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웍에 갓 담은 맛…중식 근본을 지키다
[세계 1등 식당의 비결] 홍콩 레스토랑 ‘더 체어맨’
![더 체어맨의 시그니처 요리인 ‘7가지 향신료로 맛을 낸 녹나무 훈제 거위’. 전통 중국식 바비큐를 재해석했다. [사진 더 체어맨]](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11/joongangsunday/20260411000314744msla.jpg)
올해 대망의 1위는 지난해 3위였던 홍콩의 레스토랑 ‘더 체어맨(The Chairman)’이 차지했다. 체어맨은 2021년에도 1위를 수상했지만 당시는 팬데믹 때라 대규모 시상식을 진행할 수 없어 조촐하게 직원들이 모인 가운데 발표를 지켜봐야 했다. 체어맨의 오너 셰프 대니 입에게는 성대한 무대에 올라 모두의 축하를 받을 수 있었던 올해의 시상식이 더 뜻 깊게 다가왔을 것이다.
체어맨은 전통 광둥요리를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곳이다. ‘모든 요리는 좋은 식재료로부터 시작한다’는 철학 아래 화려함보다는 본질에 집중하고 있다.
![홍콩 레스토랑 계에서 ‘큰 형님’으로 통하는 더 체어맨의 대니 입 오너 셰프. [사진 더 체어맨]](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11/joongangsunday/20260411000316038kydg.jpg)
입 셰프는 홍콩 레스토랑계에서 ‘큰 형님’으로 통한다. 신생 레스토랑과 셰프들을 응원해주고 홍보에도 적극적이다. 모두가 서로에게 배울 점이 있고, 서로 도우며 함께 성장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처음 요리를 시작했을 때 ‘앞으로 어떤 셰프로 성장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지만 어떤 셰프들은 차갑고 폐쇄적으로 자신만의 비법을 숨기기에만 급급했다. 하지만 어떤 셰프들은 놀라울 정도로 관대하게 모든 것을 가르쳐주는 것을 보고 나는 후자의 길을 걷고자 마음먹었다. 나를 격려해주던 멘토들이 있었기에 고된 주방 일을 지속할 수 있었고, 이제는 젊은 셰프들에게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 주고 싶다.” 입 셰프는 2022년에 아시아 미식 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식음업계 관계자에게 귀감이 되는 인물에게 주는 ‘아이콘 어워드’를 수상했다.
체어맨의 요리는 2000년이 넘는 중국의 전통 식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광둥요리의 본질은 식재료 자체를 돋보이게 하는 데 있다고 믿기에 이곳에선 중식에서 오랫동안 사용해온 웍과 찜기, 전통 중식 그릴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식재료 역시 대부분 홍콩 또는 중국 남부에서 공수하며 자체적으로 농장도 운영한다. 생선·게와 같은 해산물은 최고의 신선함을 위해 특수 운송 차량을 통해 시장에서 레스토랑까지 살아 있는 상태로 운송하고 조리 바로 몇 분 전 손질한다.
![숙성한 샤오싱(중국 술 황주의 일종)과 닭고기 기름, 납작한 쌀국수를 곁들인 신선한 꽃게찜. [사진 더 체어맨]](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11/joongangsunday/20260411000317326ecky.jpg)
체어맨에는 새로운 요리를 개발할 때도 중식의 본질을 잃지 않기 위한 몇 가지 기준이 있다. 첫째는 재료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재료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맛과 풍미를 연구하고 극대화 할 수 있도록 요리를 구상한다. 둘째는 기술 중심으로 하는 접근이다. 예를 들어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인 ‘캄포 우드 훈제 거위’는 거위·소금·녹나무만을 사용하는 전통 중국식 바비큐를 새롭게 해석해 완성한 메뉴다.
어찌 보면 고집스러울 만큼 그 뿌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다 보니 새로운 메뉴의 개발은 성공과 실패의 연속이다. 한 번에 완성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요리는 손님에게 낼 수 있을 때까지 6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린다. 매일 같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쏟아내지만, 자체적으로 메뉴에 올릴 수 있다고 평가하는 요리는 1년에 몇 개에 불과하다.
입 셰프는 “체어맨이 아시아 최고의 레스토랑이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직원들 간의 유대와 협력”이라고 소개했다. 직원 중 80% 이상이 10년 이상 함께해왔다. 핵심 멤버들은 2009년 오픈 때부터 함께하고 있다. 입 셰프는 이런 체어맨 팀을 ‘빈티지 팀’이라고 부른다. 평균 연령은 높지만 덕분에 주방과 홀 서비스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체어맨을 방문할 때마다 늘 따뜻하게 맞아주던 직원 아티는 몇 년 전 정년퇴임 했는데 주기적으로 체어맨에 돌아와 하루 정도 일하면서 후배들에게 수십 년 동안 익혔던 기술을 전수하고 단골손님들과도 소통한다.
직원들의 이런 안정적인 유대감은 체어맨의 창의성에 큰 원동력이 된다. 모두가 가족처럼 서로를 이해하고 요리에 대한 같은 비전과 공감대를 공유하고 있기에 자유롭게 의견을 발표하고 맛의 퀄리티를 완성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입 셰프는 “빈티지 팀과 함께 그 동안 쌓아온 많은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하루 빨리 시도해 중국 요리의 경계를 어디까지 확장 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는 게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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