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토막 리뷰] '붉은사막', "왜 재미있지?"의 줄타기를 넘어 '갓겜'이 된 이유

이동근 2026. 4. 11.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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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사막' 인게임 화면 캡처
[이동근 마니아타임즈 기자] 누구에게나 재미있는 게임은 극히 드물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는 이 게임, 붉은사막은 그 평가가 너무 극과 극을 달렸다. 말하자면 저점과 고점이 너무 차이가 많이 났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점은 게임이 익숙해지는 순간 확실히 재미있다는 점이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발길 닿는대로 돌아다니면서 물건줍고 경치구경 할 수 있는 진짜 '오픈월드'를 원한다면 고민 없이 구매해도 되는 수준이다.

사실 그동안의 평가를 보면 '똥갓겜', 'GOAT와 JOAT를 넘나드는 게임', '빠와 까를 모두 미치게 하는 게임', '미쳤냐'와 '미쳤다'가 공존하는 게임 등 너무 극단적이다 보니 오히려 게임 내용이 궁금해질 정도다. 왜 이런 평가와 유저 경험이 주어졌을까.

더 흥미로운 점은 초반에 국내와 해외, 특히 서구권의 평가가 너무 극과 극을 달렸다. 스팀 플랫폼의 평가를 보자면 지금은 국내 평가도 많이 올랐지만, 초반에는 부정적 평가가 압도적이었다. 반면 서구권은 초반부터 긍정적인 평가들이 나왔고, 지금 영어권에서는 매우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붉은사막' 스팀 내 평가 현황 (4월 6일 기준)

실제로 4월 6일 기준, 스팀의 언어별 평가를 보면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프랑스어, 튀르키예어 등은 '매우 긍정적', 반면 한국어는 자국 게임임에도 대체로 긍정적(그나마 초반에는 복합적이었다), 중국어(간체·번체)는 복합적, 일본어도 복합적이다.

왜 이런 평가가 나올까,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지만, 문화적인 차이, 그리고 게임을 접하는 태도의 차이가 있지 않은가 하고 생각해 본다.

우선 붉은사막을 직접 플레이해 본 경험을 이야기해 보자면, 초반에 한정해 솔직히 너무나 불편했다. 운전으로 비유하자면 평소에 비상등을 켜야 할 버튼을 누르면 뒤 트렁크가 열리고, 뒤 트렁크를 열면 안전벨트가 풀리는 느낌이었다. 거기에 특유의 조작감도 당황스러웠다.

'붉은사막' 인게임 화면 캡처

물론 장점도 있었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오픈월드를 느끼게 해주는 그래픽이었다. 사실적이거나 화려한 그래픽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게임들은 많지만, 사실 제대로 된 오픈월드를 느끼게 해주는 게임은 많지 않다. 하드웨어 사양의 한계나 최적화의 문제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원거리와 근거리의 느낌이 이질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게임들이 이런 느낌을 주는 이유는 언리얼 엔진의 한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언리얼 엔진은 훌륭한 엔진이다. 그러나 언리얼스러움은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 사실적인 광원으로 멋진 연출을 보여주지만, 처리할 수 있는 원경 데이터의 한계가 어쩔 수 없이 느껴진다.

그래서 언리얼로 만들어진 오픈월드 표방 게임은 결국 구역 이동이라고 하는 것을 암암리에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붉은사막은 이 문제를 멋지게 해결했다. 실제로 높은 곳에 올라가거나 광활한 평지에서 원거리를 본 유저라면 이것을 확실히 느꼈을 것이다.

이는 아마도 '블랙스페이스'라고 하는 펄어비스가 개발한 자체 엔진의 힘이라고 짐작된다. 실제로 기자가 개발진이 아니니 완벽한 분석은 어렵지만, 오픈월드에 최적화된 느낌은 확실히 주었다.

