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으로 깡으로 버틴 대한항공…정지석 "신경전 힘들었다"·한선수 "웃음거리 되지 말자"

[인천=스포츠투데이 신서영 기자] 대한항공의 통합 우승을 이끈 주역들이 소감을 밝혔다.
대한항공은 1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판 3선승제) 최종전 현대캐피탈과 홈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1(25-18 25-21 19-25 25-23)로 승리했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시리즈 전적 3승 2패를 기록,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대한항공의 통합 우승은 2023-2024시즌 이후 2년 만이다. 2020-2021시즌부터 2023-2024시즌까지 통합 4연패를 거뒀던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에 가로막혀 5연패에 실패했으나 올 시즌 다시 왕좌를 탈환했다.
또한 올 시즌 컵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던 대한항공은 2022-2023시즌 이후 3년 만에 트레블(3관왕) 달성에도 성공했다.
아울러 대한항공은 통산 우승 횟수를 6회로 늘리며 현대캐피탈(5회)을 제치고 삼성화재(8회)에 이어 남자부 최다 우승 단독 2위에 올랐다.
대한항공의 우승 중심에는 정지석이 있었다. 정지석은 1차전에서 15점, 2차전에서 19점을 책임지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고, 3-4차전에서도 각각 12점, 19점을 올리며 분전했다. 이날도 11점을 올리는 등 챔피언결정전 5경기에서 총 76점을 쓸어 담았다.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정지석은 34표 중 17표를 획득하며 한선수(5표), 마쏘(3표)를 제치고 챔피언결정전 MVP로 선정됐다.
정지석이 챔피언결정전 MVP를 수상한 건 2020-2021시즌, 2023-2024시즌에 이어 통산 세 번째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정지석은 "다른 의미로 역대급 챔프전이었다. 너무 힘들었고 재밌었다. 빨리 끝내고 싶었는데 이겨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정규리그에서 23승 13패(승점 69)를 기록하며 현대캐피탈(22승 14패, 승점 69)을 승수에서 제치고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고, 안방에서 열린 1, 2차전을 모두 풀세트 접전 끝에 잡아내며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그러나 원정 3, 4차전에서 모두 패하며 위기에 몰렸다.
2차전에서 나온 판정이 원인이 됐다. 현대캐피탈이 14-13으로 매치 포인트를 가져간 상황에서 레오의 서브가 사이드 라인에 걸쳐 아웃 판정을 받았다. 이에 현대캐피탈 측은 비디오판독을 요청했으나 결과는 뒤바뀌지 않았고, 경기는 듀스 접전 끝에 대한항공의 18-16 승리로 종료됐다.
현대캐피탈은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앞선 12-13 상황에서 대한항공 마쏘의 블로킹 역시 유사한 장면이었지만 대한항공에 유리한 인 판정이 나온 바 있어 논란은 더욱 커졌다.
경기 후 블랑 감독은 판정에 대해 강하게 불만을 드러냈다. 블랑 감독의 언행은 오히려 팀 내 결속을 끌어내는 계기가 됐고, 이는 경기력으로 이어졌다. 현대캐피탈은 판정 논란 이후 치른 3, 4차전에서 모두 3-0 완승을 따내며 분위기를 가져왔다.
이날 정지석도 2차전 판정 논란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장외 신경전이라고 해야 할까. 저희가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이라 너무 힘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올 시즌 팀의 주장을 맡은 그는 책임감을 갖고 경기에 임했다. 정지석은 "불안했던 건 사실이다. 1, 2차전을 따내고 내리 3, 4차전을 잃다 보니 불안했다. 그래도 제가 팀에서 받는 연봉이 꽤 된다"고 웃은 뒤 "제가 책임져야 된다고 생각했다. 썩 좋은 플레이를 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승부를 피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였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선수들에게 외부 이야기는 신경 쓰지 말고 잘 쉬고 잘 먹자고 했다. 앞으로 다가올 일만 생각하자고 했다"며 "(한)선수 형과 저를 제외하고 팀에 어린 선수가 너무 많았다. 상대 선수들은 '분노'라는 키워드를 갖고 했는데 우리는 분위기를 가져오기 너무 어려웠다. 저희는 막아야 하는 입장이라 악으로 깡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함께 인터뷰에 참석한 한선수는 "공정한 판정을 내렸는데 저희를 흔들려고 한 건지는 모르겠다. 선수들이 조금 흔들리고 동요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5차전까지 오면서 웃음거리는 되지 말자고 생각했다. 이 악물고 끝까지 해보자고 했다"고 힘줘 말했다.
지난 시즌까지 대한항공의 주장을 맡았던 그는 "올 시즌을 편하게 시작했는데 끝날 때 힘들게 끝났다"며 "올해는 (정)지석이가 주장이지만 그런 거 상관없이 웃음거리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소리지르면서 다운된 분위기를 끌어올리려고 했다"고 밝혔다.
한편 생애 첫 인터뷰에 나선 마쏘는 "정말 긴 챔프전이었다. 예상한대로 우승했고, 홈에서 우승 축포를 터뜨릴 수 있어서 좋다"며 "선수들이 계속 격려해줬고 안 좋을 때도 할 수 있다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심어줬다. 비록 과정은 함께하지 못했지만 결말을 함께해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스포츠투데이 신서영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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