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씨네리뷰] '침묵의 친구', 시대를 초월하는 자연의 경이로움
양조위의 첫 유럽 진출작
한 그루의 은행나무와 소통하는 세 인물의 이야기

오는 15일 스크린에 걸리는 영화 '침묵의 친구'(감독 일디코 에네디)는 1832년부터 인간을 바라보며 뿌리내린 장엄한 은행나무부터 1908년 대학 최초의 여학생 그레테(루나 배들러 분)와 1972년 식물과 교감하는 청년 하네스(엔조 브룸 분), 2020년 고독한 신경과학자 토니(양조위 분)까지 한 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은행나무와 고요히 연결되는 세 시대의 세 인물을 담는다.
아기의 마음을 연구하는 토니는 홍콩에서 독일의 대학에 초빙되고, 수업과 연구에 매진하다가 코로나19로 인해 텅 빈 캠퍼스 안에 홀로 남게 된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람은 대학을 관리하는 경비원이 유일하다.
그동안 해왔던 연구도 지지부진해진 가운데, 토니는 식물 커뮤니테이션 과학자 앨리스(레아 세이두 분)의 이야기를 듣고 캠퍼스 안에 있는 오래된 은행나무와 소통하며 실험을 시작한다.

그럼에도 도망치거나 좌절하지 않는 그레테는 자신과 닮아있는 홀로 서 있는 은행나무를 보고 안식처로 삼는다. 또한 우연한 계기로 들어간 곳에서 사진 기술을 배운 그는 이를 활용해 식물들을 찍으며 자신만의 연구를 이어간다.
이후 영화는 1972년으로 점프한다. 자유로운 대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농장 출신 하네스도 은행나무에 공감하고 외로움을 견디다가 매력적인 친구 군돌라를 알게 된다. 그리고 여행을 떠나는 그가 맡긴 제라늄을 돌보게 되고, 자신의 행동에 반응하는 식물에 흥미를 느끼며 진심으로 교감한다.
이렇게 '침묵의 친구'는 1908년 대학 최초의 여학생 그레테가 사진으로 자연을 포착하고 1972년 청년 하네스가 과학적 장치를 통해 식물과 교감하고, 2020년 실험에 집중한 신경과학자 토니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교차시키며 한 세기를 뛰어넘는 은행나무의 시간을 함께 조명한다.
각각 35mm 흑백 필름과 다소 불명확한 색감의 16mm 필름 그리고 날카롭고 정확한 디지털 촬영된 장면은 서로 다른 시간대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인지하고 몰입할 수 있게 돕는다.

'침묵의 친구'는 세계 3대 영화제를 석권한 유럽의 거장 일디코 에네디 감독의 신작이자 양조위의 첫 유럽 진출작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에 두 사람은 함께 내한해 여러 공식 일정을 소화하며 국내 관객들과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이번 작품을 위해 신경과학과 영국식 억양을 공부하고 실제로 식물을 돌보고 정원에서 시간을 보냈다는 양조위는 오직 눈빛과 분위기만으로 스크린을 장악한다. 루나 배들러와 엔조 브룸도 매력적으로 캐릭터를 그려내며 작품의 한 축을 담당한다.
어떠한 정보 없이, 아니 어느 정도 알고 극장에 들어가도 처음에는 영화가 관객들에게 무엇을 전하고 싶은지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 빠르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쏟아지는 시대에서 친절하고 속도감 있는 설명보다 아름답고 감각적인 영상미에 온전히 집중하는 게 초반에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숨겨진 메시지를 찾으려 하기보다 하나의 은행나무와 소통하는 세 시대 속 사회적으로 소외된 인물들의 이야기에 그냥 몸을 맡기는 걸 추천한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인상 깊었던 장면들을 계속 곱씹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을 테지만 적어도 극장을 나선 후에 처음 마주한 자연은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된다. 15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47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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