'붉은사막' 인게임 화면 캡처

조금 더 게임을 진행하면 다음으로 당황스러운 것은 바로 스토리였다. 스토리를 중요시 여기는 기자로서는 이 게임의 초반 진행은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주인공이 죽었다가 살아났는데, 그 다음에 해야 할 행동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탐구가 아니라 갑자기 팔씨름을 하고, 노인에게 적선을 해야 한다. 그리고 고양이를 구해줘야 하고, 굴뚝 청소를 하게 된다. 소위 개연성이 없다.

이 시점이 무려 초반에 접하게 되는 이 게임의 가장 큰 장벽이다. 조작이 불편해도 내용이 궁금해서 계속 진행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내용 진행 없이 그냥 시키는 일을 하게 된다.

사실 이후에도 스토리는 크게 흥미롭게 진행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유저들도 스토리에 호평하는 경우는 드물다. 기자도 한창을 진행하다가 나중에 가서야 전체적인 이야기의 얼개가 조금씩 보인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붉은사막' 인게임 화면 캡처

이 초반을 넘기면 비로소 이 게임의 장점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다. 메인 퀘스트에서 잠시 시선을 돌리고 주변을 둘러보고, 돌아다니다 보면 다양한 서브퀘스트가 펼쳐진다. 챕터 2 이후 퀘스트 동선이 길어지고, 지형에 익숙해지면, 챕터 3 이후 현상금 의뢰를 받아보자.

그 과정에서 배경이라고 생각했던 각종 사물들과 상호작용을 해 보자. 보이는 모든 환경은 매달리거나 타고 오를 수 있고, 나무나 광석은 모두 채집 가능하다. 곤충은 모두 잡을 수 있고, 곤충을 모아서 남의 집에 풀어놓는 악동짓도 가능하다. 원소를 반응시켜 적뿐 아니라 NPC(논플레이어 캐릭터)를 공격할 수 있고, 물은 얼려 길을 만들 수도 있다.

동물들을 모아서 농장을 차릴 수도 있고, 마차 아래 매달려 여행도 다닐 수 있다. 아예 시작하자마자 지도 끝에서 끝으로도 갈 수 있다. 이런 사소한 재미들은 계속해서 '여기에는 또 어떤 것이 있을까' 하고 궁금해하게 하고, 게임을 계속 진행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챕터 3에서 4로 넘어가는 시점에서는 전투도 재미있어진다. 기력, 생명, 용기 세 가지 기술 트리를 따라감에 따라 화려한 액션을 펼칠 수 있다. 특히 다양한 레슬링 기술은 그야말로 '쾌감'을 준다.

다소 복잡한 조작감이 발목을 잡긴 하지만, 익숙해지면 어떻게든 할만해진다. 기자의 느낌으로는 무쌍류 게임보다는 확연히 어렵지만, 어떻게든 진행이 가능하다는 정도였다. 난전에서는 적을 몰아치는 식의 전투가 어려웠고, 그것은 불합리하게 느껴졌지만, 식량을 많이 챙기기만 한다면 진행이 불가능한 상황은 없었다.

여기까지 오면 게임의 장단점이 확연히 보이기 시작한다. 조작이 불편하고, 스토리가 어색하지만, 확실히 오픈월드를 돌아다니는 재미가 있다. 솔직히 게임이 어렵다는 느낌은 없다. 보스를 만나도 음식을 무제한으로 보유할 수 있어 어떻게든 공략이 가능하다.

'붉은사막' 인게임 화면 캡처

이런 식으로 플레이 타임이 약 50시간이 넘어가자 어느 정도 평가가 가능해졌다. 기자는 우선 그동안 즐긴 게임들에 대한 선입견을 되돌아볼 필요를 느꼈다.

우선 가장 중요한 핵심은 내가 관성적으로 게임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몇 가지만 포기하면 붉은사막은 '갓겜' 평가가 가능했다.

