시작하게 되면, 중요하지 않은 일을 먼저 하다 마무리 못 하고 불만족감을 느끼거나 지쳐 버리는 결과를 줄일 수 있다. ‘오늘 반드시 완료해야 하는 일 1~3가지’는 상황과 시기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우울하고 무기력해지면 ‘오늘 활동의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것도 막막하고 부담스러워질 수 있다. 이럴 때 오늘 현재 그 일의 중요도나 긴급함을 고려해, 먼저 수행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도 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오늘 어떤 과제를 가장 먼저 수행하는 것이 ‘일이 밀려 있다’는 부담감과 압박감을 줄이는데 가장 효과적일지를 고려해 오늘 수행할 일 한 가지를 정할 수도 있다. 또 오늘의 나에게 비교적 중요하고 급한 일 중에서 상대적으로 쉽게 수행할 수 있는 소분된 과제를 선정해 먼저 시행하는 것은 자기 효능감을 줄 수 있다. 이때 각각 소분된 과제들에 대해 ‘어느 정도로 쉽게 수행할 수 있을 것 같은지’ 점수를 매겨 보고, ‘쉽게 수행할 수 있거나 수행이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는 연유가 무엇인지’ 한두 가지 간략하게 적어 보면서,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의 정도’가 객관적인 근거와 나의 짐작-느낌 각각에 어느 정도 기반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전날 저녁 ‘할 일 목록’ 작성도 도움
매일 아침의 막막함과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 전날 저녁에 ‘내일 반드시 할 일 1~3가지’의 목록과 ‘만약 시간과 에너지가 남으면 추가로 할 수 있는 일 한두 가지’의 목록을 미리 준비하면 도움이 된다. 많이 무기력하지 않은 경우에는, 아침에 일어난 다음 ‘오늘 반드시 완료할 일 1~3가지’의 목록과 ‘시간과 에너지가 가능하면 추가로 시행할 일 한두 가지’의 목록을 정하면 된다. 만약 오늘 해야 할 일의 목록을 완료하지 못했다면 다음 날 가장 우선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1~3가지 일 목록의 1순위를 오늘 계획을 이동할 수도 있다. 만약 규칙적으로 반복 수행해야 하는 중요한 일들이 있다면 이 일들의 간략한 목록을 만들고(목록의 구성요소는 7가지 항목 이하로 제한한다. 너무 길어지면 더 부담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늘 반드시 할 일 1~3가지’의 목록에 업데이트하는 방법도 있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마감 기한만을 설정하는 것보다 이번 주의 어떤 날 어떠한 시간대에 이 일을 수행할지를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것도 막막함과 부담감을 줄이는데 보다 효과적이다.

윤제연 서울대병원 교육인재개발실 교수. 정신건강의학과와 공공진료센터 일마음건강클리닉(직원상담)을 담당하며 서울의대 연건학생지원센터 센터장도 겸한다. 『행복한 직장의 조건』 『심리도식치료의 실제』 등의 공동역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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