우선 이 게임에서 가장 먼저 포기해야 했던 것은 '효율성'이었다. 솔직히 그동안 액션 게임이나 RPG(역할 수행 게임)를 진행할 때 자기도 모르게 어떻게 하면 게임을 빠르게, 혹은 편하게 진행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한국인이라면 이 게임을 즐기기가 참 어렵다.

다음으로 포기해야 하는 것은 '완벽함'이었다. 공략을 뒤져가며 모든 아이템을 얻으려 한다거나, 가장 강한 캐릭터를 만들려고 도전하기, 모든 트로피 획득하기에 익숙해져 있다면, 이 게임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게임 내에서 자잘한 서브퀘스트까지 모두 클리어 하기가 100시간을 들여도 불가능한 수준으로 수많은 요소가 담겨 있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방식대로 게임을 즐기면 된다.

마지막으로 이 게임을 '다른 게임과 비교해서 평가하기'다. 이 게임은 처음부터 'RPG'가 아님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물론 사전적으로 RPG가 아닌지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을 수 있다. 롤플레잉, 즉, 역할 수행을 하는 게임은 맞기 때문이다. 게다가 레벨이 없다 뿐이지 기어 스코어, 스킬 트리를 올리기 위한 스킬 포인트, 빌드를 위한 스탯 등 성장 요소도 있다.

'붉은사막' 인게임 화면 캡처

그러나 어느 정도 붉은사막을 진행한 지금, RPG적 요소가 분명히 있음에도 펄어비스가 RPG가 아니라고 굳이 강조한 이유는 게이머들이 익숙해진 일반적인 RPG의 플레이 스타일로 접하지 말 것을 설명하려 한 것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든다.

실제로 펄어비스 아메리카 윌 파워즈 마케팅 디렉터는 "캐릭터의 결정이나 선택에 따른 인과 관계 같은 RPG 요소는 기대하지 말라. 대신 세상에서 즐길 수 있는 방대한 즐길 거리들이 플레이어만의 '뇌내 설정'을 통해 롤플레잉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효율성과 완벽함에 대한 도전을 포기하고, RPG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진행돼야 하는 수순을 포기하고, 순수하게 붉은사막 속 세계를 돌아다니다 보면, 이만한 게임이 없다. 이 세계는 어떤 곳인지 친숙해지고, 하고 싶은 행동을 하면 된다. 그야말로 '샌드박스'에 던져졌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고 접근하면, 게임 내에서 '자유'가 주어진다. 메인 퀘스트는 일단 하고 싶으면 하면 된다. 서브퀘스트라고 생각하지 말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가서 해보면 된다. 그 과정에서 가지게 되는 기대에 게임은 충분히 답해준다. 그야말로 '무언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들어 접근하면 진짜로 무언가가 있다.

전투도 마찬가지다. 붉은사막에서 난전이 벌어질 경우 느껴지는 불편함을 극복할 요소가 아니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면 치고받는 전투를 체감하게 된다. 즉, 한 대도 안 맞는 완벽한 전사가 되길 희망하는 것이 아니라, 개싸움을 벌이는 느낌을 받아들이면 된다.

여기서 독자분들은 기자가 펄어비스를 변호하기 위해 단점마저도 장점으로 포장하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아니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일단 기자가 그렇게 재미있게 즐기고 있고, 무엇보다 서구권, 특히 영어권에서는 호평이 많았기 때문이다.

일단 서구권에서는 경쟁을 하지 않는다. 실제로 한국에서의 디아블로의 빠른 공략과 같은 플레이가 서구권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완벽한 공략을 위해 공략본을 찾아보기는 해도 100% 클리어를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 경향이 있다. 한마디로 '내가 재미있으면 된다'는 접근이 많다. 이 같은 사고방식은 동양권에서 인기를 끄는 모바일 경쟁 게임이 서구에서 인기를 많이 끌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서구권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게임이라고 해서 좋은 게임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는 펄어비스도 인지하고 있고, 의도된 불쾌감이나 불편함을 주려 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실제로 약 보름 만에 붉은사막은 계속해서 패치를 내놓았고, 불편감을 상당수 개선했다.

대표적인 패치만 보아도, 점프부터 전투까지 모든 동작에서 입력 지연을 없앴고, 빠른 이동 포인트와 보관함을 대거 늘렸다. 그리고 퍼즐 및 길 찾기 메커니즘을 변경해 편의성을 더했다. 그 결과 출시 직후 51%의 긍정적 평가로 전체 평가를 '복합적'에서 80%가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매우 긍정적'으로 올리는 데 성공했다.

'붉은사막' 인게임 화면 캡처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첨언한다면, 이 게임은 펄어비스가 처음으로 내놓은 싱글 패키지 게임이다. 그동안 '검은사막', '검은사막 모바일'이라는 MMORPG(대규모 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와 온라인 배틀로얄 게임 '섀도우 아레나'에 이어 4번째로 그동안 내놓은 적 없는 패키지 게임을 내놓은 것이다.

게다가 개발 난이도까지 높은 오픈월드 게임을 내놓았다면 이 정도 완성도는 매우 훌륭한 편이고, 그나마의 불편함도 보름 만에 5번의 패치를 연달아 내놓으며 빠르게 게이머들의 만족도를 높여가고 있다. 게다가 펄어비스의 규모가 그리 큰 것도 아니고, 자체 엔진까지 개발해 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면 훌륭한 완성도다.

물론 게이머가 게임사의 사정까지 봐줘 가며 게임을 즐길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빠르게 패치를 해 가면서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출시 보름 만에 5번의 패치를 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할 요소일 것이다. 지금은 아이템 줍는거 말고 불편한 것이 거의 없는 수준에 이르렀으며, 계속해서 업데이트를 예고하고 있다.

10일 공개한 개발자 노트를 보면 여기에 더해 '보스 재대결', 다대일 전투를 다시 즐길 수 있는 '재봉쇄', 데미안, 웅카에도 지정타와 섭리의 힘 기술 추가, 원거리 그래픽 품질 개선, 키보드와 마우스 설정 범위 확장, 게임패드의 일부 버튼 커스터마이징, 의상과 채집물, 퀘스트 아이템과 레시피 등 용도별 전용 보관함 등 추가 DLC(다운로드 콘텐츠)에 가까운 내용을 추가할 것을 예고했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무엇보다 시작 지점이 아쉽다. 아예 MMORPG처럼 캐릭터를 갑자기 이세계로 떨어뜨리고, '검은사막'으로 다져진 커스터마이징 능력을 살려 유저가 몰입할만한 자체 캐릭터가 등장하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랬다면 펄어비스가 처음에 게임을 소개할 때 내세웠던 '오픈월드 액션 게임'이라는 평가가 더 잘 어울렸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게임은 할만한 게임을 넘어 재미있는 게임이다. 이 게임을 하고자 생각했으면, 스토리는 내려놓고, 빠른 공략에 대한 욕심을 버리자. 어떻게 하면 빠르게 엔딩을 볼 수 있을지 고민하지 말고, 느긋하게 돌아다니길 권한다.

숨겨진 보물을 찾아다녀도 좋고, 사냥, 농사와 벌목, 채광에 몰두해도 좋다. 도둑질과 소매치기만 해도 된다. 목장을 만들어도 된다.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움직이다가 메인퀘도 진행하는 식으로 접근해 보자. 붉은사막은 게이머에게 엔딩까지 빠르게 가기를, 스토리를 즐길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애초에 이런 게임에서 흔하게 보이는 '동선 유도'도 없다.

그렇게 돌아다니다 보면 독자분들 중에서도 상당수는 '갓겜'이라고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도 불안하면 조금 더 '패치'를 기다리자. 지금도 충분히 많은 개선이 있었지만, 계속해서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수준이므로, 게임을 좋아한다면 한번쯤 도전해 볼만하다.

[이동근 마니아타임즈 기자/edgeblu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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